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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전국 최장 자전거 터널, 얼마나 이용할까?

by 이윤기 2011.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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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옛 진해와 창원을 잇는 안민터널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는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40여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안민터널 자전거 전용도로 공사에 관하여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환경수도 자전거 도시를 내건 창원시는 내년 10월 개통을 목표로 성산구 성주사역 사거리에서 진해구 3호 광장을 잇는 안민터널 내에 왕복 3.84km의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총 공사비 41억여 원이 투입되는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는 폭 1.2미터에서 1.5미터, 편도 1.818km, 왕복 3.84킬로미터 규모로 만들어집니다.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는 지존 차량이 다니는 2차선 도로와 분리되도록 차단벽을 설치하여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최우선하도록 만든다고 합니다.

이 자전거 전용도로는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자전거 터널일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긴 자전거 터널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민터널 자전거도로 개설 사업은 원래 안민고개를 이용해 성산구와 진해구를 연결하는 자전거 도로를 만들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안민고개 도로의 경우 도로 폭이 협소하고 경사가 심해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기에 부적합하여, 안민터널 내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공사 구간 변경의 경우도 좀 더 세밀하게 따져보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안민고개 도로의 경우 창원시에서 레져와 스포츠의 수단으로 자전거를 타는 많은 분들이 매일 같이 이 도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민터널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을 결정하기 전에 창원과 진해를 안민터널로 오고가는 수요와 안민고개를 넘어 다니는 수요에 대하여 좀 더 세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지요.

관련 포스팅 : 자전거로 안민터널을 넘어보았습니다.(데미토리님이 개인 블로그에 쓴 글인데 소음이 심각하였던 모양입니다.)

제 생각엔 실제로 안미터널 내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져도 소음과 자동차 매연 때문에 이용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이 공사가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창원시가 정부가 선정한 전국 10대 자전거 거점도시에 선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창원, 진주, 순천을 비롯한 전국 10개 도시를 ‘자전거 거점도시로 선정하고 지역별로 1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자전거 거점도시? 자전거 터널로 완성될까?
 
이명박 대통령이 창원시에서 열린 제 1회 전국 자전거 축전에 참석하여 “자동차는 20년 걸려 세계 5위 국가가 됐지만 자전거는 5년 안에 세계3위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전국적인 자전거 거점도시 선정과 예산 지원이 시작된 것입니다.

자전거 거점도시 사업은 정부가 예산을 집중 지원하여 2012년까지 전국 열 개 도시에 자전거 인프라를 구축하고 안전, 문화 등 종합적인 자전거 이용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창원시가 자전거 거점도시를 지원하는 예산 100억 원 가운데 40억 원을 들여서 옛 창원과 진해를 연결하는 안민터널 내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개설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좀 있습니다.

왜냐하면 창원시가 다른 도시에 비하여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비롯한 자전거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기는 하지만, 자전거 거점도시를 만들기 위하여 가장 우선해서 해야 하는 사업이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 개설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40여억 원이나 투입하는 안민터널 자전거 도로의 경우 이용수요와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 효과를 예측하기 힘든 사업이라고 생각됩니다.

옛 창원시 일부 지역의 경우 타 도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자전거 인프라가 잘 구축 되어 있는 편이지만, 진해나 마산의 경우에는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기본적인 시설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시가지 자전거 전용 도로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따라서 창원에서 진해를 연결하는 안민터널 자전거 전용도로 사업 보다는 오히려 진해시가지에 안전한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인 예산 배분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창원시가 ‘도내에서는 최초, 전국 최장 규모’라고 하는 안민터널 자전거 전용도로의 상징성에 너무 집착한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지방정부 주민참여예산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지금처럼 시 예산 전체를 놓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안 사업별로 주민의견을 수렴하였다면, 안민터널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 같은 사업이 우선사업으로 결정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자주 이용하는 시민, 자전거로 매일 출퇴근 하는 시민, 건강과 여가활용을 위하여 매일 혹은 매주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을 모아서 주민참여 예산 수립을 해보면 자전거 정책 예산 배분이 훨씬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내년 10월 40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안민터널 자전거 전용도로가 개설되면 매일 터널 속의 자동차 매연을 뚫고 왕복 3.8km를 오고가는 자전거가 하루에 몇 대나 될지 시민들이 꼭 검증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안민터널 자전거도로가 필요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안민터널 내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는 사업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창원과 진해를 연결하는 안민터널에도 산을 넘어 가는 안민고개에도, 마산과 진해를 연결하는 터널에도, 마산과 창원을 연결하는 봉암 해안로에도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안민터널을 지나다니는 분들은 자동차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옳은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시가지 곳곳에서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공사비가 많이 드는 터널 내 자전거 전용도로 공사를 먼저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미 시작된 공사를 되돌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발 '안민터널 자전거 전용도로'라는 상징적인 효과라도 잘 살려서 창원시 전체 예산에서 자전거 인프라를 구축하는 예산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자동차 도로에 뒤쳐지지 않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자동차 만큼 편리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