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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일본 자전거 여행

70년대 추억 파는 마을박물관, 쇼와노마치

by 이윤기 2012.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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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자전거 여행 ⑥ 분코타카다시, 쇼와노마치 관람

 

자전거 일본 여행, 넷째 날은 아침 9시에 문을 여는 쇼와노마치 관람에 일정을 맞추다보니 여행 중 가장 여유롭게 아침 일정을 시작하였습니다.

 

아침 밥을 먹고 자전거를 타고 분코타카다 시가지를 둘러보았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군청 소재지 정도 되는 규모였습니다. 시가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주택가 사이사이에도 농지가 있는 시골 동네였습니다.

 

분코타카다 시가지를 흐르는 큰 하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반가운 간판을 발견하였습니다. "비핵평화선언도시'라고 씌어진 간판이었습니다. 다른 설명이 없어 더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습니다만, 어쨌든 분코타카다는 비핵평화선언을 도시였던 것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생긴 경각심 때문에 비핵평화선언이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핵무기의 피해를 직접 경험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 전부터 비핵평화선언이 이루어진 것인지 확인은 못하였습니만, 아무튼 반갑고 기분 좋은 간판이었습니다.

 

 

 

급격한 도시화로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난 이후, 노령화된 농촌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사업으로 '쇼와노마치'를 조성하는 사업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쇼와노마치는 1960-70년대인 쇼와 시대의 거리라는 뜻입니다. 썰렁해진 시골동네에 관광 수익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사업인데, 적지 않은 방문객들이 찾아오는 성공한 사례인듯 하였습니다.

 

쇼와노마치는 쇼와시대의 상점과 주택으로 꾸며진 거리 풍경부터가 이채롭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다리 역시 쇼와시대를 재현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옛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런 다리였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면 쇼와노마치로 연결 되는 길입니다.

 

 

 

쇼와노마치 전시관이 문을 여는 아침 9시에 딱 맞추어 도착하였습니다. 쇼와시대의 거리, 쇼와 시대의 가정집을 비롯하여 쇼와시대의 잡지, 음반, 장난감과 생활도구, 자동차, 놀이감 같은 것들이 가득찬 근대 민속박물관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넷째날은 나카츠를 거쳐 간몬바시 해저터널을 지나 시모노세키에 들렀다가 고쿠라역 근처에서 숙박을 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쇼와노마치를 여유롭게 둘러볼 수는 없었습니다. 빡빡한 여행 일정과 비싼 입장료를 감안하여 쇼와시대의 생활상을 전시해 놓은 전시관과 장난감 박물관 두 곳만 둘러보았습니다.

 

 

쇼와시대에 만들어진 자동차를 재생하여 운행하게된 과정을 판넬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었는데, 사진에 있는 차를 직접 타보지는 못하였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유명한 에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고양이 버스를 닮은 버스입니다. 이웃집 토토로가 1998년에 만들어졌으니 어쩌면 쇼와시대에 만들어진 저 버스 모양을 모티브로 고양이 버스가 탄생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쇼와 시대에 만들어진 스쿠터입니다. 오늘날 일본은 세계 최고 성능의 스쿠터를 만드는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쇼와 시대에 만들어진 사진 속 스쿠터들로부터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스쿠터가 탄생하였던 것 같습니다. 낡고 오래된 여러 종류의 스쿠터와 자동차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탈 것 중 하나는 오토바이 혹은 스쿠터와 삼륜차의 중간쯤 되는 모양을 가진 스쿠터입니다. 바퀴와 엔진을 보면 연락없는 스쿠터입니다. 그렇지만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처럼 보이는 차체가 있습니다.

 

차체가 있고  창문도 있고 실내는 차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좁지만, 실내 공간은 자동차와 별로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기능은 스쿠터이지만 어쨌든 모양만 보면 삼륜차에 가까운 모양입니다.

 

 

만약 삼륜차가 위에 보이는 스쿠터 보다 뒤에 만들어진 차라면 삼륜차는 사진 속 스쿠터 모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냥 사진만 보면 스쿠터 - 차체가 있는 삼륜스쿠터 - 삼륜 자동차 순서로 발달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

 

사진 속에 있는 삼륜차는 70년대쯤 국내에도 많이 있던 용달 삼륜차와 모양이 꼭 닮았습니다. 쇼와노마치 전시를 위하여 깨끗하게 정비를 하였거나 혹은 낡은 자동차를 복원하였을 수도 있는데, 지금이라도 키를 꽂고 시동을 걸면 차를 운행할 수 있을 것 처럼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장난감 박물관에는 40대 중반 아저씨들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어린 시절 만화 영화의 주인공은 아톰이었습니다. 40대 중반을 넘긴 제 기억 속에 가장 오래된 만화 영화의 주인공은 '우주의 왕자 빠삐'인데, 이곳 장남감 박물관에서 그 다음 계보를 잇는 아톰과 철인 28호를 만났습니다.

 

마징가제트와 로보트 태권브이가 등장한 이후 까맣게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 맨 처음 만났던 로보트 철인 28호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 시절 만화 영화는 대부분 일본에서 제작되었고, 만화 영화의 주인공들도 일본에서 탄생하였던 것입니다.

 

 

 

그 어린 시절에는 조잡한 줄 몰랐는데 철인 28호는 정말 단순하게 생긴 그리고 좀 미련스럽게 생긴 로보트였더군요. 텔레비젼 만화 영화의 계보를 보면 철인 28호가 마징가제트로 이어졌다는 것을 사진 속의 캐릭터만 봐도 확인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철인 28호 보다는 아톰을 기억하는 분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저 역시 아톰은 만화영화 주제가를 흥얼거릴 수 있습니다. 어린이를 닮은 귀여운 케릭터 때문에 아이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철인 28호는 일본에서도 그 인기가 굉장했던 모양입니다. 쇼와노마치 장난감 박물관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철인 28호 모형이 모아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철인 28호는 막강한 신무기를 장착한 마징가제트의 등장으로 인기를 잃게 됩니다.

 

텔레비전 만화 영화 계보로 철인 28호의 뒤를 이은 훨씬 세련된 로보트 마징가제트의 입니다. "무쇠팔, 무쇠다리, 로켓트 주먹, 광자력 빔"을 갖춘 한층 업그레이드된 로보트 입니다. 일본에서 마징가 제트 격납고를 실제로 제작한다고 하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프라하 모델 조립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반가워 할 만한 작품들도 많았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출시된 것으로 보이는 항공모함도 있더군요. 사진으로 다 소개해드리지 못하는 많은 장난감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닌텐도와 엑스박스를 가지고 노는 요즘 아이들이라면 좀 시시하게 생각되는 박물관일지도 모르겠습니담, 중년의 아저씨들은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즐거운 추억에 빠져볼 수 있는 박물관입니다. 고대 유물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 보다 훨씬 재미있고 이야기거리도 많은 곳이었습니다.

 

 

장난감 박물관 한쪽에는 70년 대 생활 모습을 전시해 놓은 곳이 있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빙수기계가 전시되어 있더군요. 창원 귀산동 마창대교 아래 바닷가에 산책로에 가면 아직도 사진 속에 있는 빙수 기계와 똑같은 기계로 얼음을 갈아서 색소를 잔뜩 넣은 70년대식 팥빙수를 파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어렵게 수소문을 하여 부산까지 가서 옛날식 빙수 기계를 구입했다고 하시던데, 아직도 저런 빙수기계를 만드는 곳이 국내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인간 동력으로만 작동하는 기계이기 때문에 석유 생산이 정점을 지나고 석유위기가 닥치면 저런 기계를 다시 만들어 사용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몇 년 전부터 팥빙수 기계와 쌍벽을 이루는 옛날식 뻥튀기 기계를 구입하기 위하여 인터넷을 두루 검색해봤는데 똑같은 기계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뻥튀기를 만들어 파는 곳은 많은데, 모두 전기를 이용해서 작동하는 기계들 뿐입니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쌀을 넣고 사람의 힘으로 뻥튀기를 누르고 있다고 놓으면 동그란 뻥튀기가 나오는 인간동력 기계를 구입하고 싶은데 파는 곳이 없더군요.

 

 

40~50대라면 이 텔레비전이 기억나겠지요. 저희 집에 있던 텔레비전은 나무로 된 자바라 모양의 문이 달려 있었습니다.

 

저렇게 생긴 흑백 텔레비전으로 김일 선수의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던 기억이 떠오를 겁니다. 김일 선수의 프로레슬링 경기가 벌어지면 온 집안 식구들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았습니다.

 

부모님께서 눈 나빠진다고 텔레비전을 가까이서 보지 말라고 하였지만, 손에 땀을 쥐는 레슬링 경기를 보다보면 멀리 앉아 있다가도 점점 더 텔레비전 가까이로 다가가게 됩니다.

 

그때마다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타박을 받았지만, 쉽게 뒤로 물러나 앉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그때문에 중학교에 들어가자 마자 안경을 끼게 되었을지 모릅니다.

 

 

 

 

그 밖에도 재미있는 물건들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손으로 세탁통을 돌리는 반자동 세탁기, 오늘날 전기 자전거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이 부착된 자전거, 그리고 낡은 세발자전거와 패달을 밟아 움직이는 자동차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1970년 대를 전시하는 이곳에는 그 시절 음악을 전시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보시는 것은 비틀즈의 음반이구요. 사진으로 담아오지 못한 여러 음반들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정도 박물관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지방정부들이 영화 세트장만 만들지 말고 이런 박물관을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