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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생활 윈윈하는 비법은?

오늘 당신의 퇴근은 몇시입니까?

 

늘 피곤하고 바쁘신가요?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요?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밤늦게 퇴근하고 아침 일찍 출근하며 가족과 함께 지낼 시간이 없다고요?

가족을 위해서 회사 일에 최선을 다하고 계신다고요? 그래서 어떤 때는 너무너무 중요한 회사 일 때문에 가족이 짐처럼 느껴지신 적도 있다고요?

 

토드 흡킨스와 레이 힐버트가 쓴 <청소부 밥>은 바로 이런 직장인들을 위한 책입니다. 토드 흡킨스는 전문 청소업체 오피스 프라이드를 운영하고, 레이 힐버트는 리더십 강의로 이름이 나있지요.

 

이 책은 '무엇이 행복인가'를 기준으로, 일에 쫓기며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삶을 돌아보는 책입니다. <청소부 밥>에 나오는 트리플에이사 젊은 경영자 로저 킴브로우 사장 역시 무척이나 바쁜 사람입니다. 그리고 늘 회사일 때문에 바쁜 사람입니다.

 

일만 하기 위해 살던 사장님, 가족을 돌아보다

 

이야기는 최고 경영자에서 은퇴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청소부 밥(밥 티드웰)과 그가 청소하는 건물에 입주해있는 트리플에이사 경영자 로저 킴브로우 사장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밥과 만날 무렵 로저의 모습은 이랬습니다.

 

"요즘엔 마치 일만 하기 위해 사는 것 같습니다. 집에 가면 아내와 딸들은 이미 자고 있죠. 주말에도 밀린 일을 하거나 전화기를 붙들고 시간을 보내야 돼요.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없어요." - 본문 중에서

 

그러던 어느 날,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며 '청소공연'을 하고 있던 밥과 로저가 사무실에서 마주칩니다. 탄탄하게 성장해가던 사업에서 은퇴한 후 건강에도 활력을 주고,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청소 일을 새로 시작한 밥은 청소를 공연을 하듯이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청소업무를 합니다.

 

밥은 늘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일하며, 직장 일에 지쳐있는 로저에게 '가정이나 직장에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여섯 가지 지침'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게 됩니다.

 

밥이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시절, 직장일에 푹 파묻혀 가족을 잊고 살아가고 있을 때, 그의 아내였던 앨리스가 가족의 존재와 행복한 삶을 깨닫게 해준 지침입니다. 밥은 젊은 시절의 자신처럼 일에 허덕이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로저에게 자신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었던 여섯 가지 지침을 전해주려고 합니다.

 

직장과 가정생활, '윈윈'의 비결은

 

일주일에 한 번씩 무슨 일이 있어도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매주 한가지씩 밥이 로저에게 전해주는 여섯 가지 삶의 지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지쳤을 때는 재충전하라 - 지친 머리로는 일할 수 없다.
▲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 일을 하는 진정한 목적은?
▲ 투덜대지 말고 기도하라 - 친구와 이야기하듯이
▲ 배운 것을 전달하라 - 아낌없이 전하라
▲ 소비하지 말고 투자하라 - 올바른 목적(행복)을 위해 투자하라.
▲ 삶의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라

 

로저는 밥에게서 전해 받은 지침을 한 가지씩 실천하면서, 직장일과 가정 일에 균형을 찾아가고, 아내와 아이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회복해갑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일은 로저가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 때문에 직장 일을 희생시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회사에 닥친 위기를 해결할 때에도 직원들이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나가게 됩니다.

 

청소부 밥이 전해주는 여섯 가지 삶의 지침이 만약 직장이나 가정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었다면 별 의미가 없었겠지요. 직장과 가정생활을 '윈윈' 할 수 있는 비법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로저는 밥이 전해주는 여섯 가지 지침을 실천하면서 더 가치있는 일에 투자하는 행복한 삶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이웃에 사는 앤드류에게 그 지침을 아낌없이 전달하는 노력도 함께 시작합니다. 왜냐구요? 여섯 가지 지침에 나와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이 충분히 짐작하듯이 이들은 모두 일과 가정생활에서 행복한 삶, 더 나은 삶을 찾게 된다는 것이지요. 처음 책을 읽을 때에는 참 따뜻한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행복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깨달음의 기회를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쓰기 위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문득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만약 밥이 성공한 사업가로 중년을 보낸 사람이 아니라 진짜 '청소부'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밥이 대학원 학위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로저는 밥이 전해준 여섯 가지 지침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스티븐 코비가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위한 지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회적 성공이란 말은 좀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세속적인 성공이지요.

 

밥이 진짜 청소부였다면, 로저가 노동자였다면?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만약 로저가 자신의 직장 스케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경영자가 아니었다면 어떨까요?

 

로저는 회사 업무 시간 중에 시간을 내서 딸 세라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프트볼 경기를 보러 갑니다. 이 일로 로저와 세라의 관계는 완전히 새롭게 회복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로저가 경영자가 아닌 노동자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회사 일을 하다가 잠깐 짬을 내어서, 혹은 외출 허가를 받고 딸 아이의 소프트볼 경기를 보러 갈 수 있는 노동자가 과연 있을까요? 아니면,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 노동자가 있을까요? 그럼, 현실에 그런 노동자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상상을 책으로 쓸 수 있는 작가는 있을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찾아주는 밥 아저씨와의 만남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야간근무와 주말·휴일 근무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야근, 특근을 하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을 만큼 임금수준이 낮기 때문에, 혹은 2교대, 3교대로 돌아가는 근무시스템 때문에, 혹은 조금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 노동시간을 늘이기 때문입니다.

 

사무직 노동자라 하더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회사가 요구하는 일들을 수행하려면, 혹은 남들처럼 진급도 하고 인정받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연장근무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회식도 일"이라는 광고 카피가 나왔겠지요.

 

이렇게 놓고 보니 <청소부 밥>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사장입니다. 대기업 사장, 중소기업 사장, 그보다 작은 자영업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자기가 의사결정권을 많이 가진 사람들입니다. 결국 자기 삶에 대한 의사결정권 중에서 많은 부분을 노동력과 함께 직장에 팔아버린 노동자들과는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맞벌이 가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많이 양보해 이 책에 나오는 밥 아저씨의 지침이 로저와 같은 경영자가 아닌 샐러리맨들에게도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맞벌이 가정인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입니다.

 

만약 로저의 아내가 로저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경영자이거나 혹은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아니면 샐러리맨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내와 남편이 둘 다 직장 일에 파묻혀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딸아이의 베이스볼 경기에 엄마 아빠가 서로 "당신이 가주면 좋겠어?"하고 미루는 상황이었으면 또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느 날은 남편이 늦게 오고, 어느 날은 아내가 늦게 돌아오고, 또다른 어느 날은 남편과 아내가 모두 늦게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남감해하는 부부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청소부 밥>에서 예를 든 로저 킴브로우 이야기는 "성공을 향해 숨가쁘게 달리다 지쳐 허우적대고 있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만 하지만,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성공을 향해 달리기보다는 그저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은 평범한 다수 사람들에게는 적절하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렇지만, "삶은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만끽하는 것"이라는 여섯 가지 지침에 담긴 뜻은 누구에게나 유용해 보입니다. 지금 당신이 지쳤다고 생각되면 먼저 재충전하세요.

 

 


청소부 밥 - 10점
토드 홉킨스 외 지음, 신윤경 옮김/위즈덤하우스

 







Trackback 1 Comment 6
  1. 노지 2012.09.13 08:56 address edit & del reply

    관련된 글이 있어 트랙백을 걸고 갑니다 ㅎ

  2. 에스원 2012.09.13 10:34 address edit & del reply

    삶은 천천히 만끽하며 즐길 줄 아는 것. 참 멋있는 말 입니다.

  3. 삼식 2012.09.13 10:46 address edit & del reply

    책벌레. 이윤기선생
    본인의 생활에서 범생 스멜이---

    • 이윤기 2012.09.14 18:30 신고 address edit & del

      책벌레라니요....겨우 한 달에 서너권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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