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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어린이집 몰린 아이들 가정으로 보낼 수 있을까?

by 이윤기 2012.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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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보편적 무상보육 예산지원이 한 해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국회와 정부는 보편적 지원과 선별적 지원을 두고 대립하고 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예산 부담을 놓고 갈등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2011년 연말 국회가 예산편성을 하면서 부모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0~2세 아이에 대한 무상보육을 전격적으로 결정하는 바람에 생긴 일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충분한 준비와 계획 없이 이루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무상보육 확대’라는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한 일입니다.

 

한편, 국회만 탓할 수 없는 것은 정부가 무상보육 확대에 따른 가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한 정책실패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초 정부는 무상보육 지원 대상을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로 한정하였는데, 0~2세 무상보육이 결정되자 엄마가 키우던 아이들이 한꺼번에 보육시설에 몰리는 바람에 2500여억 원의 추가예산이 들어가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엄마가 키우던 아이들 어린이집에 다 몰려갔다

어린이집 안 보내면 나만 손해?

 

결국 예산부족으로 지방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는 중앙정부는 무상보육 예산 부족 문제를 풀 해결책 중 하나로 가정 내 양육을 지원, 활성화시키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말하자면 0~2세 무상보육 지원을 받기 위해 어린이집으로 몰려나온 아이들을 다시 엄마 품으로 보내는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지요.

 

예산을 줄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수요를 줄여 무상교육 재원 부족 문제를 다소나마 줄이겠다는 취지입니다. 또 0~2세 영아의 경우 가정양육이 더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육아의 질'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그런데 가정 양육을 활성화시키겠다고 정부가 내놓은 계획은 별로 현실성이 없어 보입니다. 정부는 육아도우미 지원시스템을 만들어 ‘육아지원 인력 파견사업, 시간제 보육 활성화’ 현재 시행중인 아이 돌봄 서비스를 영유아플라자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통해 무상보육 지원 예산을 줄이겠다는 방침입니다.

 

한편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고 돌봐줄 육아도우미를 고용하는 가정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육아 도우미 경력 시스템을 구성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지자체별로 거점형 아동복지센터를 설립해 1대1 맞춤형 가정내 양육 서비스를 제공하여 어린이집 보육수요를 줄인다는 방침도 세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정도 대책으로 어린이집에 몰려나온 보육수요를 줄이고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시설은 만들고, 기구를 늘리고 인력을 배치하는데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겠지만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나만 손해'라고 생각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돌려놓기는 어려워보입니다.

 

지금 보육대란이 벌어지게 된 것은 0~2세 아이를 엄마들이 보육시설로 몰려나온 것은 집에서 키우면 정부의 무상보육 혜택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고, 보육시설에 맡기면 매월 28만 6천원 ~ 39만 4천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육시설에 몰려나온 아이들을 엄마품으로 돌려보내려면, 엄마가 키우는 아이들, 할머니나 가족이 돌보는 아이들도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과 똑같이 지원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지원되는 월 28만 6천원 ~ 39만 4천원의 70~80%라도 지원되어야 가정으로, 엄마품으로 아이들을 돌려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보육시설 안 다니는 아이들 똑같이 지원해야 가정 양육 회복된다

 

엄마가 키우는 아이들, 직장에 다니는 엄마 대신에 할머니나 외할머니 이모나 고모 등 친척들이 육아도우미 역할을 하는 아이들은 정부의 무상보육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한 보육시설에 몰린 아이들을 돌려보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육아지원 인력 파견사업, 시간제 보육 활성화’, ‘육아도우미 등록제’와 같은 허울뿐인 정책이나 지자체별로 만드는 거점형 아동복지센터 설립 같은 대책으로는 절대로 이미 보육시설로 몰려나온 아이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복지의 핵심 문제는 돈입니다. 가정양육의 질이 높다는 것을 뻔히 다 알고 있지만,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과 엄마나 가족이 돌보는 아이들을 차별 없이 지원하지 않으면 보육시설 지원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정부는 내년부터 소득하위 70%에게 지원하게 되어있는 0~2세 양육수당 지원도 소득계층별 부담의 공정성을 고려해 재정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합니다. 정밀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지원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방침과 달리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내년부터 소득계층에 관계없이 모든 0~5세 아이들에게 월 10만원의 양육수당을 지원하기로 공약하였는데,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논란이 확대되는 과정에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총선에서 공약한 무상보육을 계획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예산문제가 걸려있기는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내놓은 공약을 거둬들이기는 어려워보입니다. 더군다나 대선후보로 확실시 되는 박근혜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공약 이행’을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복지 후퇴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무상보육 문제와 양육수당 문제는 별개의 문제로 검토할 것이 아니라 한 묶음으로 검토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보육시설에 몰린 수요를 가정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도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보육시설에 다니지는 아이들은 무상보육 예산을 현재와 같이 차별 없이 지원하고, 대신 보육시설에 다니지 않고 엄마나 가족들이 돌보는 아이들은 무상보육예산의 70~80%예산을 양육수당으로 차별 없이 지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들어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하하고 종합부동세를 없애는 바람에 16조원의 세수가 줄어들었으며, 4대강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습니다. 재원마련은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이루어진 감세정책을 철회하고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도록 하면 되는 일입니다. F-35 차세대 전투기 도입에만 8조 3000억원을 쏟아붓는 마당에 돈이 없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