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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헬멧 안 쓰고 자전거 타는 시장님, 참 보기 좋습니다

by 이윤기 2012.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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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 창원 만남의 광장과 시내 일원에서 '평상복차림 시민자전거 대행진'이라는 매우 의미있는 행사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날 오래 전부터 계획된 지리산 산행 약속이 있어서 행사에 함께 참가는 못했지만 행사의 취지에는 크게 공감하였습니다.

 

사실 자전거 동호인들처럼 쫄바지에 저지 셔츠입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자전거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니라 레저와 취미생활에 머무르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전거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평상복을 입고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창원시가 이번 행사를 마련한 것도 같은 취지라고 생각됩니다.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등 유럽의 자전거 선진국들을 보면 출퇴근 시간에 평상복 입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도로에 가득합니다.

 

창원시가 국내에서는 가장 앞장서서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도입하는 등 자전거 도시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길이 멀기만 합니다.

 

창원시가 공영자전거 누비자 수천대를 도입하면서 '자전거 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통근통학을 위한 자전거의 수송분담율은 1.95%(전국평균 1.55%)에 불과하였기 때문입니다.

 

창원시청 누리집에 마침 지난 9월 1일 창원시에서 개최된 '평상복차림 시민자전거 대행진' 행사 사진이 실려있습니다. 자전거 타기와 자전거 정책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라면 이 사진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상복 입고 헬멧 안 쓴 시장님 참 보기 좋습니다"

 

이 사진을 보시면 박완수 창원시장과 배종천 창원시의회의장을 비롯한 이른바 내빈들과 행사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은 평상복 차림이지만, 자전거 동호인들은 자전거 타기에 편리한 유니폼을 입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바로 헬멧입니다. 박완수 시장, 배종천 의장을 비롯한 내빈들은 평상복을 입고 헬멧도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행사에 참여한 자전거 동호인들이나 시민들 중에는 헬멧을 착용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한 장의 사진에는 헬멧을 착용하고 자전거를 타는 내빈들과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섞여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평상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내빈들은 평소에 자전거를 잘 타지 않는 분들이라고 생각됩니다. 박완수 시장, 배종천의장은 이날 처럼 행사가 열릴 때만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도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날은 행사를 위해서 창원시가 창원중부경찰서 협조를 받아 각 구간별 교통신호 통제와 안내요원 배치, 안전선 설치, 구급차 대기 등 안전대책을 마련하였기 때문에 헬멧을 안 쓰고도 자전거를 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늘 자전거를 타는 동호인들은 창원시내에서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착용하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날 행사에는 창원시 생활자전거타기실천연합 산하 62개 읍면동 회원과 자전거연합회원, 일반시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하였는데,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맨 앞줄에 있는 박완수 시장, 배종천의장 등 내빈들만 빼고는 대부분 헬멧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박완수 시장이나 배종천 의장이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자전거를 탔다는 것을 탓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님, 의장님이 헬멧을 쓰지 않고 자전거를 타셨던 것처럼, 평소에 시민들도 헬멧을 안 쓰고 자전거를 타도 될 만큼 안전한 자전거 도시를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자전거를 즐겨 타는 시민들은 창원시내 곳곳에 있는 입체교차로, 터널, 다리를 지나갈 때마다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합니다.  언제 건물에서 보행자가 뛰어 나올지 모르고, 언제 빌딩 지하 주차장에서 차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보행겸용 엉터리(?)자전거 도로 공사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선진 자전거 도시들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평상복을 입고 자전거를 탈 뿐만 아니라 헬멧도 착용하지 않습니다. 시민들에게 헬멧을 쓰고 개인의 안전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헬멧을 쓰지 않아도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안전한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우선 교통 신호체계, 자전거 우선 통행 교차로 등 평상복 입고, 헬멧 안 쓰고도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도입해야 할 교통정책, 자전거 정책이 많이 있습니다.

 

창원 시민들이 사진 속의 시장님이나 의장님처럼 평상복 입고 헬멧을 안 쓰고도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평상복 입고 자전거 타는 도시 헬멧 안쓰고 자전거 타는 도시'를 자전거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평상복 입고 헬멧 안 쓰고 자전거 타는 시장님 정말 보기 좋습니다.

 

시민들도 1년 내내 시장님 처럼 평상복 입고 헬멧 안 쓰고 자전거 탈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