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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총기 금지 하듯이 차량 TV 설치도 금지하라

by 이윤기 2012.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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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가장 안타까운 뉴스 중 하나는 대형 화물트럭이 훈련 중이던 사이클 선수를 덮쳐서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크게 다친 사고 소식이었습니다.

 

이 사고 후에 운전중 DMB 시청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네비게이션 보급이 늘어나면서 운전중에 DMB TV를 시청하는 일은 흔한 광경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택시 기사분들 중에도 TV를 켜놓고 운전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오늘은 자동차 내부에 DMB TV를 비롯한 영상기기 설치를 완전히 금지하는 방안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운전 중 TV 시청 음주운전 보다 위험하다면서...

 

우선 자동차 운전자의 TV 시청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내부에서 TV를 보면서 운전하는 경우 전방 주시율이 50.3% 낮아지기 때문에 음주 후 만취상태에서 운전하는 것 보다 더 위험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면허취소에 해당되는 혈중알콜농도 0.1% 상태에서 측정한 전방주시율이 72%인데, TV를 시청하는 경우는 50.3%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손보협회는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원인의 54.4%가 전방주시 태만이고, 이는 중앙선 침범과 신호위반 등 다른 원인을 모두 합친 것보다 높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부산경찰청 관내의 경우 지난해 244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 이 중 76.2%가 전방주시 태만 등 안전운전을 하지 않아서 생긴 사고라고 합니다. 또 다른 자료를 보면 DMB TV를 켜고 시속 60km로 달리다가 정지했을 때와 DMB 켜지 않았을 때를 비교하였더니 정지거리가 24.5미터나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이런 여론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해 4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어 운전 중 DMB 시청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도로교통법에 DMB 시청을 금지하는 조항은 만들어졌지만 법을 어겼을 때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는 것입니다.

 

음주운전 보다 더 위험한데...처벌 조항은 없다?

 

DMB 관련 기기를 생산하는 사업자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여 만든 도로교통법은 ‘DMB 시청 금지’라는 선언적 의미만 있는 유명무실한 법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다른 선진국 강력한 처벌 조항과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운전 중 DMB를 주시할 경우 우리 돈으로 7만~10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고, 영국 최고 180여만 원까지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다가 적발되더라도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워싱턴주를 포함한 38개 주에서 운전자 시야 내 TV 등 화상용 표시장치 설치를 법으로 금지하고, 위반 행위에 대해 범칙금 100달러를 부과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호주에서는 차량이 정차중이라도 DMB화면을 켜면 27만원 상당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것입니다.

 

한편 차량용 TV가 교통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 일어나자 출고되는 자동차에 설치된 DMB TV의 경우 일정속도 이상으로 주행하면 TV 시청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가 부착되었지만, 운전자들이 쉽게 잠금장치를 풀어버리기 때문에 이미 실효성이 없는 대안이 되어 버렸다고 합니다.

 

여러 자료를 살펴보면, 세계 어느 나라도 벌금 액수를 높이는 것 외에 차량용 TV 시청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총기 소유 금지하듯이 차량내 TV 설치 금지하자

 

따라서 근본적인 대안은 자동차용 TV 설치 자체를 금지하거나 혹은 TV 겸용 제품의 제조를 금지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예컨대 내비게이션은 길 안내만 하도록 하고 TV나 동영상 시청 기능은 애초에 포함시킬 수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운전 중 TV 시청이 음주운전 보다, 휴대전화 통화 보다 더 위험하다면 결국 자동차 내 TV 설치 자체를 금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들은 총기를 소유하는 것조차도 국민의 권리라고 인정하지만, 지구상 대부분의 나라들이 총기로 인한 살인의 위험성 때문에 개인 소지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총기 소유를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내부의 TV 설치도 원칙적으로 금지시켜야 합니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로 인한 무차별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가장 근본 원인이 ‘총기소유’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한 해 교통사고의 절반 이상이 전방주시 소홀 때문이라면 자동차 내부의 TV 설치 금지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자동차에 TV 설치를 금지시키자고 하면 어떤 분들은 ‘금주령을 선포하자 마피아와 밀주가 판을 쳤다’는 전례를 들어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자동차 TV설치 금지가 술을 금지하는 것 같은 심각한 반대에 부닥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애주가들에게 술은 사치품이 아니라 밥 보다 혹은 밥 만큼이나 중요한 생필품에 이었지만 자동차 내부에 설치하는 TV는 없으면 안 된다거나 심각하게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그런 생필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DMB 시청 위험성을 널리 알리는 캠페인 정도로는 아무런 해결책도 마련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운전 중 TV 시청을 처벌하는 조항을 마련하는 허술한 대책 말고, 자동차 내부에 TV를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