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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연수/두 바퀴 여행

넉넉한 전라도 인심, 운봉 둘레길 민박

by 이윤기 2013.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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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포스팅 했던 '자전거 타고 지리산 정령치, 성삼재를 넘다' 뒷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김니다. 마산에서 출발하여 시외버스를 타고 진주-산청-함양을 거쳐서 남원 운봉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참 지루하고 참 멀더군요.

 

금요일 오후 5시 10분,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원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운봉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시외버스 화물칸에 자전거를 싣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데 차는 왜 그리 느리게 가던지요.

 

마산에서 운봉까지 승용차로 곧장 이동하면 2시간이면 가능할 것 갔던데, 시외버스는 진주터미널에서 한 20분쯤 서 있다 승객을 가득태우고 출발하고, 원지, 산청, 함양 등의 터미널을 거쳐서 무려 3시간 10분이나 지나 운봉에 도착하더군요.

 

중간에 승객들은 계속 타고 내리고 마치 기차나 시내버스처럼 운행하면서 남원까지 가더군요. 작은 마을인 운봉에서 내리는 사람은 저 한 사람 뿐이었습니다. 자전거로 지리산 고개를 넘어보겠다고 달뜬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막상 캄캄한 시골 동네에 혼자서 내리니 좀 쓸쓸하고 삭막한 느낌이 들더군요.

 

 

 

 

민박(운봉 민박)집에 전화를 해서 주소를 확인하고 다음날 먹을 비상 식량을 구입하러 캄캄한 도로로 멀리 환하게 불이 켜진 마트로 갔더니 마침 바로 옆에 식당이 있더군요. 식당에 들어가 남원식 추어탕을 한 그릇 시켜놓고 마트에 가서 물 2병, 쵸코바, 소시지를 비상 식량으로 구입하여 배낭에 챙겨넣었습니다.

 

낯선 시골길...하늘 가득한 별 빛을 이고 달리다

 

걸쭉한 남원식 추어탕으로 든든히 저녁을 먹고 약 2.5km 떨어진 민박집까지 밤 길을 달렸습니다. 하늘엔 별이 가득하고 시골길은 정말 캄캄하고 어둡더군요. 운봉면 산덕리에 있는 민박집에 도착하니 주인 아주머니는 마당에 나와 기라리고 있고, 아저씨께서는 큰 길까지 마중나가서 저를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미리 예약을 하지 않고 시외버스를 타고 가면서 전화로 예약을 했는데, 낯선 시골 마을에서 밤이 어두워 집을 못찾아 고생할까봐 몇 번이나 전화를 주시고 차로 데리러 오겠다는 말씀도 하시더군요. 자전거를 타고 간다고 말씀드렸지만 제대로 찾지 못할까봐 걱정이 많이 되셨던 모양입니다.

 

민박집은 깨끗하고 따뜻하고 단촐하였습니다. 도시의 모텔 같은 화려한 시설에 비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방안에는 이불 한 채와 텔레비전이 전부였습니다. 빈 방에 혼자 누워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배낭 속에 책도 한 권 넣고 왔지만, 책 보다는 TV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세더군요. 한 30분쯤 책을 보다가 결국 TV를 켜서 1시간 넘게 TV를 보다 잤습니다.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다음날 정령치와 성삼재 라이딩을 앞두고 있어서 그냥 잠을 청했습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출발 준비를 하였습니다. 제가 일어나서 출발 준비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민박집 주인아주머니가 노크를 하고 인기척을 하시더니 문을 열고 저를 불렀습니다.

 

"우리 집에 오신 손님인데 맨입으로 보낼 수가 없는데.......내가 라면이라도 하나 끊여줄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지금 출발하면 자전거를 타고 정령치를 올라가야 하니까 배가 부르면 더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운봉 민박집.... 고객 감동의 따뜻하고 넉넉안 인심

 

주인 아주머니는 "그래도 우리집에 온 손민을 맨입으로 그냥 보내면 안 되는데...."하시면서 문을 닫고 가셨습니다. 잠시 후 출발 준비를 마치고 나서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검은 비닐 봉지를 하나 내밀었습니다. 맨 입에 그냥 보낼 수 없어 준비했다고 하시면서 도시락을 하나 내밀었는데, '절편과 쑥절편'이 담겨 있었습니다.

 

나중에 노고단으로 답사를 가서 동료들과 나누어 먹었는데, 참기름을 얇게 바른 절편이 아주 맛이 좋더군요. 그런데 주인집 내외분의 따뜻한 마음은 노고단까지 이어졌습니다. 마침 쑥 절편을 나눠 먹으면서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가 챙겨 주셨다'고 자랑을 하고 있는데, 전화 벨이 울리면서 낯선 전화번가 떴습니다.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더니 운봉 민박집 주인 아저씨였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정령치와 성삼재를 넘는다는 소리를 듣고 무사히 잘 갔는지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셨다더군요. 세상에 민박집 에프터서비스가 '고객 감동' 수준이더군요.

 

제가 성삼재에 도착했다고 말했더니, 구례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고 브레이크를 너무 많이 쓰면 위험하다고 과속하지 말고 조심해서 내려가라는 당부를 하시더군요. 넉넉한 전라도 인심과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더군요.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산덕리 마을을 나오면서 보니 동네에 민박 하는 집이 여럿 있더군요. 그래도 다음에 다시 지리산 둘레길을 걷거나 다른 동료들과 정령치, 성삼재로 자전거를 타러가게 된다면 반드시 이 집을 다시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전화 번호가 있는 이 사진 한 장만 보고 찾아갔는데, 돌아와서 검색해보니 '운봉둘레길민박집' 주인 내외분이 덕분에 만족스러운 여행을 하였다는 글이 더 있더군요.

 

코브라님 블로그 - 지리산 둘레길 2코스와 1코스 사이의 운봉 둘레길 민박집입니다.

 

운봉둘레길민박 - 카페도 있었네요.  여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