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 정치

진보 1번지 창원, 권영길 불출마 물거품 되나?

by 이윤기 2012. 3. 28.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진보진영, 권영길 재선 창원성산구 지켜낼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아성이라고 불리는 야당 불모지 경남에서 진보정당 깃발을 들고 출마한 권영길 후보를 두 번이나 당선시킨 곳이 바로 창원 성산구입니다.

창원 성산구는 권영길 의원이 일찌감치(이게 화근이 되었을 수도 있음)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당선 가능성이 높은 옛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에서 여러 후보가 자천타천으로 거론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진보정치의 또 다른 한 축을이루고 있는 진보신당에서도 일찍부터 후보를 발굴하여 선거전에 뛰어들었습니다.

경남 도내에서 가장 상징적인 선거구인탓에 야권연대를 위하여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압니다만, 일찍부터 삐걱거리더니 후보단일화의 판이 깨져버렸습니다.

권영길 국회의원의 소속 정당인 통합진보당에서 우여곡절 끝에 손석형 후보로 결정되었지만 범야권 예비 후보의 숫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손석형(통합진보당), 김창근(진보신당)으로 압축되었지만, 후보단일화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민주통합당의 변철호, 주대환 후보 그리고 무소속 박훈(부러진 화살 주인공 실제 인물) 변호사까지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오랜 논란과 합의 끝에 김창근후보와 박훈 변호사가 김창근 후보로 단일화 되었고, 민주당 후보인 변철호 후보가 손석형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었습니다. 지금은 이른바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와 이른바 삼자구도가 된 셈입니다.

 

기본적으로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는 일존의 '치킨게임'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배짱 좋은 놈이 오래버티면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측면이 좀 있더군요. 아울러 여러지역 사례를 보면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는 해당 선거구의 야권 후보 당선 가능성에 비례하여 어려워지는 것도 분명한 것 같습니다.

창원 성산구의 경우 옳고 그름을 떠나서 후보단일화에 실패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의 도의원 중도사퇴 문제입니다. 창원 성산구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는 재선도의원인데, 2년 넘는 임기를 남겨두고 도의원직을 내던지고 총선 후보가 되었습니다.

당내 후보 선출과정이나 야권 단일화의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좀 더 복잡한 여러 이유가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 문제가 지금까지 후보단일화를 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은 분명합니다. 통합진보당은 인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야권연대의 상대후보인 김창근 후보와 진보신당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보 맏형 권영길 지역구 야권연대 '실패'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를 추진해온 시민단체 그룹에서는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를 야권단일 후보로 '인정'하였지만, 실제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와 대결하는 야권후보가 두 명인 것은 분명한 현실입니다.

선거 공학을 말하는 사람들은 선거의 첫 번째는 구도라고 합니다. 아니 이른바 선거전문가들은 모두 첫째가 구도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서 가장 파란만장한 선거 경험을 가졌던 김대중 전대통령 역시 '구도'를 만들어서 불리한 선거에서 승리하였지요.

아무튼 '구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창원 성산구 선거는 필패입니다. 더군다나 범야권에서 후보단일화의 가장 큰 쟁점이 '도의원 중도 사퇴 문제'인데,  하필 상대후보인 새누리당 후보는 4년 전 총선에서 도의원 중도 사퇴 문제가 선거의 쟁점으로 부각되어 권영길 국회의원에게 패하였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도의원을 중도 사퇴한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는 지금 총선에서 맞붙은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의 지역구에서 도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되었고 재선까지 성공하였지요. 당시 강기윤 후보의 '도의원 중도 사퇴 문제'가 총선과 도의원 보궐선거의 주요 쟁점이었고 손석형 후보는 무난하게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4년만에 이번에는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가 강기윤 후보와 똑같이 도의원을 중도에 사퇴하고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흔히 창원 성산구 선거구를 '진보 정치 1번지', 권영길 국회의원을 '진보의 맡형'이라고 부르지요.  

창원 성산구의 경우 지금까지 진행된 야권연대 협상과 논의 과정을 보면 투표 당일까지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창원성산구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당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후보를 나란히 도의원에 당선시킨 지역구입니다.

실제 투표에 들어가면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지만, 진보신당의 득표력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진보신당은 경남에서 창원 성산구와 거제 단 두 곳에서만 지역구 선거를 치르게 됩니다. 양쪽 선거구에 전 당원들이 당의 사활을 걸고 올인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 평생을 노동운동에 바친 두 후보의 경력도 파란만장합니다. 손석형 후보는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4대, 8대, 9대, 11대, 13대 노조위원장을 지내고 민주노총 경남도본부장을 지냈습니다. 김창근 후보 역시 한국중공업 노조설립위원장과 7대, 10대, 12대, 14대 노조위원장을 지내고 전국금속노조 위원장을 지낸 쟁쟁한 노동운동가 출신입니다.

두 후보의 노동운동 경력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두 후보는 창원지역 최대 사업장인 두산중공업 노조위원장을 번갈아 맡았습니다. 정당간 이념과 정치노선의 차이도 분명하지만 두 후보의 노동운동 경력만으로도 후보 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짐작은 쉽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이대로 선거를 치른다면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와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의 치킨게임은 누구도 승리하지 못하는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사람 누구도 달려오는 기차를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지요. 선거구도를 놓고 보면 손석형 후보와 김창근 후보의 한치 양보도 없는 대결 덕분에 강기윤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창원 성산구는 '진보 맡형' 권영길 국회의원이 재선에 성공하고도 3선의 유혹을 뿌리치고 '진보정치의 발전과 야권단일화'를 위하여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진보진영의 손석형, 김창근 두 후보 모두 '진보 정치 1번지' 창원 성산구를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로부터 지켜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울러 선거 결과에 따라서 진보진영간에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고, 앞으로도 오랫 동안 연대와 협력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합니다.  다행히 예측이 빗나가 진보진영 두 후보 중 유력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길게 보면 진보운동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