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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럼

야박한 인심 드러난 마창대교 개통기념 시민걷기대회

by 이윤기 2008.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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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에는 마창대교 개통기념 시민걷기대회가 있었습니다. 마산, 창원을 합쳐서 5,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이 날 행사는 다리개통을 축하하고, 마산과 창원 시민들 화합과 우의를 다지고 안전을 기원하는 행사로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비가 오는 굿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참가하여 성황리에 행사가 개최되었습니다. 양시에서 각각 출발식 행사를 진행한 시민들은 걸어서 다리를 건너며, 마창대교 경계지점에서 ‘화합을 다짐하는 만남’의 행사도 공동으로 진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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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 때, 마산시민들은 걸어서 마창대교를 건너 창원까지 다녀오고, 창원시민들은 걸어서 반대편으로 마창대교를 건너갔다가 돌아오도록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산시민들이 걸어서 마창대교를 건너 요금소가 있는 창원쪽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 이해할 수 없는 방송안내가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마산에서 오신 시민들은 음식을 드시면 안 됩니다. 마산에서 오신 분들은 다시 마산으로 가셔서 마산쪽에서 준비한 음식을 드시기 바랍니다.” 하는 안내방송을 거듭해서 하고 있었습니다.

행사장에는 막걸리와 수박, 두부와 같은 간단한 요깃거리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걷기대회 행사를 마치고 시민들과 함께 막걸리 잔을 돌리며 뒤풀이를 할 계획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마창시민들의 화합을 다지는 마창대교 걷기대회 행사를 진행하면서, 마산시민들은 창원에서 준비한 음식을 먹어서는 안된다며, 얼른 걸어서 마산으로 돌아가서 마산에서 준비한 음식을 먹으라고 쫓아내는 방송을 반복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습니다.

이건 도저히 이웃끼리 다정하게 사이좋게 지내자고 하는 행사라고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제 생각에 안내방송은 이렇게 되었어야합니다.

“마산에서 오신 마산시민여러분 !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마창대교를 걸어서 건너 창원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여기 부족하지만 창원시민들이 준비한 막걸리와 간단한 안주가 있으니 목이라도 축이고 돌아가십시오.” 이렇게 했어야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시민들은 창원측 관계자들에게 항의하는 작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더군요.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마산쪽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마창대교를 건너갔다가 마산 행사장으로 돌아왔을 때, 마산시민들에게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자는 방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창원시민들을 대접하는 인심을 발휘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날 음식이 많이 남았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마산시민들이 창원으로 갔을 때, 혹은 창원시민들이 마산으로 왔을 때, 환영하는 글귀를 담은 현수막도 한 장 걸려 있지 않을 만큼 야박한 인심을 확인하게 해주는 행사였습니다.

한편, 이 날 행사장는 시민단체회원들이 ‘마창대교 통행료’를 인하하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었는데, 인사말을 하러 나온 모 국회의원이 시민들에게 “통행료를 낮추면 민자사업자가 적자를 보게 되고 결국 시민 세금으로 메꾸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대로 다리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통행료를 많이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일방적으로 시민단체 주장을 왜곡하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국회의원의 주장은 절반만 옳은 이야기 입니다. 통행료가 너무싸서 적정이윤이 발생하지 않아서 적자를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통행료가 너무 비싸서 이용률이 떨어져도 마찬가지로 회사는 적자를 보게 됩니다.

말하자면, 통행료가 비싸서 시민들이 마창대교를 이용하지 않으면, 그 때는 다리 건너지도 않고 쳐다보기만 하고도 시민세금으로 모두 메꾸어 주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 입니다.

일부 관료와 시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비싸면 이용 않으면 되는 일이 아닙니다. 통행료가 비싸서 아무도 이용하지 않아도 결국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민단체와 상공회의소에서는 적정한 통행료를 부과해서 마창대교를 활성화시켜 이후에 더 이상 시민 세금으로 민자사업자의 손해를 보전해주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것 입니다.

마창대교 정식 개통을 앞둔 지금은 ‘비싸면 안 건너면 된다’ 하는 무관심한 방관자의 자세를 버리고, 더 이상 시민 세금으로 적자를 부담하지 않을 수 있는 올바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혜와 마음을 모아야 하는 때라고 생각됩니다.


*** KBS 창원 라디오 '생방송 경남' 시민기자칼럼 7월 8일 방송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