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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창원 준광역시는 최악의 선택이다

by 이윤기 2013.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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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준광역시...참으로 낯선이름입니다. 2010년 7월 마산, 창원, 진해시를 합친 '통합창원시'(정식 명칭은 그냥 창원시)도 낯설었는데, 그보다 더 낯선 '창원 준광역시'라는 명칭이 등장하였습니다.

 

마산, 창원, 진해시를 창원시로 확대 통합하고 초대 시장으로 선출된 박완수 시장이 안전행정부 장관을 만나 '창원 준광역시'추진을 건의하였다는 소식입니다. '준광역시' 참으로 듣보잡입니다. 창원과 규모가 비슷하거나 더 큰 수원시나 성남시에서도 이런 희안한 명칭을 건의하였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난 2010년 마산, 창원, 진해를 인구 110만의 창원시로 흡수 통합시켰고, 3년이 지난 올해 5월에는 마산과 진해를 1순위로 한다는 2010년 당시 통추위의 합의를 깨고 시청사도 옛창원 청사로 확정하였습니다.

 

급기야 옛마산시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이 마산분리를 요구하고 국회 입법을 통해 '마산분리'를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박완수 시장이 '창원 준광역시'를 언급한 것은 마산 분리를 막겠다는 '꼼수'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창원 준광역시 같은 '듣보잡' 발상으로 쟁점을 흐리는 것도 문제이지만, '준광역시'라는 발상이 실현되어도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준광역시라고 하는 것은 시장에게 광역시에 준하는 권한은 모두 달라고 하면서, 주민의 자치권은 전혀 확대하지 않겠다는 꼼수이기 때문입니다.

 

준광역시, 창원시장 권한만 확대하는 꼼수

 

2010년 졸속으로 이루어진 마산, 창원, 진해의 통합과, 통합 후 지난 3년을 돌아보면, 마산, 창원, 진해를 분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창원시가 인구 110만의 거대 도시가 되면서 지방자치가 후퇴하고, 주민 참여도 후퇴하였기 때문에 인구 20~50만의 기초자치단체로 되돌아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마산시 분리 결의안이 의회에서 통과된 것은 시명칭과 시청사가 모두 창원으로 결정된 것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되었지만, 사실은 주민참여와 주민자치 확대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비춰봐도 통합 자체가 잘못된 결정이기 때문에 되돌려야 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그런데 창원시장은 '주민참여와 주민자치'에 가장 역행하는 '준광역시'라고 하는 '듣보잡' 행정 명칭을 제안한 것입니다. '준광역시'가 정말 나쁜 제도라고 하는 것은 '지방자치와 주민자치의 구조적 후퇴'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부산광역시나 울산광역시처럼 그냥 광역시가 되면 시장과 시의회가 가진 권한을 구청장과 구의회에 권한을 이양하여야 합니다. 예컨대 창원시가 5개 구청과 구의회로 나누어지고, 시민들이 구청장과 구의원을 직접 선출하는 구조가 되면 주민들의 자치와 참여는 지금보다 훨씬 확대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산 분리' 막기 위한 물타기 ! 

 

행정 관료 출신인 창원시장은 이런 기본적인 구조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창원광역시' 대신에 '창원준광역시'를 건의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창원 광역시'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창원광역시가 되고나면 그야말로 경남은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이것은 홍준표 도지사는 물론이고 경상남도 의회에서도 찬서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역시 창원시를 광역시로 분리시킬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창원시장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마산시 분리'를 막기 위한 꼼수입니다. 마산 분리를 막기 위해서는 '통합 창원시'의 구조를 분리할 수 없는 구조로 정착시켜야 하는데, 그 대안이 바로 '준광역시'였던 것입니다. 광역시가 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기 때문에 '준광역시'라고 하는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준광역시'는 행정구역 통합의 명분으로 내걸었던 '행정의 효율성 확대'와는 정반대로 가는 제도이며, '주민자치와 참여'라는 관점에서 봐도 최악의 선택에 불과합니다. 박완수 시장이 권한을 독점하기 위하여 광역시 대신에 '준광역시'를 주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준광역시는 법적 지위는 기초자치단체로 유지하면서 '광역시'에 버금가는 권한만 달라고 하는 이기적인 발상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광역시가 되면 구청장도 뽑고, 구의원도 뽑아 권한을 이양해야하는데, '준광역시'로 남으면 광역시에 준하는 권한을 이양받아오고, 구청장을 여전히 시장이 임명할 수 있으며 구의회도 구성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주민자치와 주민참여'라는 지방자치의 근본 정신에 비춰보면 최선은 마산, 창원, 진해의 분리입니다. 차선은 마산과 통합창원(창원 + 진해)의 분리입니다. 차차선은 '창원 광역시'가 되고 구청장과 구의원을 선출하는 방안입니다. 그리고 최악의 선택은 바로 '창원 준광역시'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