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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유치원비 카드로 내면 누가 이익일까요?

by 이윤기 2013.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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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소비자운동에 참여한지 20여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주부, 직장인, 청소년, 어르신들에게 '소비자 교육', '신용교육', '신용카드' 교육 같은 것을 하였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강의 중 하나가 바로 신용카드의 실체를 밝히는 강의였습니다.

 

신용카드에는 '신용'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을 뿐 실제로는 빚을 내는 '부채카드'입니다. 신용을 현금처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용을 근거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카드인 것입니다. 물론 신용카드 포인트 같은 것이 있어서 마치 신용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신용카드 회사의 '신용'프레임에 갇혀서 자신의 신용을 담보로 수입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며 마구 카드를 긁었던 사람들 중엔 '신용불량자'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분들이 신용카드를 많이 쓴 것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 한 탓도 있고, 카드 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눈속임을 하면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느슨하게 만들어 준 탓도 큽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개인 신용불량자가 마구잡이로 늘어나면서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면서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카드 사용액이 확 줄어들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처럼 내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신용카드 매출액 증가가 주춤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대학등록금 신용카드 대신 매월 분납하면 된다

 

그런데 매년 신용카드 사용을 부추기는 언론 기사가 쏟아지는 때가 있습니다. 첫 째는 대학등록금 납부 때입니다. 이 시기가 되면 대한민국 언론들이 그의 동시에 '대학등록금 신용카드 납부'가 안 되는 학교들이 수두룩하고 학부모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기사를 쏟아냅니다.

 

관련기사 : 2013/01/29 - [소비자] - 대학등록금 신용카드 납부 반대 !

 

전에 쓴 글에서 밝혔다시피 대학등록금 신용카드 납부는 할부 이자를 부담하는 학부모도 손해고, 신용카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대학도 손해입니다. 오직 신용카드 회사만 부모에게는 이자를 챙기고 대학에서는 수수료를 챙기는 꿩먹고 알먹는 장사지요.

 

이런 기사가 쏟아질 때 확인해봤더니, '여신전문금융협회'가 전국 대학들의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 실태를 조사하여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주요 언론들은 보도자료를 받아서 기사를 쏟아내더군요. 대학등록금은 결코 신용카드 납부가 대안이 아닙니다. 서울시립대 수준으로 대학등록금을 낮추고 유치원이나 학원비처럼 매월 납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치면 되는 일입니다.

 

대학등록금을 납부하는 봄에 이어 또 한 번 신용카드 사용을 부추기는 언론 기사가 쏟아지는 때가 있는데 매년 가을에 접어드는 바로 이 무렵입니다. 이 때는 국회발 자료가 쏟아집니다. 바로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 '신용카드 안 되는 대학, 유치원 등을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내보내는 국회의원이 꼭 있습니다.

 

 

매년 신용카드사 나팔수 노릇하는 국회의원과 기자 !

 

어제 보도를 보니 올해도 민주당 국회의원이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유치원이 80%가 넘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모양입니다. 국회의원의 실태 조사결과와 언론보도를 요약해보면 유치원을 보내는 학부모들이 매월 꼬박꼬박 교육비를 내야 하는데 사정이 생겨서 그 달에 낼 수 없는 형편이 생기면 신용카드로 납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유치원비는 대학등록금과 달리 대부분 이미 분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매월 내는 교육비를 신용카드로 납부한다고 해도 학부모의 경제적 어려움이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신용카드로 유예하는 것보다는 유치원 교육비 납부를 2~3달 유예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입니다.

 

또 6개월 혹은 12개월로 장기간 분납 납부를 해야 할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신용카드 할부로 높은 이자를 부담하는 것보다 은행권에서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방안입니다.

 

물론 유치원 납입금 중에는 매달내는 교육비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목돈을 내야하는 입학관련 비용들도 있습니다만, 이것도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은 아닙니다. 한꺼번에 목돈을 내는 것이 정말 학부모들에게 부담스럽다면 매월 내는 교육비처럼 분할 납부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시키면 됩니다.

 

 

"목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신용카드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카드회사의 상술에 놀아나는 것입니다. 유치원 교육비, 각종 납부금을 신용카드로 내면 당장 학부모는 할부 이자를 부담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유치원 입장에서는 신용카드 수수료도 학부모가 내는 납입금에 포함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조금만 멀리 내다보면 신용카드 회사는 꿩먹고 알먹는 장사를 하는 대신에 학부모가 할부 이자와 신용카드 수수료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됩니다.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교육비를 받는 유치원이 있다는 그 문제는 신용카드 결제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 교육당국이 원칙을 세우고 학부모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옳습니다.

 

예컨대 대학등록금이나 유치원 교육비 실태를 정확하게 조사하고 표준원가와 같은 개념을 도입하여 터무니없이 많은 교육비를 받는 대학이나 유치원에는 정부 지원을 중단하면 그만입니다. 우리나라 대학과 유치원 중에 정부지원금 없이 운영될 수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아울러 입학 시기에 한꺼번에 납부하는 입학관련 비용이 학부모들에게 부담이 된다면, 신용카드를 사용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이자부담없이 매월 나누어 낼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국회의원이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 실태만 조사해서 발표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학부모에게 도움이 되도록 제도를 고쳐야 되는 것이죠.

 

1년에 2~3번씩 국회의원이나 언론사 기자들이 신용카드 대변인 노릇을 하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신용카드의 실체를 잘 모르는 분들이 신용카드의 '편리성'에만 주목하여, 때만되면 매년 국민을 모두 빚쟁이로 만드는 정책을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참 기가막힐 노릇입니다.

 

국회의원님들, 쟁쟁한 언론사 기자님들 !

제발 공부 좀 합시다 ! 신용카드 소비를 늘이는 것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니시지요. 대학등록금도, 유치원 납부금도 신용카드로 결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쉽고 간단한 해결책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의원님, 기자분들, 신용카드사 나팔수 노릇 제발 올해로 끝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