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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통합과 마산분리가 똑같은 '지랄'이라고요?

by 이윤기 2013.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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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국회의원이 주도하는 마산분리 운동 입법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관련기사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15918) 마산을 지역구로 둔 안홍준 의원이 마산분리에 다른 의견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시민 다수의 뜻과 바람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마산 분리 운동과 입법 활동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여러 의견이 분분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의견은 분리 찬성과 분리 반대로 나눌 수 있지만, 찬성과 반대 의견 중에는 '양비론' 비슷한 그런 반대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의견입니다.

 

"이럴꺼면 뭐하러 통합했나? 통합 할 때도 지들 맘대로 하더니 왜 분리한다고 지랄이냐?"

"통합해야 잘 살게 된다고 난리칠 때는 언제고...와 분리한다고 지랄이고?"

 

이처럼 통합과 분리를 모두 똑같은 '지랄'로 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일입니다. 제 블로그를 통해 여러번 마창진 행정구역 통합이 잘못되었다는 것과 분리의 정당성에 대하여 포스팅하였는데, 통합과 분리는 결코 똑같은 지랄이 아닙니다.

 

비유하자면 통합은 억지춘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마산시민 다수가 찬성한 것은 맞지만, 통합 이후 3년간 벌어졌던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제대로 알려주었으면 그런 압도적 찬성은 결코 없었을 것입니다.

 

예컨대 2010년 당시에 통합시 명칭을 창원시로 하고, 통합시 청사도 창원에 두는 조건으로 통합을 하자고 했으면 절대로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첫단추 잘못 끼웠는데...다음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자고요?

 

결국 마산시민, 창원시민, 진해시민을 모두 속이고 '엄청난 인센티브'가 있는 것 처럼 혹세무민하여 이룬 2010년 행정구역 통합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불편한 옷을 계속 입고 갈 것인지, 아니면 잘 끼운 첫 단추를 풀고 다시 단추를 끼울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입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3년 동안의 행정구역 통합을 통해 마산시민 다수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불편한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두 번째, 세 번째 단추를 잘 끼워봐야 결국은 시명칭과 시청사가 모두 창원으로 결정된 것과 같은 일이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3년 전에 알았더라면, 그 때 이런 일을 예상했더라면 결코 창원과의 통합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때 창원에 흡수되는 줄 알았다면 통합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통합을 앞장서서 추진하던 자들이 '대등한 통합'이라고 강조하였기 때문에 찬성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통합하고 3년을 지내보니 '대등한 통합'은 말과 구호 뿐이었고, 마산은 창원에 흡수된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산이 창원에 흡수되었다고 하는 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시명칭과 시청사'를 모두 창원으로 결정한 일이지요.

 

 

마산, 진해가 창원에 흡수되는 줄 알았으면 절대로 찬성하지 않았을 것...

 

지금 박완수 시장이나 소위 통합론자들이 말하는 '상생과 균형 발전'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채로 나머지 단추를 계속 끼우자는 주장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두 번째 단추부터 아무리 신경쓰서 잘 채워도 결국은 비뚤어진 모양을 바로잡을 수가 없습니다.

 

마산 분리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각자 처한 입장(2010년 당시 통합 찬성과 반대 입장 등)과 논리에 따라 여러 부류가 있습니다만 기본적인 공통점은 잘못 끼운 첫 단추를 풀고 다시 끼우자는 것입니다.

 

시청사와 명칭이 모두 창원으로 결정되었지만 그래도 통합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이라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행정구역 통합이 무슨 남북이 통일하는 것처럼 큰 희생과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꼭 해야하는 그런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니 유럽을 비롯한 지방자치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행정구역을 더 작게 쪼개고 주민의 참여를 높이고, 직접 민주주의를 향상시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지방정부의 규모를 키우는 우리나라의 행정구역 개편이 세계적인 흐름을 역행하는 중앙집권을 강화하는 개편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학자는 기초자치단체의 세계 평균이 인구 2만 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110만 거대도시를 만들어서 뭘 어쩌자는 걸까요? 행정구역 통합은 행정가, 공무원들의 발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공무원들이 주민의 자치로 결정된 일을 집행하는 일을 하지 않고, 그들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행정구역의 단위를 키우는 것이지요.

 

이명박 정부가 기초를 마련한 행정구역 통합은 주민 참여 후퇴, 의회 권한 약화 그리고 행정 집행부의 권한 강화로 이어지는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행정 개편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그 난리를 피우고 통합한 지 4년 밖에 안 되었지만, 지금이라도 첫 단추부터 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산을 분리하는 것은 잘못된 행정구역 통합의 첫 단추를 푸는 일입니다.

 

마창진 통합과 마산 분리는 똑같은 지랄이 아닙니다. 마창진 통합은 감언이설과 지역 발전을 미끼로 주민을 속이고 이뤄진 '강제통합' 입니다. 한 마디로 지랄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산분리는 지랄이 아닙니다. 2010년의 지랄을 바로 잡는 일입니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방정부의 규모를 70~80만 이상으로 키우는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운 '전국적인 행정체제 개편'의 큰 오류를 바로잡는 첫 출발이기도 합니다.(사실 마창진을 빼고는 더 이상 이런 억지 통합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창진 통합이 시범적으로 이루어졌으니 그 시범 통합을 통해 행정체제 개편 추진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지방 정부의 규모를 키우는 행정체제 개편은 더 이상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시범통합으로 이루어진 마창진 통합 역시 분리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110만 시민을 더 이상 실험용 쥐처럼 내몰지말고, 지역의 특색을 살려서 새로운 발전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독립적인 지방 정부를 구성이 가능하도록 분리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유한 도시 역사와 독자적인 도시 발전의 경험을 축적한 마산, 창원, 진해를 억지로 합치는 일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차피 통합 되었는데 그냥 이대로 가보자'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정치인 욕만하면 다 잘 될까요?

 

따라서 국회의원이나 시의원들을 싸잡아 욕만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행정구역 통합에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을 욕하고, 그들에게 책임을 지라고 소리치는 것만으로는 조금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겁니다.

 

그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당장 6개월안에 국회에서 마산분리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입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마산시장을 뽑고, 마산시의원을 뽑아야 마산분리가 가능합니다. 그럴려면 9월 정기국회 늦어도 12월 안에는 국회에서 마산분리 법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하는 안홍준의원의 주장이 안일한 현실 인식이라는 것도 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주영 의원이 앞장서서 추진하는 마산분리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정치인들의 책임을 묻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마산을 이꼴로 만든 2010년 당시 마산시의원들의 책임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물으면 됩니다. 국회의원의 책임은? 좋든 싫든 임기가 있으니 3년은 더 기다려야 합니다. 이명박과 행정안전부 고위 공무원들에게는 지금 책임을 물을 방법도 없습니다.

 

지금은 한가하게 전직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공무원, 여야 국회의원, 시의원, 도의원을 싸잡아 욕하면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닙니다. 책임 추궁은 마산을 분리한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