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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나이스 학부모 교사평가 못하겠더라 !

by 이윤기 2011.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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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여러분, 교원평가 해보셨나요?


지금 10월 초, 중, 고등학교에서 일제히 국가교육정보시스템시스템(NEIS), 이른바 나이스를 통한 교원평가가 진행되었습니다.

오늘은 인터넷 국가교육정보시스템(NEIS)을 통한 학부모의 교원 능력 평가의 문제점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지난 10월 중순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 아빠 중 한 명이 나이스 시스템에 가입해서 교원평가를 해야 한다고 재촉하였습니다.

아이는 부모님들이 나이스를 통해 교원평가를 해주지 않으면 내일 학교에 가서 혼나게 된다고 하면서 꼭 평가를 해달라고 하였던 모양입니다.

나이스 안내문에는 어느 학생의 학부모가 참여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공지가 되어 있는데, 아들녀석이 어리숙한 것인지 학교에서 담임선생님께 혼날지도 모르니 꼭 해달라고 하였습니다.



늦은 시간에 퇴근하였더니 아이와 아내가 둘이서 컴퓨터를 켜놓고 인터넷을 통해 나이스 시스템에 접속하여 교원평가를 시도하였는데, 1시간을 넘게 컴퓨터에 매달려 씨름을 하였지만 회원 가입도 못하였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교원평가를 하려고 보니 ‘공인인증서’가 있는 경우에는 그냥 평가 할 수 있었지만, 공인인증서가 없는 경우에는 ‘나이스 시스템’에 가입해야만 교원평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공인인증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기는 하였지만, 하필 그날은 공인인증서를 사무실에 두고 와서 ‘나이스’에 회원 가입을 해야만 교원평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스 가입하기 싫었는데...아들 녀석 성화 때문에...

아들 녀석에게 “내일 저녁에 하면 안 돼냐?”고 하였더니, “오늘까지 안 하면 내일 학교가면 선생님께 혼 난다”고 하더군요.

아마 며칠 전부터 집에 가서 부모님들께 교원평가에 참여하도록 말씀드리라고 하였을텐데, 저희 아들 녀석이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늦게 이야기 해 준 모양이었습니다.

아무튼 나름대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잘 다룬다고 자부하는 제가 나이스에 회원가입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나이스 회원가입 절차에 맞춰 지시하는 대로 여러 번 시도해도 자꾸만 막히더군요. 약관에 동의하고 실명등록요청을 하는 단계에서 반복해서 에러가 났습니다.



위 사진으로 보시는 부분에서 반복해서 에러가 났습니다. 사진으로 보시는 것처럼 선택 메뉴에서 '만 17세 이상 개인'을 선택하였고 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막상 실명등록요청을 하면 자꾸만 '만 17세 이상만 사용하는 메뉴입니다. 만 17세 미만을 선택해주세요'하는 에러메시지가 나오더군요.

여러번 반복해도 자꾸 에러가 나니 확 짜증이 나더군요. 괜히 잘못이 없는 아들 녀석에게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으면 진작 해달라고 하지 마감 날짜가 다 되어서 이러느냐고 말입니다.

사춘기인 중학생인 아들 녀석이 삐져서 제방으로 가고 난 후 어떻게 하다 보니 약 30여분 만에 회원 가입에 성공하였습니다.



사실 회원가입 절차에서 에러가 반복되지 않았어도 처음부터 나이스를 통해 교원평가를 하는 것이 못마땅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국가교육정보시스템을 통해 방대한 학생, 학부모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학부모로서 교사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교사를 평가를 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회원가입에 성공했다고 하였더니, 삐져서 제 방으로 갔던 아들 녀석이 달려 나왔습니다. 아들 녀석은 담임선생님을 잘 따르고 좋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인 저도 담임선생님 평가를 좋게하라고 부탁 하더군요.

어차피 아이의 담임 선생님에 대하여 잘 모르는 저는 아들 녀석이 요청하는 대로 담임선생님을 좋게 평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가할 만큼 선생님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는데...

질문은 담인 선생님이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학습지도를 하고 있는지,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도한다고 생각하는지, 열정을 가지고 학급운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더군요.

제가 알고 있는 아이 담임선생님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아이에게 전해 들었던 내용이기 때문에 사실상 학부모 평가라기 보다 학생평가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더 어려운 것은 교과담당선생님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교과 담당 선생님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학습지도에 임한다고 생각하는지, 교과와 관련하여 자녀의 진로나 직업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는지, 열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는데 사실 어느 과목 선생님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학부형들이 교과담당교사에 대하여 이런 평가를 할 수 있을 만한 정보나 경험을 가지고 있지 못할 것입니다.

학교운영위원이나, 학무모회 임원을 맡아서 학교에 깊은 관심을 가진 부모님들이라면 로지만 먹고 살기 바쁜 대부부의 부모들은 이런 평가를 할 만큼 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별로 다르지 않았고 결국 중학교 2학년인 아이의 도움을 받아 평가를 하게 되면 교사에 대한 ‘인기투표’ 이상의 평가를 할 수 없겠더군요. 물론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라서 문제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이미 학교에서 교사 평가를 하였기 때문에 학생평가와 학부모 평가를 따로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뜻 입니다. 다행히 설문지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할 수 있는 난이 있어서 사실 그대로 ‘잘 모른다’고 모두 답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보다 더 난감한 것은 교장, 교감선생님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질문에는 교장선생님이 미래지향적인 학교 경영철학을 갖고 경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문항이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미래지향적인 교육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그런 추상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교장, 교감 선생님을 평가하라는 것이 참 황당하더군요.

불필요한 시간, 노력, 비용을 들여서 애당초 학부모가 제대로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교원평가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교육당국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학부모가 할 수 없는 평가를 요구하는 지금 같은 방식의 교원평가라면 당장 그만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