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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제주 여행

아름답다 못해 관능美를 발산하는 용눈이오름

by 이윤기 2013.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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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 ~ 4일까지 다녀온 제주 힐링 연수 첫 째날 마지막 일정으로 '용눈이오름'에 갔습니다. 용눈이오름은 바람을 찍은 사진작가 김영갑이 오랫동안 작품을 찍었던 장소입니다. 용눈이 오름을 직접 보고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가보면 여러 작품들의 촬영장소가 '용눈이오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원래 이번 연수는 대통령선거 다음 날 '멘붕'상태에 빠진 저희 단체 회원들이 오랫 동안 준비하던 해외연수를 취소하는 대신 급하게 결정한 '힐링' 연수였습니다. 심각한 대선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 치유'의 여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던 것이지요.

 

마침 최근에 읽은 <제주오름 걷기여행>을 보면 바로 그런 힐링 여행지로서 가장 적합한 장소가 제주 오름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문신기, 문신희 형제가 쓴 이 책의 부제는 '힐링여행으로의 초대'입니다. 위안과 치유의 여행지로 제주 오름을 꼽았는데, 여행에서 돌아와 생각해보면 용눈이오름에서 치유의 기운을 많이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오름 예찬론을 보면, "한라산이 제주이 아버지라면 오름은 제주를 키워 낸 어머니"라고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오름 곁에서 농사를 짓고, 소와 말을 기르고, 약초와 식수를 구하며 살았다. 그리고 죽어서는 오름에 묻혔다. 오름이 제주도이고 제주도가 오름이다."(본문 중에서)

 

 

제주에는 368개나 되는 오름이 있다고 하는데, 그 중 가장 아름다운 오름 중 하나인 '용눈이오름'에 갔습니다. 첫날 제주에 도착하자 마자 '4.3평화공원. '너븐숭이 4.3 기념관'을 견학하고 '동백동산 습지보호지역' 숲 길을 걸은 다음 용눈이 오름에 갔습니다.

 

앞서 소개한 <제주오름 걷기여행>에는 용눈이오름을 일컬어 '아름답다 못해 관능적이기까지 한', '여인의 알몸을 닮은 오름'이라고 평가 되어 있습니다. 김영갑은 이 용눈이 오름의 사진만 수만 장을 넘게 찍었고, 바로 이곳에서 자연을 통해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하지요.

 

"제주 동부에는 아름답다 못해 관능적이기 까지 한 오름이 있다. 끊어질 듯 휘어 감고 돌아 곡선이 어디까지 아름다울 수 있는지 최대한 보여주는 용눈이 오름이다."

 

 

용눈이오름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는데, 용이 누워 있는 모양을 닮았다,용이 누웠던 자리를 닮았다, 분화구의 모습이 용눈을 닮았다하는 여러 설이 있다고 합니다.

 

용눈이 오름은 표고 247m, 비고 88m의 아담한 오름인데, 생김새는 둥글고 주봉에 기생 화산인 알오름이 두 개가 딸려 있으며 용의 눈을 닮은 분화구는 3개라고 합니다.

 

 

용눈이 오름 건너편으로 보이는 다랑쉬오름입니다. 오후 5시가 다 도 되어 용눈이오름에 도착하였는데, 바람이 많이 불고 안개가 끼어 시야가 흐릿하였습니다. 높지 않은 곳이지만 용눈이오름에 올랐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다랑쉬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오름이지요. 용눈이오름에서 다랑쉬오름의 분화구가 정확히 마주보이더군요. 산정상의 분화구가 달처럼 보인다고 하여 다랑쉬오름이라고 한답니다.

 

 

함께 간 일행들이 용눈이오름 분화구를 향해 내려가고 있습니다. 소똥이 굴러다니고 있었고, 습기를 머금은 촉촉한 땅이었습니다. 이곳 분화구의 '기'가 세기 때문에 무속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더군요.

 

춥고 우중충한 날씨가 아니라 따뜻한 봄날이었다면 분화구 바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한가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싶은 상상을 하였습니다. 능선을 따라 걸을 때는 몸이 휘청일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었습니다. 김영갑의 사진에 담긴 그런 바람이 느껴지더군요.

 

 

아름답다 못해 관능적이기까지 하다고 표현하였던 용눈이 오름의 휘어감고 돌아가는 곡선의 일부입니다.

 

 

용눈이오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력발전 단지입니다. 안내를 맡은 제주생태관광 윤선생께서는 자연 경관을 헤치는 흉물이라고 하였는데, 바람으로 전기를 만든다는 것을 좋게 생각하였던 탓인지 제 눈엔 그리 흉물스럽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용눈이 오름의 S라인 너머로 바라보는 다랑쉬오름입니다. 많은 사진가들이 용눈이오름과 다랑쉬오름을 찍는 것도 바로 이런 아름다운모습에 매료되었기 때문이겠지요. 바쁜 일정 때문에 용눈이오름에 머무른 시간이 짧아 아쉬웠습니다. 아마 이 아쉬움 때문에 다른 계절에 다시 이곳을 찾게 되지 싶습니다.

 

 

사람이 서 있는 장소에 따라 용눈이오름은 정말 시시각각 다른 곡선을 보여줍니다. 뫼비우스이 띠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라보는 장소마다 봉긋한 가슴이 누워 있더군요.

 

 

앞에서 오름은 제주의 어머니라고 하였지요. 오름이 제주인들의 삶의 터전이었고 죽어서는 결국 오름에 묻혔다고 하였는데, 용눈이오름에도 무덤이 있습니다. 제주 사람들은 산담이라고 한다더군요. 멀리서 산담을 쌓을 돌을 옮겨와야 하기 때문에 '산담'을 두른 묘는 후손들의 살림살이가 넉넉하다는 뜻이기도 하답니다.

 

 

2월 1일 오후 용눈이오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제주는 겨울속에도 봄을 품고 있더군요. 서귀포 올레길을 걸을 때는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고, 동북쪽 용눈이오름에도 파란 새잎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나니 봄이 좀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커집니다. 따뜻한 봄이 기다려지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