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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자전거 국토순례

자전거 국토순례 500km, 이제 엉덩이가 문제다

by 이윤기 2012.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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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순례 5일차, 천안 한국과학기술대학을 출발하여 수원을 거쳐 성남YMCA 회관까지 가는 일정이었습니다.

 

전날까지 매일 90km 넘게 라이딩을 이어 왔습니다만, 이날은 천안을 출발하여 수원을 거쳐 성남까지 가는 약 72km 구간으로 전체 일정 중에서 가장 거리가 짧은 날입니다.

 

특히 늦은 점심식사 장소인 수원YMCA까지는 56km를 달려야 하지만 점심을 먹고 오후에 성남YMCA까지는 15km 정도에 불과하여 가장 부담이 적은 날이었습니다.

 

전체 코스가 짧았기 때문에 천안 출발부터 다른날 보다 30여분 정도 여유있게 출발하였습니다. 천안시 성환문화회관에서 첫 번째 휴식을 하고 평택, 오산을 거쳐 수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수원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오후 4시가 지나 성남으로 출발하였는데도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성남YMCA에 도착하였습니다.

 

마침 일요일인데다가 국토순례 참가자가 많은 경기도 지역에 들어서자 수원, 성남에는 많은 학부모들이 나와서 뜨거운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국토순례 후반부로 갈수록 참가 청소년들의 라이딩 실력이 좋아지기 때문에 평균속도도 조금씩 빨라지게 됩니다. 창원을 출발할 때의 평균 속도는 13~14km에 불과하였지만, 수원을 거쳐 성남으로  가는 이날은 평균 속도가 20km를 넘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국토순례 후반부...자전거 속도는 빨라지지만 고통스런 엉덩이 통증은 피할 수 없어

 

가파른 오르막길도 없고, 참가 청소년들의 체력도 하루하루 좋아졌기 때문이지요. 또 성인과 달리청소년들은 회복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웬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있어도 적절한 휴식만 취하면 금새 다시 몸을 회복하곤 하였니다. 아이들은 기진맥진 하다가도 30분 ~ 1시간 정도만 휴식을 취하고나면 뛰어다니고, 장난도 치고 농구같은 몸을 많이 쓰는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토순례가 끝날 때까지 해결되지 않는 고통도 있습니다. 허벅지나 종아리가 아픈 아이들, 어께가 아픈 아이들, 손목이 아픈 아이들, 엉덩이나 사타구니가 아픈 아이들, 몸 여기저기에 땀띠가 나서 힘든 아이들, 이런 아이들은 국토순례가 끝날 때까지 통증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전거는 걷기나 달리기와 달라서 웬만해서 허벅지나 종아리 근육이 뭉치거나 알이 베는 일은 없습니다.  아이들 중에는 허벅지나 종아리 근육통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있기는 합니다만, 허벅지나 종아리 근육이 뭉쳐 자전거를 못 타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다만 종아리, 허벅지 등에 '쥐'가 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쉬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평소에 자전거를 많이 타지 않았던 아이들의 경우, 무리한 라이딩으로 '쥐'가 난다고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견디기 힘든 통증,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통증은 바로 엉덩이 통증입니다. 처음엔 자전거 안장에 앉아 있는 사람의 체중을 지탱하는 엉덩이가 아파서 힘이 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엉덩이에 땀이 차기 때문에 짓무르기도 하고 땀띠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흘, 나흘이 지나면서 환자를 후송하는 대열 후비의 지원차량에 가장 많이 몰리는 환자는 엉덩이 통증을 호소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역시 장거리 자전거 국토순례는 결국 엉덩이 통증이 가장 문제입니다. 어깨나 손목 등의 통증도 견디기 쉬운 것은 아니지만 가장 힘든 통증은 그래도 엉덩이 통증입니다.

 

 

"선생님은 엉덩이 안 아파요?"

 

창원을 출발하여 5일째, 자전거를 타고 400km 이상을 달렸기 때문에 대부분 엉덩이가 아픈 시기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는 차라리 고통이 덜 하지만, 오히려 휴식을 하고 다시 안장에 엉덩이를 올릴 때가 더 고통스럽습니다.

 

고통을 참고 한 참 패달링을 하다보면 지긋히 계속되는 통증이 쭈욱 이어집니다. 엉덩이 통증은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심하게 고통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전거를 계속 타고 가는 한 별다른 대책이 없습니다. 그냥 중간 중간 엉덩이를 자주 안장에서 들어 바람이 통하도록 해주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냥 통증도 힘들지만 땀이 차서 땀띠가 나거나 화상처럼 짓무르는 경우에는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저녁마다 찬물에 샤워를 하도록 지도하지만 아침부터 다시 자전거를 타면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고통이 시작됩니다.

 

장거리 자전거 라이딩은 결국 엉덩이가 문제입니다. 평소에 자전거를 많이 타고 엉덩이를 단련시킨 사람들의 경우 통증이 조금 덜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더 힘든 시간을 보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엉덩이에 패드가 붙은 라이딩 바지를 입고, 안장에 젤패드를 붙이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해오는 참가자들도 있지만, 결국 엉덩이 통증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임진각까지 남은 일정은 하루, 새벽에 출발하면 하루 만에 100km를 달려야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마음속에는 국토순례 완주에 대한 기대로 가득차 있습니다. 엉덩이가 아파서 자전거를 못 타는 일은 없지만, 결국 완주 성공 여부는 엉덩이 통증을 어떻게 잘 이겨 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처음엔 꾀를 부려 몸이 아프다고 하면서 지원차량에 탑승하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하루 하루 지날수록 다리에 힘도 붙고 자신감도 생기는지 언덕 길이 나타나도 포기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겠다는 아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임진각까지 완주에 성공하려면 결국 엉덩이 통증이 관건입니다. 오르막 길이야 자전거를 끌고라도 넘어가면 되지만, 엉덩이 통증을 이겨내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선생님은 엉덩이 안 아파요?'하는 질문입니다.

 

그때마다  "왜 안 아파, 우리도 엉덩이 아프다. 우리도 힘들어 죽겠다"하고 대답합니다. 선생님도 똑같이 엉덩이가 아프다고 하면 위로가 될까요? 사실 아이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평소에 자전거를 웬만큼 많이 탔다고 하더라도 엉덩이 통증은 누구라도 피해가기 어렵습니다.

 

 

 

마지막 밤, 플래시몹 공연, 캔들 파이어, 국토순례 영상

 

천안에서 성남까지 라이딩 코스가 짧은 대신 이날 밤에는 여러가지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난 아이들은 오리역 광장에 나가 그동안 연습했던 플래시몸 공연을 펼쳤습니다. 국토순례 단체 티셔츠를 속에 감추고 오리역 광장을 어슬렁거리던 아이들이 음악 소리를 신호로 플래시몹 공연을 펼쳤습니다. 

 

공연이 있을 거라는 것을 다 알고 기다리던 경기도 지역 참가자 학부모들이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으로 아이들의 공연을 격려해주었습니다. 충분한 연습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공연의 완성도는 미흡하였지만 200명의 참가자가 만들어내는 집단의 역동성 같은 것이 큰 에너지를 만들어냈습니다.

 

동작이 조금 틀리면 어떻습니까? 200명이 함께 춤을 추니 틀린 사람 보다는 맞는 사람이 더 많은걸요. 동작이 틀린 사람도 다음 동작에는 옆 사람을 보며 맞춰 갈 수 있습니다. 틀린 동작, 엉성한 동작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즐거움을 주더군요.

 

연습 때 소극적이었던 청소년들도 막상 거리 공연을 한다고 하자, 배낭에서 온갖 소품을 찾아내어 변장을 하고 나와서 연습 때보다 훨씬 신나고 즐겁게 공연을 진행하였습니다.

 

 

 

 

플래시몹 공연 후에는 경남 창원에서 모여 성남까지 지난 6일 동안의 여정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서 자신들의 모습에 감동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말 힘들었는데, 영상으로 보니 더 감격스럽다"는 아이들의 표현이 딱 맞더군요. 

 

장면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은 때로 탄식하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 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하기도 하였습니다. 힘차게 패달을 밟고 달리는 멋진 장면이 나올 때는 아이들 표정도 함께 밝아지고 힘든 오르막 길은 넘는 장면에서는 그 때를 생각하며 안타까워 하였습니다.

 

국토순례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했던 힘든 시간과 짧은 시간에 쌓은 우정을 오래 기억하리라 다짐하면서 '캔들파이어'를 마치고, 야간 개장 한 수영장으로 가서 더위를 식힌 후에 아쉬운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