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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롯데백화점이 공공건물이라고?

by 이윤기 2012.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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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창원시청광장 옆 공공도로 지하 구간에 롯데백화점이 본관과 신관(옛 애플타운)을 연결하는 지하통로 개설 추진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롯데백화점 본관과 신관을 연결하는 지하 통로로 공사로 알려진 이번 건축허가는 롯데 마트 신관(옛 애플타운)에 대한 증축허가와 두 건물을 연결하는 너비 5미터, 길이 10미터의 지하통로 공사라고 합니다.

 

창원시는 7월 20일  경상남도의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친 지하연결 통로 개설에 문제가 없다며 허가를 내 주었는데, 관할 구청인 성산 구청이 도로점용 허가 상에 문제가 있다면서 불허 결정을 내려 공사에 제동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인 통합진보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공공도로의 지하 공간을 사적인 영업 공간으로 허가해서는 안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시민단체들은 "공공도로의 지하공간을 사기업의 영업 공간 혹은 영업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공간으로 내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 반대로 롯데 측은 "불특정 다수의 고객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배타적 상업공간이 아닌  공공적 성격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롯데측의 이런 주장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억지 논리입니다. 첫째, 롯데백화점을 이용하는 고객은 불특정 다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고객층이 정해져 있습니다. 늘 롯데백화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주로 롯데백화점을 갑니다.

 

둘째, 이 지하통로가 공공적 성격도 있다고 주장하려면 롯데 백화점을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예컨데 마산합성동 지하상가처럼 점포가 문을 닫은 후에도 시민들이 지하보도를 이용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일 때 '공공적 성격'을 주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롯데백화점 본관과 신관을 연결하는 지하통로를 불특정 다수의 고객이 이용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논리에 불과합니다. 롯데백화점을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지하통로가 아니라면 '불특정 다수 이용'같은 억지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서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민감한 허가를 내주면서 창원시가 시민 여론을 수렴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특정 기업에게 특혜에 가까운 허가를 내주면서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여론에 조금도 주목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불법이냐 합법이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로의 지하공간을 특정 기업에게 내 주는 문제에 대하여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은근 슬쩍 추진하였다는 것이 참 어이가 없습니다.(아마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연결하는 훨씬 규모가 큰 지하통로도 문제없이 만들었으니, 이번에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산구청이 지난 5월에 굴착 심의를 하였다는 언론보도를 보면 이번 지하통로 공사 허가 문제는 벌써 몇 달전부터 추진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경상남도의 건축심의와 교통영향 평가를 모두 문제 없이 통과하였다는 것도 참 납득이 잘 안 됩니다.

 

물론 직접적인 허가 당사자는 창원시 입니다. 이런 민감한 허가를 내주면서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것은 참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창원시가 지금이라도 좀 더 정확하게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것은 롯데백화점이 지하 통로를 만들게 되면 창원시 소유의 도로 지하의 공간을 사용하는 점용료는 얼마나 부담하는지가 가장 궁금합니다.(쥐꼬리만한 점용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짐작합니다.)

 

만약 쥐꼬리만한 도로 점용료를 부담하고 지하통로를 만들어서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롯데가 아닌 다른 개인이나 기업에대 도로 지하를 법적인 요건만 갖추면 사용할 수 있게 해줄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아무리 좋게 봐 주려고 해도 롯데가 기업의 이윤을 높이기 위하여, 백번을 양보해도 롯데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의 편리를 위하여  공적인 재산을 사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욕심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것처럼 "롯데 측의 선행적인 지역 공헌 조처"를 전제로 특혜를 주는 것도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공헌을 하더라도 결국은 롯데측의 이익이 그 보다 많을 것이기 때문에 특혜라는 사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롯데는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창원시와 좋은 인연이 별로 없습니다. "롯데마트 건축을 둘러 싼 창원시와의 소송전, 창원 연고 프로야구단 창단 반대, 비정규직 대량 해고"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을 연결하는 지하통로를 만들면서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 횡단보도 이설로 구설수에 오른 일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 횡단보도 이전도 롯데측에 특혜를 준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창원시가 또 다시 롯데에 특혜를 줄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