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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평균만 오르면 커닝도 모른척했던 일제고사의 추억

by 이윤기 2013.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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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의 어느 교사가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이른바 일제고사)을 치르면서 성적이 저조한 학생에게 시험을 치르지 말 것을 유도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지역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의혹을 받고 있는 교사가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을 치르던 날인 지난달 25일 "학교 평균이 떨어진다"며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의 결석을 유도했다는 것입니다. 
 
담임교사가 학급 내 성적이 저조한 학생의 이름을 부르며 '내일 학교에 오지말라'는 얘기를 했다는 말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 되어 관할 교육청이 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당 학교 측에서는 결석 유도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며, 교육청에서는 사실 여부를 정밀 조사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소위 일제고사(국가수순학업성취도평가)를 부활시키면서 교육부는 "기초학력미달 학생의 학습결손 보충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국가수준에서 중·고등학교 학생 개개인과 학교의 수준을 파악해 교육과정 개선과 행·재정적 지원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겠다"고 하였습니다.

 

 

 

평균 떨어지니 시험치지마...모두 예상했던 일 아닌가?

 

그러나 이번에 의혹이 제기된 이런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와 예측은 도입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하고 교원 성과급 차등지급과 인사 불이익 등 차별적 혜택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바로 이런 부작용을 우려한 교사와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일제고사 거부 운동'이 벌어지기도 하였지요. 그렇다면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리라는 예측을 쉽게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요? 바로 과거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30여 년 전, 1980년 초반 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도 이른바 '일제고사'가 있었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습니다. 당시 일제고사를 치르면 학급 평균과 학교 평균을 높이기 위하여 바로 다음과 같은 수법(?)이 동원 되었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합니다.

 

▲ 시험을 앞두고 수업시간에 일제고사 출제 예상 문제 찍어주기

반평균을 심하게 깍아먹는 소위 성적 부진아(?) 결석 혹은 병결 유도

영어, 수학 등 평균 점수가 낮은 시험 시간에 감독 교사가 1~2문제씩 슬쩍 답안 말해주기

애매한 시험 문제에 대하여 누군가 감독 교사에게 질문을 하면 답을 유추할 수 있는 힌트 주기

앞 사람 답안을 커닝을 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모른척 하기

 

최근 말썽이 되고 있는 것처럼 소위 성적 부진아에 속하는 친구에게 "결석으로 처리하지 않을테니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도 흔히 있었습니다. 그러고도 결석처리를 하지 않았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 대신 답안을 작성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생깁니다.

 

커닝해도 모른척 하던 일제고사의 추억

 

일제고사를 치를 때는 남의 답안을 훔치는 '커닝'을 해도 관대합니다. 교사들이 "생활기록부에 남는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반복해서 강조합니다.(그때는 고입시험이 있었지만 내신을 반영하지는 않았습니다.) '공부 잘 하는 애들더러 좀 보여주라'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또 커닝을 하다 들켜도 답안지를 회수하거나 시험을 치를 수 없도록 하는 당연한 조치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머리 한 번 쥐어박고 웃으면서 주의를 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당시 우리들 해석으로는 "컨닝을 해도 좋지만 대놓고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하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 힘이 싸움을 잘 하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쿡쿡 찔러서 답을 요구해도 별로 부끄러운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요약하자면 일제고사는 새빠지게 열심히 공부해서 진지하게 치는 시험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시험이 이랬던 것은 결코 아닙니다. 선생님들이 왜 일제고사를 치를 때만 이렇게 바뀌는지 그 이유는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학생 뿐만 아니라 교사와 교장선생님도 시험 성적에 따라 평가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던 것이지요.

 

아마 이런 부작용 때문에 일제고사가 없어졌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2mb 정부가 들어선 후에 '경쟁교육'으로 후퇴하면서 일제고사도 다시 부활한 것이지요. 2mb정부 기간 동안 짧은 정말 많은 제도와 규정이 후퇴하였는데, 그 중 교육 영역에서 대표적인 후퇴사례가 바로 일제고사(학업성취도 평가)일 겁니다.

 

인성 성취도, 인격 성취도, 인권 성취도, 교양 성취도, 체능 성취도 같은 것은 평가하지 않으면서 유독 학업성취도만 평가하여 아이들을 '공부'로 내몰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제고사가 계속되는 한, 일제고사의 폐해는점점 늘어나면 늘어났지 절대로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