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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시민운동가 이학영이 정치를 한다구요?

by 이윤기 2011.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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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시인이자,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을 지낸 이학영이 정치를 한다고 합니다.

오랜 세월을 시민운동가로 살았지만, 늘 시인의 감수성을 잃지 않고 살아 왔습니다. 

2009년 겨울에 낸 시집 <꿈꾸지 않는 날들의 슬픔>을 보면 그는 시민동가로 살아가면서도 시인으로서의 감수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지요? 그의 시민운동 역시 시인의 감수성에서 비롯되었음이 분명합니다. 2008년 촛불시위가 한창 일 때, '비폭력 평화시민행동'을 제안하였습니다. 

이학영 사무총장이 한국 YMCA 평화활동가들과 회원들,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을 이끌고 경찰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에 비폭력으로 항거하다가 맨몸으로 맞서다가 팔이부러지고 머리가 깨지고 귀가 찢어지는 폭력을 당하였지요.

그는 연일 폭력적인 방식으로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에 맞서 평화시민들과 함께 길거리에 아무런 저항 없이 드러누워 대한민국의 인권 의식과 경찰의 양심에 호소하고자 하였습니다.

당시 경찰은 해산 경고 한마디 없이 길바닥에 누워 평화와 비폭력을 외치는 여성과 청소년, 시민단체 회원들을 향해 방패와 곤봉, 군홧발로 무차별적인 폭력을 자행하였지요. 

경찰 지휘관은 “그냥 밟고 가”라는 명령을 내렸고, '비폭력'을 외치던 시민들은 군홧발에 밟히고 경찰 방패에 찍히고 곤봉에 얻어 맞다 부러지고 찢어지고 깨지는 부상을 당하였지요.

어찌보면 무모하다 싶은 생각이 드는 '비폭력 저항운동'을 시작한 것도 시인의 감수성에서 비롯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가 정치를 시작하는 것은 여전히 좀 낯선 일입니다.


시민운동가 지도자...정치에 힘을 배분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실무자로 오랫 동안 일해 온 YMCA 사무총장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각오를 하였던 것 같습니다. 2009년 9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운동가의 정치적 진출에 대하여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더군요.

"시민사회에서 신뢰를 쌓은 중견 지도자들이 일정하게 정치에 힘을 배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시민운동도 굉장히 중요하고 꼭 필요한 운동이지만, 그 힘을 정치에 배분한다면 더 큰 힘이 나온다고 본다. 일일이 이름을 거명하기는 그렇지만 그들이 정치에 뛰어들면 나보다 훨씬 더 신선한 힘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시민운동은 다양하다. 정치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시민운동도 있고, 정치적이지 않아도 되는 시민운동도 있다. 또 모든 시민운동이 다 비정치적일 필요도 없다. 정치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 시민운동은 그 속에서 잘 훈련해서 정치로 갈 수도 있다고 본다."

이 인터뷰로부터 대략 1년 후 함께 시민운동을 하던 박원순 변호사가 혜성처럼 등장하여 서울시장이 되었습니다. 시민운동의 힘을 본격적으로 정치에 배분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정치적 야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가진 정치적 무관심, 정치에 대한 혐오와 외면을 극복하고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막시무스가 쓴 '정치'에 대한 짦은 정의가 시민운동가의 정치 진출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좀 괜찮은 사람들은
정치하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며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좀 괜찮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모든 권력을 내주고
그들로부터 지배받는 벌을 받는다


욕만하고 있어서는 세상이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비만만 하는 좀 괜찮은 사람들이 모든 권력을 자신들이 비난하는 정치인들에게 내주고 그들로부터 지배받는 이 구조를 깨뜨리기 위하여 나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화운동의 원로이신 함세웅 신부는 이학영 사무총장이 정치를 하겠다고 하였을 때 웃음이 나온다고 하였답니다.

“학영이가 정치를 하겠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고, 너무나 반가워서 웃음이 나오고, 믿음이 생기니까 웃음이 나온다. 학영이는 조용하지만 할 일은 꼭 하는 놈이니까. 새 정당 만들고 새 세상 만드는 거 해내고 말 것이다. 아무렴!”

2012년 총선,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새로운 정치지형이 만들어지고 있는 시점입니다. 시민참여, 정치개혁, 정당개혁을 위해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이 '그들로부터 지배받는 벌'을 거부하는 흐름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학영이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선것이지요.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고, 풀뿌리들이 참여하여 유쾌하고 즐겁게 세상을 바꿔보자고 나섰다고 합니다.

이학영이 당 대표, 최고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이 합당하여 만드는 새로운 정당, 민주통합당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로 나섰습니다. 그는 YMCA 선후배들에게 자신이 당대표 경선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을 뒤엎느냐, 조금 수정하느냐의 싸움이라고 본다. 그동안의 정치를 보면 철저한 대의제로 직접참여가 쉽지 않는 형태이다. 정치가 사유화된 사회, 철저히 사유화된 권력을 검찰, 언론, 세계 금융자본이 둘러싸고 있는 사회이다."

"촛불 때 거리투쟁은 직접참여의 형태를 띄고 있다. 이 거리 투쟁이 시민혁명으로 나아 가야 한다. 기성 집권 세력을 무너뜨리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통합 진보당과 시민통합당 등 진보 그룹 등이 흐름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FTA, 남북관계 정상화 등 강력한 개혁 입법을 만들어야 한다. 총선이 대선보다 10개월 먼저 있는 것이 절호의 기회다. 이번 국회는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검찰의 협박, 언론의 회유에 무너지지 않고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 국회로 진출해야 한다. 민주당 일부 중진들처럼 권료 출신 등이 들어가서는 안된다. 다음 국회는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싸울 수 있는 신진 세력들이 정당을 장악해야 한다."

그는 민주통합당 대표 선출에서 의회 혁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신진세력들이 당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더군요. 그는 이번 선거에 참여한 것이 국회의원이나 한 번 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시민사회대표성을 갖는 후보가 당 대표를 포함해서 최소 3명은 지도부에 들어가야 FTA를 폐기하고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고, 검찰과 언론, 재벌을 개혁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는 이번 선거는 단순히 통합 야당의 당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정치개혁, 정당개혁 그리고 2012년 정권교체로 가는 새로운 정치구조를 만드는 선거라고 하더군요. 통합이 이루지지면 불가피하게 구세력과 신진세력간의 경쟁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앞으로 2-3주 안에 한국사회의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는 틀리 바뀌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압축적으로 밀도 있게 참여하여 시민정치, 시민혁명을 이뤄내자고 당부하더군요. 그는 당대표가 되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향후 4년 정도 한국사회를 개혁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는 각오를 밝히더군요. 

이학영은 가칭 '민주통합당' 지도부 구성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데 첫 출발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더군요. 시인이 정치를 시작합니다. 박원순에 이어 또 한명의 시민운동 지도자가 정치를 시작합니다. 국회의원이나 한 번 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치를 개혁하고, 야당을 개혁하는 새판을 짜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그의 진정성을 믿습니다.



이학영이 2009년에 낸 시집 <꿈꾸지 않는 날들의 슬픔>에 담긴 시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 한편을 소개합니다. 이학영이 바라는 평화의 세상에 대한 꿈이 담겨있습니다.

세계가 만약 하나의 집안이라면

세계가 하나의 집안이라면
난 하늘같은 솥을 하나 걸겠어...
한쪽 발은 히말라야 봉우리에 걸치고
다른 한쪽 발은 안데스 산줄기에 걸치고
그 커다란 솥단지에
산봉우리처럼 가득 하얀 쌀을 들이붓고
온 세상의 아이들더러
마른 나뭇가지를 주어오라고 해서
따뜻한 불을 지펴 밥을 지으며
옛날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애들아
만약 우리들의 아버지가 하나라면
이 밥을 지어서
누구는 주고 누구는 굶주리게 하겠니?
누구는 따뜻한 방에 재우고
누구는 길바닥이나 들판에서 추위에 떨게 하겠니?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하얀 쌀밥으로 배를 채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어느덧 쌔근쌔근 잠이 들 테지
하나의 집, 하나의 아버지를 꿈꾸며
내일도 어김없이 주어질
따뜻한 쌀밥을 꿈꾸며
안심하고 깊은 잠에 떨어질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