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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야구장 입지, 정치적 결정은 왜 안 되나?

by 이윤기 201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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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가 NC다이노스 전용 구장으로 사용 할 새야구장 건립 부지로 '진해 육군대학 부지'를 선정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그동안의 용역 결과를 보면 창원종합운동장내 보조 경기장이 1순위, 마산 종합운동장이 2순위, 진해육군대학부지가 3순위였습니다.

 

그런데 창원시의 최종 선정은 야구장 건립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 3순위였던 '진해 육군대학부지'가 선정된 것입니다. 창원시의 야구장 입지 선정 발표가 이루어지자 이런 저런 뒷말이 무성합니다.

 

혹자는 "진해에 야구장을 주고, 임시 청사인 옛 창원시 청사에 눌러 앉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하는 분들도 있고, "진해에 야구장을 주겠다고 했다가 NC나 KBO의 반발을 핑게로 다시 창원종합운동장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또 다른 언 보도에는 "도청 마산 이전 공약을 내건 홍준표 도지사를 겨냥한 결정"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야구장은 진해로 시청사는 옛 창원시청사로 결정되면, 결국 도청 마산 이전 공약을 했던 홍준표 도지사에게 정치적 부담이 돌아갈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아무튼 이런 다양한 여론 중에 가장 많은 말이 바로 "정치적으로 결정 했다"는 지적인 것 같습니다. 언론보도와 인터뷰를 보면 "최적의 입지 조건이 아닌 곳을 정치적으로 결정했다"는 주장이 많이 있습니다. 이때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은 "정치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잘못되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정치적 결정"이 잘못된 것일까요?  정치적 결정을 하지 않고 용역만으로 결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보기엔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고 용역만으로 입지 선정을 하면, 통합 창원시의 모든 알짜 시설은 모두 옛 창원시 지역에 만들어져야 합니다.

 

반대로 환경 오염 시설이나 주민 혐오 시설은 모두 도시 외곽의 읍, 면 지역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많이 살고, 인프라가 많이 갖춰진 곳은 입지 용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고, 혐오 시설은 사람이 적게 사는 곳에 보내야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용역을 통해 현재의 주어진 조건에서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춘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방식이 아닙니다. 만약 현재의 조건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을 찾는다면,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들은 계속 수도권에 공장을 짓고 회사를 세워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토지택공사 같은 공기업이 진주 혁시도시에 와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세종시 같은 '행정복합 도시'를 비수도권에 만들어야 할 이유도 없지요. 공기업들도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고 싶어하고, 세종시로 옮긴 공무원들도 그냥 서울에 있는 것이 더 좋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주혁신도시, 세종시 모두 정치적 결정입니다. 단순히 현재의 조건에서 가장 좋은 입지와 여건, 장점과 단점만을 고려하였다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진주에 토지주택공사가 이전 할 이유도 없고, 세종시를 만들 까닭도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창원시가 새 야구장을 진해로 보내는 대신에 시청사 문제를 결정하는데, 꼼수를 부릴려고 시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하여 "정치적 결정" 자체를 비판하거나 비난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따지고보면 2010년 당시 통준위가 "시 명칭은 창원시로 하고 시청사는 마산과 진해를 1순위로 한다"는 결정 역시 "정치적 결정"입니다. 실제로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역 균형 발전은 불가능한 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시청사 위치를 결정 하는 것'인데, 마산과 함께 시청사 위치 1순위였던 진해에 야구장을 보냈으니 통합의 정신에 따른다면 시청사 위치 선정은 자연스러운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통합의 정신과 합의를 존중하는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주영 의원, "시청사는 통준위에서 합의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원칙과 합의 지켜지지 않으면 시 명칭을 포함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한다"

 

 

한편, 우연인지 정치적 포석이 깔린 것인지 모르지만 새 야구장 위치가 진해로 결정되는 날, 이주영 의원이 시청사 위치 문제에 관하여 밝힌 입장이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따르면 "새누리당 이주영(창원 마산합포) 의원은 30일 오전 "창원시 청사 입지는 통합준비위원회 합의대로 반드시 1순위인 마산과 진해 중 결정돼야 한다"고 합니다. 

 

아울러 "원칙과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시 명칭을 포함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통합시 출범 당시의 화합과 균형발전이라는 대의가 무색한 현재의 창원시 모습에서 깊은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창원시와 의회는 더 이상 주민 갈등을 일삼는 일체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통준위가 결정한 원칙대로 청사 결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창원시가 시청사 위치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때맞춰 입장을 발표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만, 어쨌든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통합당시의 원칙대로 시청사 결정을 촉구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