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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10년 지난 15인승에 아이들 계속 태울 것인가?

by 이윤기 2013.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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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탁업중앙회 등 4개 단체가 한국 지엠이 생산하는 '다마스'와 '라보'의 자동차 단종을 막아 달라고 국민권익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에 청원을 했다고 합니다. 이들 단체는 '다마스와 라보'가 계속 생산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청원서를 제출하였는데, 그 까닭은 세탁소와 꽃집 등 골목상권의 생계형 차량이 단종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국지엠에서만 생산되는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는 경승용차인 대우자동차의 티코와 함께 경차 삼총사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차체가 작고 유지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서민들과 소상공인들의 생계형 이동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었는데, 두 차량이 단종되면 '고유가와 내수부진'으로 서민들과 소상공인들이 더욱 어려움을 격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입니다.

 

지난 1월 한국지엠이 '다마스와 라보'의 생산 중단을 밝힌 것은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부의 규제에 맞는 차를 생산하려면 추가 투자를 해야 하는데, 다마스와 라보는 추가 투자를 할 만큼 채산성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지요.

 

결국 이번 청원은 한국지엠이 한국세탁업중앙회를 비롯한 단체를 통해 환경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청원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겉으로는 '다마스와 라보'의 지속적인 생산 요구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결국 '다마스와 라보'에 대한 환경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요구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번 청원을 받아들여 정부가 '다마스와 라보'에 대하여 환경규제를 완화하게 된다면, 소상공인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것은 한국지엠이 될 것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정부가 환경기준을 높였다고 해서 더 이상 차를 만들지 않겠다고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은 국내 자동차 시장이 독과점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다마스 라보도 필요하지만...15인승 승합차도 꼭 필요하다

 

'다마스와 라보'같은 소형상용차는 지금 단종 위기이지만, 15인승 승합 차량은 수년 전에 단종이 되어 전국의 수 많은 학원이나 어린이집들이 울며겨자 먹기로 현대차의 '스타렉스'를 구입하고 있습니다. 15인승 이스타나를 생산하던 쌍용차가 무너지고, 현대차와 기아차가 사실상 한 회사가 되었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의 독점 구조나 다름이 없습니다.

 

승용차의 경우는 지엠, 르노삼성, 쌍용 등에서 생산하는 경쟁 차종이 있지만, '다마스와 라보' 같은 경상용차의 경우에는 지엠이 단독으로 생산하고 있고, 승합차의 경우에는 현대의 '스타렉스'만 단독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들 차종의 경우 수입차도 없기 때문에 경쟁이라고는 없는 독점 시장이나 다름없습니다.

 

실제로 전국의 많은 학원이나 어린이집 등에서는 지금도 낡은 15인승 승합차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5 ~10년이 훌쩍 넘은 차들도 폐차를 하지 않고 최대한 고치고 또 고쳐서 쓰는 것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국내에 15인승 새차가 나오면 당장이라도 차를 바꾸고 싶은데, 15인승 차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낡은 차를 그냥 운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2003년 12월 현대자동차의 그레이스가 단종되었고, 비슷한 시기에 쌍용차의 이스타나도 함께 단종 되었기 때문에 지금 국내에 등록 운행되는 15인승 승합차는 대부분 10년이 다 되었거나 10년 이상된 차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단종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이루어진 '다마스나 라보'와 마찬가지로 2003년부터 시행된 새로운 배기량 기준과 안전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단종된 것입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15인승 승합차 수입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언론보도 있었지만 모두 불발되었고, 15인승 승합차 구입을 기다리던 소형 학원이나 어린이집의 경우 대부분 국내의 유일한 승합차인 12인승 '이스타나'를 구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도심지의 골목길을 운행해야 하는 학원이나 어린이집의 경우 여전히 15인승 승합차를 선호하기 때문에, 아마 수입차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15인승 승합차를 수입해 들여오면 적어도 수천대는 예약판매로도 충분히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10년 지난 15인승 승합차에 아이들 계속 태울 것인가?

 

실제로 2003년 단종 직전인 2002년만 해도 쌍용차 이스타나의 연간 판매실적은 1만 2000대에 달했고, 그레이스도 1만5000대 규모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생산이 중단 되었으니 이런 판매실적을 단순 수치로 계산하면 27만대 이상의 수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 국내에 굴러다니는 모든 15인승 승합차는 새차로 바꿔야 할 시기가 (지났으며)되었으며, 어쩔수 없이 12인승 스타렉스(현대차)를 운행하고 있는 학원이나 어린이집도 15인승으로 바꿀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마스와 라보뿐만 아니라 15인승 승합차의 경우도 소형 학원이나 어린이집 그리고 소기업으 통근 차량으로 꼭 필요한 차종입니다.

 

그러다보니 15인승 승합차의 경우 10년이 넘은 차종의 경우에도  중고차 시장에서는 감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10년 넘게 사용한 차를 지금 팔아도 구입가의 절반을 받을 수 있는 기형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차종별로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지금 상황이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장 돈이 안 되는 차를 만들어 팔 까닭이 없어보입니다. 단종을 앞두고 있는 다마스와 라보도 15인승 승합차처럼 낡고 오래된 차만 오랫 동안 굴러다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부가 환경 기준이나 안전 기준을 낮출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다마스와 라보같은 경상용차와 15인승 승합차가 국내에서 생산 또는 (수입을 통해서라도) 판매될 수 있는 길을 꼭 다시 열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