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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성삼재 입구 문화재관람료는 불법 판결났다는데?

by 이윤기 2012.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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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삼재 입구 천은사, 등산객도 문화재관람료 1600원 내고 가라

 

국립공원구역 안에 있는 사찰을 지날 때, 문화재관람료를 내라는 요구을 받고 황당하거나 불쾌한 경험 있으신가요?

 

지난 8월 중순 제가 일하는 단체 회원들과 지리산 노고단을 다녀왔습니다.

 

저희 일행은 차를 타고 성삼재 주차장에 내려 노고단까지 등산을 하러 갔었는데, 성삼재 입구에 있는 천은사라는 절에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더군요.

 

절에 가는 것이 아니라 노고단 등산을 하러 간다고 말했지만 막무가내로 어른 1명당 1600원씩 문화재관람료를 받아갔습니다.

 

오늘은 국립공원 구역 안에 있는 사찰들이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문제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2007년에 국립공원 입장료가 일제히 폐지되면서 지금은 사찰에서 직접 문화재관람료를 별도로 징수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리산 노고단 입구에 있는 천은사, 설악산 신흥사와 같은 절 입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 직원들과 등산을 하는 등산객 사이에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기고 있습니다.

 

등산객들은 사찰에 가는 것도 아니고 문화재를 관람하는 것도 아니며 등산을 하러 가는 등산객들에게 문화재관람료를 받아 챙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불교계에서는 사찰 경내의 광대한 토지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도로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별도의 적절한 보상도 없었기 때문에 사찰 땅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는 주장입니다.

 

순천지법, "천은사의 등산객에 대한 문화재관람료 징수는 불법" 판결

 

아울러 사찰이 보유한 수많은 문화재의 유지, 관리를 위해서는 적잖은 비용이 필요한데 이를 충당하기 위한 별도의 정부 지원이 없는 한 관람료 징수는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2007년 이후 이 같은 마찰과 대립이 계속되고 불교계와 국민들의 갈등으로까지 확산되었으며 급기야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사찰 경내를 통과하는 등산객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획일적으로 받아온 행위가 불법적이라는 생각을 가진 등산객들이 지리산 천은사와 전라남도를 상대로 부당한 관람료 징수에 대하여 소송을 내어 승소하였기 때문입니다.

 

네, 제가 격은 일과 비슷한 일을 경험한 순천에 사는 강모 씨 등 74명은 저희 단체 회원들과 마찬가지로 2010년 12월 천은사 경내인 지리산국립공원 지방도를 거쳐 지리산 성삼재를 등반하려다 문화재 관람료를 내지 않으면 도로를 통과할 수 없다는 천은사 측 요구에 따라 1600원씩을 냈다고 합니다.

 

그 후 이들은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고 도로만 단순히 지나는데도 관람료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천은사와 도로관리청인 전남도를 상대로 5700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1년6개월 만에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으며, 관람료 1600원과 위자료 10만원씩을 받으라는 판결을 얻어 낸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6월에 순천지법에서 이런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리산 천은사에서는 8월 중순 저희 단체 회원들이 성삼재로 올라갈 때도 버젓이 문화재관람료를 받아챙겼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이런 판결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들에게 계속해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 챙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자연공원법 개정하여...문화재관람료 징수 법적으로 뒷받침

 

천은사 측이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는 것은 정부가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순천지법의 판결이 이루어지는 동안 환경부는 전국의 국립·도립·군립공원 등 70여개 자연공원 안에 위치한 사찰 소유의 땅이 '문화유산지구'로 지정하여 해당 사찰은 내년 6월부터 이곳을 통과하는 등산객 등에게 입장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자연공원법을 개정하여 전국 20개 국립공원에 위치한 330여개 사찰 가운데 문화재를 보유하거나 전통 사찰로 지정된 109개 사찰과 24개 도립공원과 27개 군립공원 내의 전통 사찰 등 전국 200여개 사찰을 문화유산지구로 지정한다는 계획입니다.

 

법이 정부의 계획대로 개정될 경우, 이들 사찰의 주지(住持)는 문화유산지구를 드나드는 등산객 등으로부터 입장료를 징수할지 여부와 입장료 금액 등을 사실상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 되고 등산객 입장에서 보면 지난 2007년 폐지된 국립공원 입장료 제도가 징수 주체만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해당 사찰로 변경되고 다시 돈을 내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 법원에서 등산객에 대한 문화재관람료 징수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는데도 불구하고 불교계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정부의 자연공원법 개정안은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사찰이 소유한 역사 문화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관리하기 위한 비용은 정부가 부담하더라도 등산객에 대한 문화재 관람료 징수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