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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도시철도가 미래형 교통수단이라는 빨간 거짓말

by 이윤기 2013.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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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도시철도 타당성 검증 및 대중교통 활성화 시민대책위원회(이하 : 도시철도 대책위)가 발족하였습니다. 지난 6월초부터 몇 차례 준비모임을 거친 도시철도 대책위가 6월 17일 창원시청 브리핑룸에세 발족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가톨릭여성회관을 비롯한 통합창원시 3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도시철도 대책위는 발족기자회견을 통해 뻥튀기 수요예측, 운영적자에 대한 대책, 다른 대중교통과의 연계 문제, 짜맞추기식 타성성 분석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기자들로부터 받은 질문 중에는 '창원시 담당부서 공무원'에게나 들을 수 있을 법한 납득하기 어려운 질문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예컨대 도시철도는 많은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서울시와 여러 광역시에서 이미 검증된 '미래형 신교통수단'이라는 대전제였습니다.

 

질문1. 도시철도가 미래형 신교통수단이라는 것은 이미 검증된 것 아닌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어제 블로그에 포스팅한 것처럼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비롯하여 부산, 대전, 대구, 광주를 비롯한 대한민국 도시철도는 모두 뻥튀기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그에 따른 적자운영으로 지방정부의 '골칫덩어리'가 되어 있습니다.

 

기자들 중에는 일본과 유럽에서 '도시철도'가 신교통수단으로 검증되었다는 주장을 한 사람이 있는데, 도시철도가 발달한 일본과 유럽의 도시들은 우리처럼 자동차 중심의 장기 교통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시민단체가 도시철도에 반대하는 것은 여전히 자동차 중심으로 되어 있는 중장기 도시(창원) 교통계획을 바꾸지 않고, 그냥 막대한 건설 비용과 운영적자가 발생하는 도시철도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일본이나 유럽처럼 '획기적인 승용차 억제정책'이 뒷받침 된다면 끝내 반대할 이유가 없어지겠지요.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 광역시들은 대중교통을 우선하는 장기 교통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창원시도 예외는 아니며 승용차 억제 정책은 전무하도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울러 세계적 추세를 보면 '도시철도'가 유일한 대안도 아닙니다. 이미 브라질 꾸리찌바의 사례가 세계 여러 도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겨레신문이 창간 기념으로 보도한 기사만 봐도 아주 적을 들여서  도시철도를 대신하는 '땅위의 지하철'(BRT) 사례가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휠체어를 탄 시민들이 세계 어느 도시보다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기사입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많은 도시들이 브라질 꾸리찌바 사례를 따라 배우고 있고, 미흡하기는 하지만 서울시를 비롯한 국내 몇몇 도시들도 꾸리찌바형 BRT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버스운행에 철도시스템의 개념을 도입한 신대중교통수단으로서, BRT전용 통행권, 교차로 우선처리, 쵀적한 차량, 편리한 솬승시설을 갖출 수 있고, 운행속도, 정시성, 수송능력을 높여 저렴한 비용으로 도시철도와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브라질 꾸리찌바, 콜롬비아 보고타, 미국 보스톤, 일본 나고야를 비롯한 전세계 45개 도시에서 운행중이며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합니다. 그런데 창원시는 오직 트램형 노면전차를 설치하는 도시철도 계획만 고집하고 있으며, BRT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는 단 한 차례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예컨대 타당성 검토 용역에서 BRT시스템에 대한 검토가 있었지만, 이미 노면전차형 트램 운행을 전제로 만들어놓은 도시철도 노선위에 BRT 시스템을 똑같이 운영한다는 엉터리 전제를 바탕으로 엉터리 검토를 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 주먹구구식 검토를 해놓고 창원에는 BRT가 적합하지 않다는 엉터리 결론을 내린 것이지요.

 

다시말해 국비 60%를 지원해준다는 국토부의 미끼를 덮석 물었기 때문에, 중소규모 도시에서 도시철도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효율적으로 운용 할 수 있는 BRT시스템의 장점을 한 번도 제대로 검토하거나 비교해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기자회견에서 "도시철도는 세계적인 추세", "선진국에서 검증된 미래교통수단" 운운하면서 질문하셨던 기자분들은 세계적으로 검증된 BRT시스템에 대해서도 공부를 좀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창원시가 내놓는 자료만 읽고 기사를 작성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사진으로보시는 것처럼 도시철도 노면전차 노선에 버스 전용차로를 설치하고, 도시철도 역사 건설 비용으로 입체교차로를 만들고, 지하철 역처럼 사전에 요금을 내는 정류장을 설치하고, 전용 환승센타를 만들어서 운용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상상하는 계획이 아니라 이미 세계 45개 이상의 도시에서 이 시스템으로 대중교통의 새판을 짜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수도권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BRT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경전철처럼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계획을 짜맞추지 않아도 적은 비용으로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BRT는 환경오염을 일으키지만, 도시철도 친환경 교통수단이라고 하는 무식한(?) 반론을 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 도시철도 대책위 기자회견 때도 비슷한 질문을 하는 기자들이 있었습니다.

 

 

 

2. 도시철도는 친환경교통수단 아닌가?

 

블로그를 통해 여러 차례 언급하였지만 도시철도가 친환경 교통수단이라고 하는 것은 도심에 배기가스를 뿜어대지 않는다는 것이 유일한 근거입니다. 원자력 발전소 의존율이 60%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발전 구조를 놓고 보면, 전기 에너지 사용 확대는 '죽음을 부르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울러 BRT시스템을 도입하여도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친환경 버스를 운행하면 얼마든지 친환경 교통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도시철도가 유일한 친환경 교통수단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멀쩡한 강을 살리기 위해 4대강 사업을 한다'고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은 이명박의 거짓말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도시철도가 도심에 배기가스를 뿜어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친환경 교통수단이라고 한다면, BRT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천연가스 버스 역시 친환경 교통수단이 분명합니다. 아울러 도심의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는 것을 친환경이라고 말하고 중요한 과제로 생각한다면 도시철도 도입보다 '승용차 운행'을 줄이는 것을 더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3. 시민단체는 왜 이제서야(꼭 막판에 와서) 반대하는가?

 

참 한심하고 답답한 기자 중에는 시민단체는 왜 이제야 반대하느냐고 묻는 기자도 있었습니다. 시민단체는 지금 처음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35개 단체가 모여서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시만단체 일각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혹시 기자들은 창원시와 경상남도가 워낙 시민과 소통하지 않는 불통 지방정부이기 때문에 이런 수준의 조직을 꾸리고 (진주 의료원 사태 처럼)청사 점거라도 하지 않으면 반대운동이라고 인정해주지도 않는 걸까요?

 

시민단체는 2000년 초반 경남도가 처음 계획을 입안 할 때부터 공청회, 토론회, 각종 대중교통 관련 위원회에서 끊임없이 노면전차형 도시철도 도입을 반대해 왔습니다. 수요예측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해 왔습니다.

 

경상남도가 처음 계획을 추진하던 '예비타당성 용역'때는 1일 승객이 19만 명이나 된다고 했었는데,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수요예측을 믿을 수 없다는 근거있는 반대 주장을 했기 때문에 최근 검증 용역에서는 12만명으로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없었다면 벌써 일사천리로 사업이 추진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울러 브라질 꾸리찌바형 BRT시스템 도입을 대안으로 적극 검토하자는 제안도 수없이 해 왔습니다. 그런데 "공사 시작이 코앞인데 왜 이제야 반대하느냐"는 질문을 하는 기자를 보니 참으로 억장이 무너지더군요.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도시철도 도입 반대와 새로운 교통시스템 도입, 장기적인 대중교통 활성화 계획 수립을 끊임없이 요구해왔습니다.

 

기자라면, 시민의 목소리,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지방정부가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것을 탓해야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입니다. 요즘 우리사회가 갑-을 관계라는 말이 유행인데, 지방정부는 '갑'입니다. 갑이 '을'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4. 용역(수요예측)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기자분들 중에는 용역(수요예측)이 잘못되었다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물론 시민단체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지요. 시민운동을 하는 저도 때로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창원시는 적지 않은 금액의 시민이 낸 세금을 들여서 '타당성 용역'을 하였습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회비로 운영하는 시민단체는 그런 돈이 없습니다. 따라서 입증 책임을 시민단체에게 물어서는 안 됩니다.

 

창원시의 용역이 틀렸다는 것을 시민단체들에게 입증하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의혹을 창원시가 해소시켜야 합니다. 창원시가 자신들이 내놓은 용역 결과를 시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설득력 있는 근거자료를 내놔야 하는 것입니다.

 

기자들이라면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의혹에 대하여 증거를 대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창원시를 향하여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해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분들을 위해서 한 마디 덧붙일까요?

 

미국에서 소비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자동차 급발진과 같은) 손해배상 소송을 하면 많은 경우 소비자들이 승소합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기업들이 승소하지요.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는 자동차의 급발진 원인과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미국은 자동차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기업이 입증해야 하구요.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아무 근거없이 창원시가 내놓은 수요 예측이 엉터리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창원시가 내놓은 용역보고서에는 '수요예측이 엉터리'라고 주장 할 만한 근거들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그 내용은 따로 한 번 포스팅 하도록 하지요.

 

5. 프로야구 경기장은 도시철도가 연결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진해야구장으로 연결되는 도시철도가 필요하지 않은가? 야구장까지 도시철도를 연결하는 것은 NC도 바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민단체는 왜 도시철도를 반대하는가?

 

제가 보기에 가장 답답한 질문은 바로 이 질문입니다. 창원시가 내놓은 도시철도 계획에는 진해 야구장으로 가는 도시철도 노선이 나와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진해 야구장을 짓고 있으니 꼭 도시철도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기자의 질문에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 도시철도 공사가 시작되면 창원시가 설계를 변경하여 진해야구장까지 도시철도를 연결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아니 창원시는 이미 그런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면서도, 당장 검토과정에서 비용편익을 맞추기 위하여 일부러 빼놓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아직은 상상에 불과한 질문에도 답을 한 번 해보겠습니다. 야구장이 진해에 들어선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야구장으로 갈 수 있도록 교통계획을 세우는 것은 분명 옳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 대중교통 수단이 꼭, 유일하게 도시철도여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앞서 길게 소개했던 BRT시스템을 활용하면 진해 야구장 개장에 딱 맞춰서 도시철도와 비교하여 조금도 질이 떨어지지 않는 대중교통수단을 연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시철도가 친환경 미래형 교통수단, 선진국에서 충분히 검증된 유일한 대안'이라는 믿음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의심도 좀 해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