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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백의종군 정동영, 정치도 훈수 두면 훤히 보이나?

by 이윤기 2012.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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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창원에서 개최된 정동영 전의원 블로거 간담회에 참여하였습니다. 경남 지역 블로거들과 정동영 의원의 만남은 2011년 7월 블로거 간담회로 만난 지 1년 3개월만에 다시 성사되었습니다.

 

2011년 7월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개최된 정동영의원 블로거 간담회를 하고 난 후에는 "국회의원은 한진중공업 같은 투쟁 현장을 다니는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현장인 국회에서 제대로 싸워 이겨야 한다"는 비판적인 글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동영의원의 제안을 두 번으로 나눠 포스팅하였습니다.

 

2011/07/13 - [세상읽기 - 정치] - 정동영의원, 손가락 말고 달을 보세요.

2011/07/14 - [세상읽기 - 정치] - 정동영, 재벌개혁 헌법 119조가 답이다

 

사실은 포스팅을 하지 않았지만 세 번째 글도 썼는데 지금까지도 비공개 상태로 제 블로그에 담겨 있습니다. 비공개로 남겨 둔 글은 4.11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전주를 버리고 서울에서 출마하는 문제 그리고 지금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문재인 후보가  쓴 <운명>에 나오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 문제를 다룬 글이었는데 차일피일 하다가 발행시기를 놓쳐 버렸습니다.

 

 

 

2011년 7월 간담회에서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번 간담회도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참여하였습니다. 큰 기대도 없고 별로 궁금한 것도 없었기 때문에 개별 질문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4.11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여 낙선하고, 대통령 후보 경선에도 출마하지 않은 채 말하자면 '백의종군'이나 다름없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는 정동영 전의원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흥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정동영 전의원은 겉으로만 보면 끈 떨어진 정치인이나 다름없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으나 이명박과 겨뤄 낙선하였고, 4.11총선에서는 서울에 출마하여 낙선하였습니다. 이런저런 다른 직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백의종군'이나 다름없이 대선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블로거 간담회에 참여해보니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대통령후보로 나섰을 때, 혹은 4.11 총선을 앞두고 블로거 간담회에서 만났을 때 와는 달리 여러가지 정치개혁 방안에 대하여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뭐가 이렇게 정동영 전의원을 달라지게 만들었을까요?

 

제 생각엔 지난 몇 년 동안 '한징중공업'을 비롯한 현장을 누빈 그의 경험과 더불어 그가 지금 '훈수' 두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선수가 아니라 훈수꾼이 되었기 때문에 조건과 현실로부터 자유로이니 유연한 사고가 가능해 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훈수에는 선수가 못 보는 길이 있고 답이 있다

 

바둑, 장기, 고스톱 같은 승부를 가리는 게임을 해보면 승부에 몰입 할 수록 다양한 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사람은 훈수 두는 사람 눈에는 뻔히 보이는 수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고스톱을 쳐도 구경꾼 눈이 더 밝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바둑판, 장기판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고수처럼 보일 때가 많이 있지요. 그렇지만 그 훈수 두는 사람도 막상 자기가 선수가 되면 승부에 몰입하게 되고 넓고 깊게 보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지요.

 

정치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걸음 물러나서 보면 정말 뭐가 중요한 것인지,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는 눈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정동영 전의원이 당을 이끄는 대표가 되었을 때,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때는 하지 못하던 정치개혁에 관한 비전을 쏟아내는 것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블로거 간담회에 참가 했던 한 블로거는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 정동영 의원이 대통령 후보가 되었어야 했다"는 칭찬의 말도 하더군요. 블로그 간담회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정치개혁의 제 1 과제로 '독일식,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 대표제' 도입 제안이었습니다.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잘라내고 지역 구도를 깨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안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제안처럼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소수 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고, 정당 득표율 만큼 의석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국민들에게 세상이 바뀌는 밑그림을 보여줘야 한다, 낡은 정치를 바꾸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말과 다짐이 아니라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는 국민의 쇄신 요구가 바로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잘라내고 구도를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정치개혁, 정당명부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시작하자 !

 

국회의원의 절반은 지역구에서 선출하고 나머지 절반은 '정당명부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선출하면 낡은 구도, 지역구도가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정당득표로 얻은 표만큼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고, 민주당은 영남에서 정당득표로 얻은 만큼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녹색당 같은 소수 정당들도 득표만큼 의원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아울러 '결선투표제, 대통령 4년 중임제' 같은 제도의 도입도 중요하지 않느냐는 블로거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역시 중요한 과제이지만 '개헌'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상기 시켜주었습니다.

 

독일식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선거법만 바꾸면 가능하기 때문에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의제로 내걸고 유권자들을 불러 모으고 감동적인 단일화를 이루어 대선에 승리해야 한다고 제안하더군요.

 

아울러 정당 내부 개혁의 과제는 공천권 문제를 핵심으로 짚으면서 상향식 공천 체제를 도입하고, 지역과 인물 중심 정당에서 가치, 생활 중심 정당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지난 일요일, 정동영 의원이 간담회에서 '정당명부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주쯤 문재인 후보가 정책제안을 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명으로 늘이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과 같은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 아니라 정동영의원이 제안(학계, 시민사회도 오래전부터 제안하였던)하였던 '정당명부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수 있느냐 여부인 것 같습니다.

 

정동영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유일한 공은 지난 5년간 국민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심화학습을 시킨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좋은 조건에서도 야당이 승리하지 못하면 우리 미래에 희망을 찾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복지와 세금문제, 비정규직 문제, 남북 문제에 대하여 귀담아 들어 두어야 할 만한 '훈수'를 알려주었습니다. 원래 훈수는 뺨맞고도 두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뺨을 맞더라도 좋은 수를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혹은 뺨을 맞더라도 옮은 말을 한다는 의미로 확장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다음에는 복지와 세금문제, 비정규직 문제, 남북 문제에 대한 정동영 전의원의 훈수도 정리해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