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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100년 후에도 지하수 마실 수 있을까?

by 이윤기 2008.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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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는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을 썼던 박경화씨가 2년여 만에 '아름다운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스무 가지 생각'을 담아 쓴 책이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라는 제목을 보면 누구나 '왜 고릴라가 핸드폰을 미워할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번호이동을 하거나 혹은 보조금을 지급받을 경우 불과 몇 만원에서 몇십 만원이면 최신형 휴대전화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휴대전화의 교환주기가 채 2~3년 밖에 안 된다. 게다가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잘 찾아가지도 않는다고 한다.


고릴라가 핸드폰을 미워하는 이유는 마치 '나비효과'와 같다. 지구 반대편에서 핸드폰 생산이 늘어날 때마다 아프리카 콩고에 사는 고릴라가 죽어간다는 것이다. 휴대전화의 중요한 원재료가 되는 물질이 아프리카 콩고에서 나오는 '콜탄'이기 때문.

휴대전화 생산이 늘어나면서 콜탄이 금이나 다이아몬드만큼 귀한 광물로 대접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콩고의 카후지 비에가 국립공원에 콜탄 채굴 광산이 생기면서 고릴라 서식지가 완전히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휴대전화를 오랫동안 소중히 쓰는 일은, 단지 통신비를 아끼고 물자를 절약하는 차원에서 그치는 일이 아니다. 지구 반대편의 소중한 생명들을 보호하는 거울한 일이다."(본문 중에서)

휴대전화가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지은이는 '휴대전화가 없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며 휴대전화 때문에 바뀐 우리의 삶을 꼬집고 있다.

"첫째, 정확하게 언제 어디에서 만나자고 정하지 않고, '그 때 가서 다시 전화할게'라고 어정쩡하게 정한다.
둘째, 조금만 늦어도 기다려주지 못한다고 바로 전화를 해서 '지금 어디야' 하고 확인한다. 셋째,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던 중간에도 연신 휴대전화를 받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는 세태"를 꼬집고 있다.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자 딱 내 모습이다. 휴대전화 사용에도 문화와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2년 전에 읽었던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에 나왔던 슬로우 푸드, 새집증후군 벗어나기,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숯 활용법, 동네 앞 구멍가게 이용하기, 생태적 머리감기, 생리통을 예방하는 면 생리대, 자동차 나누어 타기와 같은 제안은 참 인상적이었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은 생태적인 삶에 대한 지향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저런 살아가는 일들 때문에 도시를 쉽게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시에서의 삶을 확 바꿀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알려주었다.

함께 책을 읽었던 사람들 중에서 많은 여자 분들이 '면 생리대' 사용을 시도했다. 주변에서 꾸준히 사용하는 사람들도 더러 눈에 띈다. 가까이는 아내가 면 생리대를 사용하고, 함께 일하는 후배 중에도 꾸준히 사용하는 이가 있다.

내가 가장 기발한 아이디어다 싶었던 것은 바로 '자동차 나누어 타기'이다. 몇 가정이 함께 자동차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용한 만큼 비용을 부담하는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늘,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마음먹은 대로 사는 꿈을 꾸는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전해주었다.

지구를 살릴 '생명의 날개짓'이 필요하다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이 생태적인 삶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하는 책이었던데 비하면,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는 생태 환경문제를 '카오스 이론'의 바탕이 된 '나비효과'로 설명해주는 책이다.

북경에서 나비 한 마리가 작은 날개짓을 시작하면 뉴욕에서 폭풍이 몰아친다는 나비효과처럼, 한국에서 핸드폰 소비량이 늘어나면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콩고에서는 고릴라가 죽어가고 무의미한 내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산에서 무심코 '야호'하고 지르는 소리가 산새들의 짝짓기를 방해하고 야생동물들을 멸종의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생태주의자들의 경고를 무시하는 동안에 북극곰과 바다표범이 사라지고 있으며, 호주 동북쪽에 있는 '투발루'라고 하는 섬나라가 바다 속에 잠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 나라 정부는 앞으로 100년 동안 매년 75명씩, 국민 모두를 뉴질랜드로 이주시키는 안타까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2002년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34억 벌의 옷을 새로 샀다고 한다. 국민 한 사람이 평균 8벌의 옷을 사기 위해서, 북아메리카에서만 해마다 면화농사를 위해서 농민들이 26억 달러어치의 살충제를 뿌리고 천을 염색하기 위하여 엄청난 화학염료가 물을 오염시키고 있으며, 중국과 동남아의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부당한 처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사용할 때마다 봄이면 우리를 괴롭히는 황사가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오늘도 전국에 강한 황사가 닥쳤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나무젓가락은 중국산 백양목이나 자작나무로 만들어지는데 중국대륙에서 숲이 하나 사라지면, 이듬에 봄에는 모래바람이 한반도를 덮친다는 것이다. 이 모두가 생태환경에서 나타나는 '나비효과'들이다.

'나비효과'는 1963년 미국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가 컴퓨터로 기상 모의실험을 하던 중 미세한 초기조건 값 차이가 엄청나게 증폭되어 판이한 결과가 나타난 것을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지구를 살리는 나비 효과 - 녹색 아시아를 위한 만원계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는 나비효과를 지구를 파괴하는 원리만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의 소박한 계모임으로 아시아를 구하는 활동을 하는 '녹색아시아를 위한 만원계'가 좋은 '나비효과'의 좋은 사례이다. '필리핀 미군기지 만원계'는 미군이 오염시킨 필리핀 루손 섬에 있는 작은 마을인 수빅과 클라크 지역 사람들을 돕는 모임이다.

이외에도 '인도 보팔 만원계’, '인도네시아 오라우탄 만원계'와 같은 모임이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한반도에서 시작된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를 구하는 방법도 소개돼 있다.


아울러 생태적인 삶을 위한 구체적 실천도 제안돼 한다. '화장지 덜 쓰기, 걸레와 손수건을 사랑하자, 평화를 위한다면 내복을 입으세요. 중고품과 친구 되기'와 같은 이야기들이다. 추천글에 소개된 것처럼 그냥 상투적인 이야기와 정보를 모아놓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다.

"저자 박경화씨는 지구 생태계에 그런 짐을 지우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불편한 삶을 택했다. 세탁기 없이 맨손으로 빨래를 하고 휴지대신 손수건과 걸레를 사용하고 일회용 나무젓가락과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불편함을 즐겁게 감수하면서 살고 있다."(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의 추천글 중)

프롤로그에 나오는 '2106년, 미래에서 온 편지'는 우리가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인지를 가슴 깊이 성찰하게 한다.

▲ 100년 후에도 과연 땅 위에 흐르는 물과 지하수를 마실 수 있을 것인가?
▲ 100년 후에도 나무를 잘라 종이를 만들 수 있을까?
▲ 100년 후에도 지금의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살 수 있을까?
▲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핵폐기물은 그들에게 어떤 유산이 될까?


100년을 앞서 살아가는 우리의 '날개짓'은 지구 저편에서 생명을 살리는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 100년 후에 이 땅에 살아갈 후손들의 생명을 살리는 결과로 나타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일까? 깊은 성찰과 삶의 전환을 이루는 '날개짓'을 함께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