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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절대로 박근혜 '자식'이 되고 싶지 않다

by 이윤기 2012.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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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자 TV 토론회 후에 제 친구가 문자로 보내 준 토론 순위입니다. 1위 문재인, 2위 사회자, 3위, 빈의자, 4위 박근혜. 웃자고 하는 이야기에 죽자고 시비 거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재인 지지자로서 대선 후보 TV 토론을 보면서 박근혜 후보의 엉터리 대답과 거짓 대답에 대하여 좀 더 정확하게 지적하지 못하고, "그렇습니까" 하고 '허허 웃고 넘어가는 것'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2시간 토론에서 들었던 박근혜 후보의 수 차례 억지 답변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박근혜 후보의 마무리 발언이었습니다. 마무리 발언의 앞부분은 자신이 정권교체의 대상이 아니라는 어이없는 항변이었고, 후반부에 더 기막히게 하는 마무리 발언을 하였습니다.

 

 

일단 대선 후보 토론회 마무리 발언의 전문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국민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것은 제가 정치에 입문한 지 이제 15년의 세월이고, 그동안 외롭고 힘든 때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국민여러분께서 늘 힘이 되어 주셨기 때문에 제가 여기까지 올가 수 있었습니다.

 

그 믿음과 신뢰에 대해서 제가 요번에 보답해 드리고 싶습니다.대통령 임기는 5년이지만 그 책임은 무한합니다. 대통령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삶과 미래를 책임 져야 합니다.


저는 돌봐야 될 가족도 또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습니다. 저에게는 오직 국민여러분이 가족입니다. 열 자식 안 굶기는 그 어머니 마음으로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말은 국민여러분께 드리고 싶은(말)이지만, 내용은 '외롭고 힘든 때' '힘이 되어 주신 국민'들, 말하자면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물론 처음 듣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을 통해 수없이 들어왔던 이야기입니다. "박근혜는 가족도 없고 자식도 없다."

 

박근혜가 왜 가족이 없습니까? 부모와 자식만 빼고 형제도 있고, 사촌도 있고, 조카도 있는데 왜 가족이 없다는 것일까요? 그리고 재산이 어디 자식에게만 상속됩니까? 형제에게도 상속되고, 사촌이나 조카에게도 상속되고, 심지어 당사자가 원하는 제 3자를 상속자로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국민이 뻔히 아는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저축은행 사건이 터졌을 때 "동생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라고 하신 분이 돌 봐야 할 가족이 없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 1000만 명이 넘는 시청자를 상대로 한 참으로 어이없는 거짓말이 아닌가요.

 

다음 발언은 더욱 가관입니다. "저 에게는 오직 국민여러분이 가족입니다." 왜 국민이 자기 가족입니까? 삼성 이건희는 그래도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하는데, 박근혜 후보는 아예 대놓고 국민을 가족이라고 합니다.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박근혜의 가족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국민을 모두 자식으로 여기고 박근혜 후보가 '어머니'역할을 하겠다고 하기 때문에 더욱 싫습니다. 누가 자기 더러 어머니 역할을 해 달라고 했나요? 아 박근혜는 젊은 시절에 이미 그런 역할을 한 일이 있었지요.

 

자신의 아버지 박정희와 함께 국민을 자식으로 생각하며 젊은 시절에 이미 어버이 역할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선거를 통해 '어머니'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던 것이네요.

 

그녀의 아버지가 국민을 모두 어리석은(?) '자식'으로 여기고 자신이 국민에게 무서운(때로 아주 잔혹한) 아버지 역할을 하였던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에 그녀의 어머니 역할을 도저히다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열 자식 안 굶기는 그 어머니 마음"도 싫습니다.

 

왜 국민이 자식인가요? 아버지 시대의 '통치철학'에서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증거 아닐까요?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자신이 '심부름꾼'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박근혜 후보는 헌법 1조를 알기나 하는 것일까요?

 

대통령은 열 자식을 굶기지 않고 '거두어' 먹이는 사람, 시혜를 배푸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심부름꾼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국민을 어버이처럼 섬기겠다고 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국민을 자식으로 거두겠다는 발상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절대로 앞으로 5년 동안 박근혜의 자식 노릇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일 절대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