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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창원 시청사, 여론조사로 결정해선 안된다

by 이윤기 201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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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일 통합 창원시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시청사 위치 논란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시청사 위치 결정 권한을 가진 시의회는 옛마산, 창원, 진해 지역 의원들이 몸싸움까지 벌이면서 한치 양보도 없는 대립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최근 창원시가 내놓은 시청사위치 선정 조례가 부결된 이후 창원시는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창원시는 2곳의 여론조사 기관에 각 3000명씩, 모두 6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뒤 시청사위치를 확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줄곧 마창진 통합을 반대하였고, 시청사 위치 선정은 '통추위'의 합의 정신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던 입장에서 볼 때 통합시 출범후 2년 6개월이나 지나 여론조사로 시청사 위치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은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여론조사 할거면 9 용역은 뭐하러 했나?

 

우선 통합시 출범 후 2년 6개월이나 지나 여론조사로 청사문제를 결정할거라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인 용역은 뭐하러 한 것일까요? 결국 여론조사로 시청사 위치를 결정하겠다는 시의 방침은 창원시가 시청사 위치를 결정하겠다고 2년이나 질질 끌어온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시키는 꼴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창원시가 시청사 위치 용역을 시작할 때부터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고 시간만 낭비하는 용역', '시청사 위치 결정을 미루는 용역', '옛 창원시청사에 눌러 앉기 위한 수순'이 될 것이라고 짐작은 하였는데, 딱 예상이 들어맞은 것입니다. 결국 창원시는 '시의회의 지역간 대결 구도'를 핑게 삼아 2년 6개월을 허송세월(사실상 고의로 지연)한 것입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그동안 아무런 과정도 없이 마치 백지상태에서 시청사 위치를 결정하는 것 같은 자세로 '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는 기가막힌 계획을 발표한 것입니다. 창원시 청사 위치 문제는 단순히 다수결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창원시 청사 문제는 독립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통합 당시 명칭을 창원시로 하면서 옛 마산과 진해가 양보했던 것과 맞물려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통합 당시의 합의 사항인 '통합시의 명칭는 창원시로 하고 통합시청사는 마산과 진해를 1순위로 한다'는 기본 원칙이 지켜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른 일반적인 사안처럼 시민의 여론 수렴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항이라는 것이지요.

 

사실 설문조사는 해보나마나 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연초에 옛 창원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지역 언론 한 곳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고, 현재의 임시청사를 사용하자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조사는 '통합 당시의 합의와 원칙'을 감안하지 않고 객관성만 강조하여 이루어진 조사라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통추위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이루어지는 '시청사 위치 선정 여론조사'는 논란의 종지부는 고사하고 혼란만 더욱 가중시키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도지사 보궐선거 경선에서 탈락한 박완수 시장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여론조사 결과 통추위의 합의사항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옛마산, 진해 지역 시민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산지역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반대운동이 일어날 것이고 '마창진 분리 운동'에 기름을 붓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2014년 지방선거, 마산-창원 대결 불보듯

 

아울러 박완수 창원시장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소속 국회 중진이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큰 공을 세운 마산지역 국회의원들을 정치적으로 곤혹스럽게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주영, 안홍준 국회의원 모두 지난 4.11 총선에 출마하였을 때, '시 청사 마산 유치'를 호언하였기 때문입니다. 두 국회의원의 공약대로라면 지난 연말에 이미 '시청사 마산 유치'가 결정되었어야 합니다.

 

2014년 6월 치뤄지는 다음 지방선거는 불과 1년 6개월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번 여론조사로 결과 현재의 임시 청사 리모델링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2014년 지방선거 때는시청사 위치 문제가 또 다시 창원시장 선거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2010년 마창진 통합 당시 '명칭은 창원시, 시청사는 마산과 진해를 1순위로 한다'는 합의는 여론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영원히 유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기독교인들이 '원죄'를 말하듯이 '명칭을 양보하고 약속 받은 시청사 위치'는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한 영원히 포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특히 마산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유력한 시장 후보가 출마하는 경우 당연히 시청사 마산 유치를 제 1공약으로 내세우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 마산지역 후보가 출마하면 저절로 유력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친여 성향 후보라면 더욱 당선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렇게 되면 2014년 창원시장 선거는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의 대결이 아니라 오로지 지역간 대결로 치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수 차례 벌어진 시의원들의 지역간 편가르기와 몸싸움에서 그런 모습을 여러 차례 확인하였지요. 바로 그 싸움판이 시장 선거로 확대되는 것이지요.

 

마산 지역만 그럴까요? 창원 지역에서도 창원시를 기반으로 하는 후보가 반드시 출마할 것입니다. 물론 옛 창원시장을 2 번이나 지낸 현재의 박완수 시장이 또 다시 창원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후보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겠지요.(홍준표 도지사가 보궐 선거에 당선되어 도지사 출마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지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옛 마창진 지역간 대결 구도가 심화되고 진해지역 민심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2010년 마창진 통합 당시 합의와 원칙에 따라 시청사 위치를 결정하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는고 생각합니다.

 

2년의 용역으로 시간 벌기, 통합 당시의 원칙을 완전히 배제한 여론조사를 통한 결정으로는 결코 불신과 혼란을 잠재울 수 없습니다. 통합 당시의 원칙과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결국 통합은 가까운 장래에 실패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