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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창원 도시철도 수요는 뻥...공사비는 축소 의혹

by 이윤기 2013.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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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창원 도시철도 검증을 위한 '진실버스'에 탑승하여 마산-창원-진해를 연결하는 도시철도 구간 현장을 둘러보고왔습니다. 도시철도 시민대책위가 주최한 '진실버스'는 창원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철도 계획에 대하여 현장을 검증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행사였습니다.

 

오전 10시 30분 창원시청을 출발하여 마산-진해를 거쳐 창원시청으로 돌아오는 현장 답사에는 시민, 시민단체 실무자, 블로거, 방송, 신문 등 언론사 기자 등 50여명이 참여하여 45인승 관광버스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습니다.

 

도시철도 전체 노선을 직접 답사해보니 크고 작은 문제가 예상되는 구간은 한 두 곳이 아니었고, 정말 심각한 문제가 예상되는 곳은 두 군데였습니다. 한 곳은 육호광장에서 시작하여 불종거리 - 마산 어시장을 지나는 구간이고 또 다른 구간은 안민터널을 지나서 창원시청광장까지 오는 주거지역을 지나오는 구간이었습니다.

 

먼저 심각한 문제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인데요. 하나는 이 구간에 도시철도가 계획대로 운행되면 '교통대란'이 예상된다는 것이구요. 다른 하나는 교통 대란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로를 확장하는 추가 대책을 세우게 되면 막대한 공사비가 들어갈 것이라는 겁니다.

 

 

불종거리...어시장...가음정...교통 대란..계획에는'대책' 없다

 

우선 첫 번째 측면을 살펴보겠습니다. 도시철도 대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육호광장에서 서성광장까지 구간은 불종거리와 어시장을 거쳐 가도록 되어 있는데, 이 구간은 복선이 아니라 단선으로 운행한다고 합니다. 아마 이 구간이 워낙 차량 통행이 많은 구간이라 복선구간으로 할 경우 엄청난 교통체증이 유발될 것을 예상하였기 때문에 그런 계획을 세웠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단선으로 하더라도 불종거리 코아양과 근처 혹은 어시장에는 정류장이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현재 자동차가 다니는 2개 차선을 도시철도가 차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도시철도는 기차 다섯 칸을 하나로 묶어서 운행하기 때문에 현재의 버스정류장 크기의 열배 정도는 되는 역이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서울의 지하철처럼 차량 다섯 칸의 승객이 동시에 타고 내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도시철도 역사(승강장)가 들어서는 곳은 복선의 경우 3개차선, 단선의 경우에도 2개 차선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마산-창원-진해를 연결하는 총 33.9km 구간에 무려 38개나 되는 역(승강장)이 들어선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문제가 예상되는 곳이 코아양과 근처와 어시장 부근입니다. 타당성 검토 용역에서는 이 구간에 모두 두 개의 역을 만드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불종로와 어시장 구간은 왕복 2개 차로를 도시철도가 사용하고 나머지 2개 차로로 모든 차량이 왕복해야 하기 때문에 심각한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교통사고가 잦은 어시장 구간에서 사고라도 생겨 도시철도를 예정대로 운행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단선구간이기 때문에 육호광장과 서성로에서 대기하고 있는 다른 차량들도 모두 운행을 멈출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7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왕복 차량 모두가 이곳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발이 묶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사정은 마산 불종거리와 어시장 구간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창원의 경우에도 가음정을 지나는 구간에서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왕복 4차로 구간의 아파트 단지를 도시철도가 지나가기 때문에 마산 어시장 구간과 비슷한 교통 체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이마트 등이 밀집한 창원광장으로 가는 차량이 많고 출퇴근이 아니어도 차량 정체가 심한 구간으로 이어지는 곳인데, 도로 폭이 좁아 차선 확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인근 아파트 땅을 사들이든지 혹은 자전거도로와 보행로(인도)까지 모두 없애야 도시철도의 정상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었습니다.

 

창원 도시철도 공사비 축소 의혹?

도시철도 1km 공사비, 수원은 278억, 창원은 213억...왜 이렇게 차이날까?

 

그런데 결국 이 모든 문제는 도시철도 계획 단계의 공사비 축소와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계획으로는 마산- 창원 - 진해를 연결하는 총 33.9km 구간에 38개 정거장을 포함하는 도시철도 공사에 모두 7232억원이 드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2009년 기본계획 수립 당시에는 1조원이 넘는 공사 계획을 세웠던 때도 있었지만, 2011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 때에 공사비용을 7232억원으로 줄였습니다. 공사비를 이렇게 줄였지만 최근의 타당성 조사에서도 B/C (비용 대비 편익)는 1.05에 불과하여 재무적 타당성은 없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마산 불종거리 - 어시장 구간, 창원 가음정 구간 등은 도시철도 운행을 위해서는 도로 확장이 불가피한 구간인데도, 공사비를 늘이지 않기 위하여 현재 도로 상태를 그대로 두고 도시철도를 운행한다는 억지(?)스러운 계획을 세운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런 정황은 창원시와 비슷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수원시의 도시철도(노면전차)와 비교해보면 좀 더 명확해집니다.

수원시의 경우 경우 겨우 6.1km건설 비용으로 1700억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2013년 7월 25일, 한겨레 신문 보도 인용) 따라서 수원시 도시철도의 1km당 공사비는 278억원입니다

 

그런데 창원의 경우 수원의 6배에 이르는 33.9km 공사비로 7232억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1km당 공사비용은 213억원에 불과합니다. 창원시의 경우 1km당 공사비가 수원에 비하여 65억원이나 적게 든다는 계산입니다.

 

수원시 1km당 공사비 적용하면...창원 공사비 9424억원 이상...1조원 헛소문 아닐 듯

 

이번에는 수원의 1km당 공사비용을 창원시 33.9km에 적용해보겠습니다. 현재 창원시가 내놓은 계획보다 2000억원 이상이 늘어나는 9424억원이 나옵니다. 2009년 당시 기본계획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공사비 1조 310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다는 추정이 가능한 것입니다.

 

수원시 도시철도 공사비와의 단순 비교이기는 하지만, 시중에 떠돌고 있는 "공사 시작 후에 설계 변경 등을 통해 공사비가 증액 될 것이다. 총 공사비가 1조원 이상 들 것이다"하는 이야기들이 결코 근거 없는 소문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정황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창원도시철도의 계획은 '도시철도 도입'이라는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짜맞추기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막대한 건설비용은 억지로 줄이고, 승객 숫자는 부풀려서 억지로 도시철도 도입을 추진하려 한다는 합리적 의심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창원도시철도 계획은 사업 검토를 위한 민관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들로 보면 창원 도시철도 공사를 강행할 경우 김해 경전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철저한 사전 검증과 사업 검토를 통해 도입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할뿐만 아니라 창원시 전체의 교통계획과 대중교통 계획에 대한 종합적인 미래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