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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기타, 교양

낯선 집에서 발견하는 美와 삶의 자취

by 이윤기 2008.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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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세계적인 건축물은 어떤 것인가 하는 호기심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50>을 선택하였다.

책을 기획한 사람들은 "역사와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세계적인 건축물에 대해 아는 것은 이제 교양의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일반인들에게 이런 건축에 대한 교양을 높일 수 있도록 세계적인 건축물 50개를 선별하여 핵심적인 설명만 간략하게 간추려놓은 것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50>이라고 한다.

"무겁고 딱딱하지 않으면서 한 눈에 건축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출간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획자들의 이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 봤을 때 그리 쉽고 가볍고 말랑말랑한 책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우선 이 책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로 선정하여 소개하고 있는 50개의 건물 대부분이 낯선 건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로 엄선된 50개 건물 가운데, 직접 눈으로 본 것은 타지마할과 영국국회의사당 건물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독자들을 위하여 사진책이나 그림책을 방불케 할 만큼 아주 빼어난 삽화를 담고 있다. 어쩌면, 실제 현장에 가서 건축물을 보더라도 이 보다 더 상세하게 관찰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훌륭한 사진과 그림을 바탕으로 씌어져있다.

위대한 건축물을 담은 빼어난 사진과 그림

그렇지만, 역시 단 한 번도 실물을 본 적 없는 건축물에 대하여 작가의 눈과 마음을 빌어서 사진과 그림으로만 만나는 것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50>을 쓴 닐 스티븐슨은 1979년부터 1984년까지 영국 뉴캐슬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영국 맨체스터에서 사거 스티븐슨과 함께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고 한다.

영국 출신의 건축가인 닐 스티븐슨은 도쿄에서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인 단게 게조와 함께 작업하였다고 한다. 아마 이런 인연 때문에 그가 쓴 이 책에는 단게 겐조의 작품인 도쿄올림픽주경기장을 비롯하여 이세 신궁, 카츠라 이궁, 간사이국제공항 터미널 같은 일본 건축물이 포함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건출 50>은 지난 3500년 동안 건축이 발전해 온 중요한 과정을 다루고 있다. 아문 신정, 타지마할에서부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건축물에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세계 곳곳에 있는 유명한 건축 작품들의 특징을 잘 설명하고 있다.

보통 저자의 개인적인 감상이나 이야기 속에서 재미를 느끼며 대상에 친숙하게 접근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건축물 지붕이나 기둥과 같은 건축물의 기본적인 명칭에서부터 출발하여 건축에 대한 이해를 넓히도록 돕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편집이다. A4 양면을 합쳐놓은 판형에 큰 건축물 사진을 펼쳐놓고서 군데군데 표시를 하여 건축물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적어 두었다. 건축물의 주요지점으로부터 지시선으로 표시해서 건축물의 구조와 구조가 지닌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 독자들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편인 '파르테논 신전' 편에서는 '엔타시스'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가늘어지는 기둥들은 전체 높이의 2/5 정도 되는 부분이 볼록하게 부풀어 있다. 이것은 일자형 기둥이 측면에서 오목하게 보이는 착시현상을 바로잡아 준다."(본문 중에서)

또한 전체 사진에서 작게 보이는 부분을 따로 확대하여 상징적인 의미를 해석해주고 있다. 파르테논 신전 건물에 새겨진 '파르테논 프리즈'에 대한 해석을 별도로 상세하게 담고 있다.

"대리석 판에는 아테네 기사들의 행렬, 신과 신화적 인물들 사이의 다툼, 그리스인들과 아마존들의 영웅적 전투 장면들과 트로이의 공격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다. 사진 속의 프리즈에는 아테나를 기리는 파나테나이아 축제를 위해 아크로폴리스로 가는 숭배자들의 행렬을 주제로 한 조각이 새겨져 있다." (본문 중에서)

아울러 파르테논 신전에서 모셨던 아테나 조각상 그림과 무너지지 않은 파르테논 신전을 포함하여 아크로폴리스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그림을 함께 싣고 있다. 그리고 모든 건축물을 세운 정치인이나 혹은 건축가의 간략한 일대기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두 쪽에 담은 세계 최고 건축

전체적으로 이 책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나는 건축의 중요한 주제들과 영향, 그리고 구조적 특징들을 빠짐없이 상세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일반 독자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생경한 용어들과 구조에 대한 설명들이기 때문에 건축을 이해하는 친절한 안내서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세한 용어해설과 찾아보기, 사진자료 목록표 등을 보면 오히려 일반 독자들 보다는 건축을 공부하고자하는 특히, 역사적 건축물을 공부하고자하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기초 지식을 전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위해한 건축 50>에 선정된 건축물을 직접 볼 기회가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에서 압축하여 소개하고 있는 건축물을 짓게 된 역사적인 배경이나 건축물에 나타나는 건축사적인 특징이 건축물들을 관람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도대체 그 시대(100~ 3,500년 전)에 저런 건축물을 어떻게 지을 수 있었을까'하는 소박하고 단순한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건축물이 지어질 당시의 사회역사적인 배경이나 구조적 결함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설계 그리고 새로운 건축 소재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건축 양식에 대한 기초 지식을 잘 정리한 책이기 때문이다.

닐 스티븐슨이 쓴 이 책으로 인해 눈 직접 보고 온 타지마할이나 영국 국회의사당 건물에 대하여도 "와 ~ 대단하다"는 단순 감탄을 넘어서 '건축을 작품으로 보는 법'을 배웠다.

이 책에 실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물을 보러 떠나는 여행자들은 아마 이만한 간결하고 알찬 안내서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 50

아문신전, 카르나크/ 파르테논 신정/ 콜로세움/ 판테온/ 이세 신궁/ 성 소피아 대성당/ 티칼 제1호 신전/ 카주라호의 칸다리야 마하데브 사원/ 피사 대성당/ 더럼 대성당/ 앙코르와트/ 크라크 데 슈발리에/ 노트르담 대성당/ 알람브라 궁전/ 피렌체 대성당/ 천단/ 킹스칼리지 예배당/ 산 피에트로 교회의 템피에토/ 성베드로 대성당/ 성바실리 대성당/ 빌라 로톤다/ 하드웍 홀/ 가츠라 이궁/ 타지마할/ 포탈라 궁/ 세인트 폴 대성당/ 하워드 성/ 로열 파빌리온/ 알테스 무제움/ 영국 국회의사당/ 수정궁/ 터빈건물, 므니에 공장/ 사그라다 파밀리아/ 글래스고 미술학교/ 갬블 하우스/ 로비 하우스/ 드로고 성/ 슈뢰더 하우스/ 빌라 사부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빌라 마이레아/ 판즈워스 저택/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퐁피두센터/ 슈투트가르트 미술관/ 홍콩 상하이은행/ 슐룸베르거 케임브리지연구소/ 아크/ 간사이 국제공항터미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건축 50> 닐 스티븐슨 지음 / 이영아 옮김 / 동녘 / 112쪽 /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