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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외할머니 없는 애들은 찬밥인가?

by 이윤기 201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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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장관(조윤선)이 '할머니 양육 수당'으로 지급 계획을 밝혀 복지 포퓰리즘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애당초 복지 포퓰리즘 주장은 새누리당이 주로 하는 주장이었는데, 이번에는 새누리당 출신 장관이 복지 포퓰리즘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여성가족부가 손자,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친할머니, 외할머니)에게 정부 예산으로 월 4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손주 돌보미 사업'을 올 하반기부터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고 합니다.

 

 

 

이미 서울 서초구등 일부 지자체에서 할머니나 외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돌봐줄 경우 수당을 지원해주는데, 호응이 높기 때문에 이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부 방침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두 자녀 이상인 맞벌이 가구의 12개월 이사 아이들 돌보는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중에서 한 명에게만 수당을 준다.

▲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번갈아 아이들 돌보더라도 수당은 한 명에게만 준다.

▲ 손주를 돌봐주려면 40시간 이상 아이 돌보미 교육을 받아야 한다.

▲ 손주 돌보미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70세 이하로 연령을 제한한다.

▲ 할머니에게는 60만원을 지급하고 40만원은 정부가 20만원은 부모가 지급한다.

▲ 만 0세 아이에게 지급하는 양육수당(20만원)과 중복 지원을 하지 않는다.

▲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중복지원을 하지 않는다

 

정부는 연령을 제한하는 이유로 12개월 이하 영아를 하루 종일 돌보려면 육체적으로 힘이 들기 때문에 연령을 제한한다는 다소 어이없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70이 넘은 할머니가 어렵게 손주를 키우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연령을 기준으로 기계적으로 선별하는 어리석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돌보는 아이는?

 

당장 제 아버지만 하여도 0세 아이는 아니지만 첫 돌때부터 지금(만 4세)까지 조카를 키우고 있습니다. 벌써 70을 훌쩍 넘기셨지만, 서울과 지방으로 나뉘어 맞벌이 하는 동생네 사정 때문에 힘들게 손주를 맡아 돌보고 계십니다.

 

그런데 정부 방침에 따르면 나이가 70을 넘어도 지원 대상이 안 되고, 할머니가 아니고 할아버지이기 때문에 아예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조카 나이가 0세가 아니기 때문에 '손주 돌보미 사업'과는 거리가 멉니다. 제 아버지 경우가 아니라도, 할머니는 지원 대상이 되고 할아버니는 안 된다는 정부 방침은 위헌적 요소 마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할머니의 경우도 손주 돌보미 사업에 참여하려면 40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할머니는 교육을 받으면 아이들 돌볼 수 있고, 할아버지는 교육을 받아도 아이를 돌볼 수 없다는 기준은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정말 어렵게 손주를 키워야 하는 조부모들의 어려움을 덜어 주려는 생각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외할머니, 친할머니가 모두 돌아가신 경우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정부 기준대로라고 하면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모두 돌아가셨거나 안 계신 경우에는 아예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봤을 때 외할머니 친할머니가 모두 안 계신 것도 안타까운 일인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정부의 보육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차별까지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돌봐줄 할머니가 없거나 혹은 멀리 살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국 할머니(또는 아주머니)를 '베이비 시터'를 쓰고 있거나 할머니 대신에 '이모', '고모' 등 다른 친척들이 돌보는 아이들은 모두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차별을 당하게 생겼습니다.

 

지금의 여성가족부 방침대로라고 하면 이 나라의 0세 아이들 중에서 외할머니나 친할머니가 모두 없는 아이들은 정부로 지원에서 심각한 차별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정부가 복지 예산 지원 계획을 세우면서 이렇게 까다롭고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우만 지원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손주가 없는 할머니들은?

 

한편 '손주 돌보미 사업'은 손주들만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들도 차별하는 계획입니다. 70세 미만 이 나라의 할머니 중에서 자녀가 맞벌이 부부이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라면 '손주 돌보미 사업'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손주가 있는 할머니와 손주가 없는 할머니는 정부의 복지 혜택에서 심각한 차별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돌봐줄 손주가 있는 할머니는 정부로부터 40만원, 자녀로부터 20만원을 매월 받을 수 있지만, 돌봐 줄 손주가 없는 할머니들은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애당초 새누리당의 정책 방향은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인데, 이번 '손주 돌보미'사업은 선별적 복지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도 선별하고, 할머니 없는 아이들도 골라내고, 손주 없는 할머니들도 골라내고, 여성가족부가 정한 선별 기준을 만족하는 소수의 할머니와 손주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 정책인 것입니다.

 

이 정책이 2011년부터 서초구에서 시행중이었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새누리당 소속 서초구청장이기 때문에 시행 가능한 정책이었을 것입니다. 서초구에 사는 많은 할머니들 중에 고작 110명의 할머니와 손주들에게만 혜택을 주고 '손주 돌보미 사업'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생색을 내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왜 이런 혼란스러운 일이 생기고 있을까요? 그것은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가 여성가족부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현재 까지 추진 방침을 보면 '손주 돌보미 사업'은 노인 복지 정책도 아니고 영유아 보육 정책도 아닙니다.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여성 노인 복지 정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에서 할아버지는 제외된 것일테구요. 그러다보니 할머니가 없어서 차별 받는 영유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입니다.

 

바람직한 대안은?

 

그럼 바람직한 대안은 무엇일까요? 대안은 보편적 복지입니다. 할아버지 노인과 할머니 노인을 차별해서도 안 되고, 손주 있는 노인과 손주 없는 노인을 차별해서 지원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주가 있던 없던 모든 노인들에 대한 보편적 정부 지원을 늘이면 됩니다.

 

아울러 영유아 보육정책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냥 지금 있는 양육수당을 늘려주면 보편적 복지가 됩니다. 엄마가 돌보는 아이는 정부가 20만원을 지원하고, 할머니가 돌보는 아이는 4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하는 차별적 발상을 걷어치우면 됩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금액(75만 5000원) 비하여 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는 양육수당(20만원)이 턱없이 적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의 양육수당을 늘이면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몰리는 보육대란 문제까지 다 해결 됩니다. 할머니 있는 아이들만 더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의 양육수당을 늘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성가족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손주 돌보미 사업'은 아무리 뜯어봐도 자녀가 맞벌이 하고 있으면서 0세 손주가 있는 여성 노인만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특혜성 복지 정책일 뿐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