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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럼

근로소득세 줄어들면 행복해질까?

by 이윤기 2008.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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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확정 발표한 근로소득세 감세 규모를 살펴보면, 연간 소득 4천만원인 4인 가족 근로소득자는 내년에 근로소득세를 48만원 가량 덜 내게 된다고 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총급여가 4천만원인 근로자는 올해는 근로소득세로 169만원을 내지만, 2009년에는 121만원, 2010년에는 115만원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총급여가 6천만원인 근로자는 올해는 근로소득세로 474만원을 내지만, 2009년에는 409만원, 2010년에는 385만원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감면 예시는 근로 소득공제와 기본공제, 다자녀추가공제, 표준 공제 등을 단순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교육비 공제, 신용카드 사용액, 기부금 등 특별공제를 고려하면 실제로 내는 세금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근로소득세뿐인가? 전문가들은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정책 규모가 10 ~ 2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세금이 줄어들면 나라 살림은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간접세 늘어나면 가난뱅이만 더 손해본다.

첫 번째는, 근로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상속세 등 각종 세금을 모두 깍아주고도 세금 총액은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세금을 줄이고도 세금을 줄이지 않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바로 간접세를 올리는 방법이다.

근로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등은 모두 직접세다.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차등 폭이 적기는 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세금을 많이내고, 돈을 적게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도록 되어 있다.

결국, 정부가 직접세를 적게 걷으면, 제일 손 쉬운 방법은 간접세를 올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간접세 인상은 직접세 인상에 비하여 '조세저항'이 적기 때문에 세금을 올리기 훨씬 수월하다.

말하자면, 유류세, 주세, 부가세와 같은 세금을 올리는 것이다. 맥주 한 병을 사서 마실 때 내는 세금은 부자나 가난뱅이나 똑같이 내야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간접세 비율이 대략 50% 안밖이다. OECD 가입 국가중에서도 간접세 비율이 가장 높은 축에든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직접세를 줄여서 부족한 정부재정을 간접세를 늘여서 메꾼다면, 결국 부자들이 세금을 적게 내는 만큼 가난한 사람들이 부담하는 세금이 늘어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세금을 적게 걷는 대신에 정부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 때 정부 지출이 줄어들면 어떤 지출이 줄어들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국방비를 줄이거나 재벌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면, 교육관련 재정지출과 복지 관련 재정지출을 줄 일 것이 뻔하다.

근로소득세 감세, 월급쟁이 달래는 정책 아니다.
내년, 근로소득세 감세도 결국 부자들을 위한 정책


교육재정 지출을 줄이면, 결국은 학부모가 부담하는 교육 비용이 늘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중고등학교나 대학에 대한 지원을 줄이게 되면, 학부모가 등록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부자집 아이들은 비싼 등록금 내고도 학교에 다닐 수 있지만, 가난한 집 아이들은 돈이 없어서 공부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요즘은 가난한 집 아이가 공부를 잘 할 확률이 낮지만, 그래도 가끔 있는 공부 잘하는 가난한 집 아이는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 갈 가능성이 더 커진다.

따라서, 부자집 아이는 공부를 조금 못해도 비싼 등록금을 낼 수 있으면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는 것이다. 정말로 부자들에게 세금을 깍아 줄 여유가 있다면, 천 만원이 넘어가는 대학등록금이 더 이상 인상되지 않도록 정부가 교육재정을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만 추진한다는 비판에 목소리가 높자 이명박 정부가 유가환급금이나 근로소득세 감세를 통해 저소득층을 달래려고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천만에, 절대로 그렇지 않다. 한 국회의원은 "감세 혜택의 88%가 소득 상위 10%계층에 집중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소득 상위 10.5%가  감세액의 65%를 차지하고, 종합소득세는 상위 12%에 감세액의 80.5%, 법인세는 상위 6.7%에 91%의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

유가환급금이나 근로소득세 감세는 알고 보면 모두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다. 간접세가 늘어나거나, 정부의 교육이나 복지 관련 재정지출이 줄어들면 결국 가난한 사람들의 직접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은 한 마디로 후진국 구조로 가자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