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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러진 화살, 부러진 사법 양심 그리고 삼성

by 이윤기 2012.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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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선물로 영화초대권이 들어와 SNS와 언론을 중심으로 '열풍'이 점쳐지고 있는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고 왔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여론은 작년에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영화 '도가니'에 버금가는 후폭풍이 일어날 것이라거나 혹은 일어나야 한다인 것 같습니다. 

작년 연말 창원에서 '부러진 화살' 블로거 시사회가 열릴 때 초대 받았었는데, 그때는 제가 속한 단체 행사와 겹쳐서 참여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뒤로도 바쁜 일들이 겹쳐 별로 관심을 두지 못하였습니다. 이웃블로그 몇 분들이 쓴 글을 보면서 영화가 개봉되면 한 번 봐야겠다고 마음먹는 정도였지요.

영화 도가니의 경우는 영화가 만들어지기 훨씬 전에 공지영 작가의 원작을 읽었기 때문에 영화만 제대로 만들어지면 엄청날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석궁 사건의 경우는 '재판에 진 모대학 교수가 석궁을 들고 찾아가 판사를 테러한 어이없는 사건'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직접보기 전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김명호 무죄, 영화보면 증거 수두룩 하다

영화를 직접 보면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김명호 교수는 무죄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었던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실체가 교수지위 확인 소송에서 패소한 대학교수가 석궁을 들고 찾아가 판사에게 석궁을 쏜 사건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석궁을 들고 찾아가 위협한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석궁을 쏘지 않았다는 것은 영화속 증거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사건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아니라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언론의 보도대로 '광주항쟁'을 폭도들이 일으킨 난동이라고 알았던 국민들이 적지 않았던 것처럼, 석궁사건도 언론의 첫 번째 보도, '헤드라인 기사'가 아주 깊이 각인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언론의 맨 첫 번째 보도, 그리고 그 맨 첫 번재 보도를 만들어 낸 사법부의 '사법테러' 프레임에서 지금까지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영화 내용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생략합니다만, 정말 평범한 보통 사람의 양심과 상식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재판을 보게 됩니다.

의사의 진단, 119 구조대원의 어긋나는 피해자 진술과 상처/ 발사될 수 없거나 혹은 사람에게 맞았다면 부러질 수 없는 화살/ 빗나가야 부러지는 화살 그리고 자취를 감춘 부러진 화살.......엉터리 재판의 증거는 이 밖에도 넘쳐납니다.

우리나라 사법부는 오랫 동안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해왔기 때문에 독재에 저항한다는 이유로 멀쩡한 국민들을 간첩으로 몰아 사형을 선고 하는 등 이런 엉터리 재판의 전력은 이미 많이 있습니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은 한 셋트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면서 화가 나고 기가 막힌 것은 이른바 '석궁 테러 사건'이 지금으로부터 불과 4년 전인 2007년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2007년이면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우리사회가 과거에 비하여 많이 좋아졌을 것이다, 정말 터무니없는 조작 같은 것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하는 그런 기대를 품었던 시기였다는 겁니다.

뭐 이런겁니다. 무언가 억울한 사연은 있었겠지만 그래도 실정법은 어겼겠지 하는 어림짐작 같은 것 말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설마 없는 일을 있다고야 하겠어 하고 방심하였던 것이지요.

김명호 교수의 처절한 싸움도 인상적이었지만, 돈 없고 빽 없어서 그런 일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청석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직도 사법부의 판결에 억울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김명호 교수 같은 지식인도 그렇게 뒤집어 쓰는데, 평범한 보통 사람들 중에는 저런 억울한 재판을 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어른들이 '법을 멀리하라'고 하는 것은 결국 힘 없는 국민들은 법을 가까이 해봐야 별로 득 볼 것이 없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언론보도와 SNS를 중심으로 '부러진 화살'과 정지영 감독에 대한 이런저런 평이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예술은 참 위대하다'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아마 신문기사였다면 이런 '공감과 분노' 같은 것이 생기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화라는 예술장르가 어렵고 복잡한 법정 이야기와 사건이 핵심 내용을 쉽게 관객들에게 전해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세계 여러나라의 혁명 역사를 보면, 고난의 투쟁을 치르면서도 '문화선전대'를 만들어 영화를 상영하고, 연극 공연을 하고, 혁명가를 가르치고 하였던 것은 다 이런 예술의 힘을 알았기 때문이겠지요.  



재판을 소수 엘리트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확인하였습니다. 이른바 시국사범, 양심수가 아닌 평범한 국민들 중에도 사법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정치뿐만 아니라 사법절차에도 반드시 국민이 참여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권위와 이익에 눈 먼 자들이 국민의 상식보다 못하 재판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결국 국민이 직접참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더군요.

법관들이 평범한 국민들의 상식과 양심의 판단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국민참여재판'이 활성화 되어야 하겠더군요. 부러진 사법 양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법관들이 아니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러진 사법 양심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사람들은 국민 뿐이라는 것입니다.   

사건의 발단, 배후에는 또 '삼성'이 있었다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네요. 이 사건의 발단과 배후에도 삼성이 있었네요. 김명호 교수가 시험 문제 출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찾아 낸 참으로 어이없는 일로 대학에서 짤렸는데 그 대학이 바로 성균관대학이었다는 겁니다. 

성균관대학이 참 대쪽 같은 선비인 김명호 교수를 짤랐고 그것이 무효라고 하는 소송을 했는데, 엉터리 같은 판사가 교수임용에서 탈락시킨 대학에 잘못이 없다고 판결하였기 때문입니다.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했던 삼성이 사법부에 심어놓은 삼성끄나풀, 삼성 장학생 판사 중 한 명이었겠지요. 검찰개혁, 사법개혁, 재벌개혁 정말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