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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새로 산 모니터 이꼴인데 그냥 쓰는 까닭?

by 이윤기 2013.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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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새로 산 모니터가 2년 동안 사용하던 모니터보다 색감이 떨어지는데, A/S기사는 절대 불량이 아니니 알아서 하라고 그냥 가버렸다는 이야기를 포스팅하였습니다. (2013/10/31 - [소비자] - 새로 산 모니터 이꼴인데...이상없다니? )

 

A/S 기사가 다녀 간 다음 날, 그 때까지 경과를 정리하여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였습니다. 아울러 제가 블로그에 쓴 글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공개하였습니다. 특별히 페이스북 OO전자의 '페이지'를 방문하여 '기가막힌 사연'을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가장 먼저 LG전자 페이지 담당자로부터 '메시지'로 연락이 왔더군요. "연락처를 알려주면 A/S기록을 찾아보고 다시 담당자가 방문하여 모니터를 점검해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메시지로 A/S 접수 할 때 남긴 휴대전화번로를 보냈더니, 지역에 있는 A/S센터에서 곧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이틀 후에 같은 패널을 사용하는 가장 비슷한 모델의 모니터를 가지고 방문하여 모니터를 다시 점검하기로 약속을 정하였습니다.

 

 

이틀을 지난는 동안 삼성전자 A/S기사의 기사의 열악한 노동 환경 그리고 A/S 기사의 자살 소식 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솔직히 같은 회사는 아니지만 제가 이렇게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회사의 고위층이나 경영자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도 못하고 A/S기사를 비롯한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만 '불이익'을 주게 되는 이런 구조가 참 안타까웠습니다.

 

아무튼 이틀 후에 OO전자에서 팀장 한 분, TV화면을 담당하는 기사님 한 분, 컴퓨터와 모니터를 담당하는 기사님 한 분 모두 세 분이 같은 패널을 사용하는 모니터를 가지고 방문하셨습니다.

 

먼저 고객의 문제제기와 궁금한 부분을 제대로 해소해드리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 말을 듣는데 '감정노동'이라는 단어가 퍼뜩 뇌리를 스쳤습니다. 그래서 저도 '번거롭게 해드려 미안하다, 하지만 새로 모니터를 산 사람으로서는 답답하여 그냥 넘길 수 없었다'고 답을 하였습니다.

 

세 분 모두 제가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과 글을 다 보고 오셨기 때문에 쟁점과 주장은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먼저 제가 같은 회사 제품에 연결된 2년 전 모니터와 최근 새로 구입한 모니터를 다시 확인시켜드렸습니다.

 

세 분 모두 모니터 색상을 비교해보더니, "두 모니터의 색상이 확인이 다르다"는 점은 인정하였습니다. 하지만 "둘 중에 어느 쪽이 정상이고 어느 쪽은 비정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예컨대 2년 전 구입한 모니터는 정상이고 새로 구입한 모니터는 비정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출장을 왔던 A/S 기사님처럼 "제품불량을 아니니 알아서 하시라"고 이야기 하지는 않았습니다. 세 분이 끊임없이 절 설득하시더군요. 먼저 빛이 삼원소부터 시작해서 설명을 쭉 하시더니, "전체적으로 새로 구입한 모니터가 표현하는 흰색을 더 흰색에 가깝게 표현하고 있고 더 자연색에 가깝다"는 말씀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제 눈에는 2년 전에 구입한 모니터가 파란색을 더 잘 표현하고 있고, 주관적인 느낌이라고 할 지라도 색감도 더 선명하니 새로 산 모니터의 설정을 바꿔서 같은 색이 표현되도록 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TV기사님과 컴퓨터 기사님이 한 참 동안 이리저리 설정을 바꾸어 비슷한 색을 만들어주었지만 정말 아무리봐도 제 눈에는 2년 전 모니터보다 못하였습니다.

 

여러 설정을 바꿔서 파란색이 좀 더 진해지기는 하였지만 전체적으로 산뜻한 느낌이 나는 것이 아니라 우중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음 한 쪽에서는 "옛날에 출시된 모델 재고가 있으면 옛날 모델로 바꿔달라"는 이야기가 맴돌았습니다. 오랫 동안 소비자 운동을 했었기 때문에 제가 이런 주장을 하면 대략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 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서로가 긴 시간 동안 말씨름을 해야하고 옛 제품 교환 요구가 정당하다는 논리를 주장해야 하고, 상대방들은 동일제품 교환이나 환불 밖에 할 수 없는데, 제품 불량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없으니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할 게 뻔하였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서로 팽팽한 줄다리기와 힘 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솔직히 자꾸만 '삼성전자 A/S 기사들의 처우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관한 기사도 머릿 속을 맴돌았습니다. 이 모니터, 저 모니터 바꿔가며 한 참을 씨름한 후에 결국은 제가 마음을 접었습니다. 최대한 비슷한 색상으로 맞춰달라고 하고 마음에 안 드는 모니터를 그냥 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뭐 그러다고 빨간색을 파란색으로 표현하는 완벽한 불양은 아니고, 패널에 구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색감이 덜 선명한 것이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불만이 가시지 않았지만 그냥 사용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은 것입니다. 순간의 선택이 5년쯤은 작용할 터인데 아무튼 마음 정리를 하였습니다.

 

A/S기사 분들이 옛 모니터와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설정을 해주었지만 전혀 마뜩치 않았습니다. A/S 기사 분들이 다녀 간 후에 '공장 초기화'를 시켜버렸습니다. 옛 모니터보다 색감은 떨어지지만 그 편이 전체적으로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OO전자 A/S센터에서 재 방문하여 같은 패널의 비슷한 사양을 가진 모니터를 가져와 비교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최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소비자들 설득하려고 노력한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막무가내로 된다, 안된다 하는 말로 화를 돋우지 않고 최대한 차분하게 기술적(?) 설명을 하려고 했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결론은 하나입니다. 같은 패널의 비슷한(거의 동일) 제품을 가져와도 색감이 떨어진다는 것은 결국 OO전자가 원가 절감을 위하여 2년 전보다 색감이 떨어지는 제품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거둘 수 없습니다.

 

두 제품을 들어보면 새로 산 모니터가 정말 훨씬 가볍습니다. 부품을 개선하여 제조 원가도 줄였으리라는 짐작이 가능하지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분명한 사실은 같은 IPS 패널인데도 육안으로 보았을 때 분명하게 2년 전 제품이 더 선명하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같은 패널을 사용하는 동일한 제품도 2년 전 제품보다 선명하지 못하다면  적어도 OO전자가 2년 전보다 품질이 나은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더 이상 다투는 것이 너무나 진을 빼는 일이니 그만 두자. 하지만 앞으로 사무실에 모니터를 교체 할 때는 절대로 이 회사 제품으로 교체하지는 말자." "주변 사람들이 이 모니터를 교체한다고 하면 꼭 이번에 경험한 이야기를 해주자."

 

"회사와 브랜드만 믿고 절대 구입하지 마시라. 똑같은 화면을 띄워놓고 서로 비교 해 본 후에 육안으로 품질을 보고 선택하라"고 조언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업계 1등 업체보다 OO전자 제품이 더 우수하다는 저의 선입견(?)은 완전히 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