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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운전 중 DMB 시청 단속 불가능 하더라

by 이윤기 2012.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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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DMB를 시청하면서 화물차를 운전하던 운전자가 상주시청 사이클 선수단을 덮쳐 세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사고 직후 운전 중 DMB 시청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행정안전부가 '운전 중 DMB를 비롯한 영상기시 사용을 단속하고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9%가 운전을 하면서 DMB를 시청했던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87%는 처벌 조항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그러나 일선 경찰을 비롯한 교통전문가들 중에는 운전 중 DMB 시청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운전 중 휴대전화 단속 규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달리는 차량에서 이루어지는 휴대전화 통화를 단속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인 것과 똑같이 DMB 시청 단속도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경상남도 운전 중 DMB 시청 단속 두 달 동안 한 건도 없었다

 

최근 경상남도에서는 실제로 '운전 중 DMB 시청 단속이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사례가 확인되었습니다.

 

상주 시청 사이클 선수단 사고 이후 운전 중 DMB 시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경상남도가 앞장서서 6월 1일부터 영업용 자동차에 대한 'DMB 시청을 단속하고 최고 1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경상남도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도지사나 시장, 군수로부터 운송사업 면허를 받았거나 등록한 여객운송사업자에 대해 여객운송종사자가 운전 중 DMB 시청을 금지하도록 하는 여객운송사업 개선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이행하지 않으면 단속과 처벌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택시, 시내버스, 시외버스, 농어촌버스, 마을버스, 전세버스, 특수버스, 개인택시, 공항버스 등 한정 면허를 받은 운송사업자에 속한 운전자들이 운전 중에 DMB를 시청하면 최고 60일의 영업정지와 120만원의 과징금을 물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6월, 7월까지 두 달이 훨씬 넘게 지났지만 경남도와 창원시에서 '운전 중 DMB 시청으로 적발된 영업용 자동차'는 단 한 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경상남도에 확인 결과 "지난 2달 동안 DMB 시청으로 적발된 차량은 단 한 대도 없고, 현실적으로 단속이 불가능하더라"고 하였습니다.

 

 

 

또 시내버스와 택시에 대한 단속과 처벌 권한을 가진 창원시 담당자에게 확인하였을 때도, "시내버스의 경우 DMB 장비를 설치하지 않으며, 택시의 경우 승객들이 신고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아울러 6, 7월 두 달 동안 운전 중 DMB 시청은 단 한 건도 적발하지 못하였고, 현실적으로 공무원들이 DMB 시청을 단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현실적으로 단속이 불가능하기도 하였지만 단속을 하겠다는 의지도 없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경상남도가 지난 6월 1일부터 영업용 차량에 대한 DMB 시청을 단속하겠다고 나선 것은 '엄포'에 불과하였습니다. 운전 중 DMB 시청 단속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에 영합하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였던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상남도만 탓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행정안전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한 DMB 시청도 똑같은 결과로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경상남도가 영업용 자동차에 대한 단속을 공언하였으나 두 달 동안 단 한 건도 적발하지 못한 전철을 똑같이 밟게 될 거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무 실효성 없는 운전 중 DMB 시청 단속 규정을 만들겠다고 행정력과 국가예산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운전자 시야 내에 DMB 등 화상 표시장치 설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내비게이션(길 안내) 이외의 기능은 포함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운전 중 DMB 시청을 막겠다는 정부의 노력이 공염불로 끝나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