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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메뉴 통일하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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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4명이 4가지 음식 주문하면 욕 먹을 일인가?

 

지난 여름 있었던 일입니다. 벌써 아침 저녁으로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니 지난 여름이라고 해도 별로 어색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함께 일하는 후배들과 회의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나갔습니다.

 

원래는 창동 사거리에 있는 자주가는 피자&파스타 가게(전에 블로그에 포스팅 하였던)로 갈 생각이었으나 예약이 밀려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여기저기 의견을 주고 받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냉면, 모밀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가기로 하였습니다.

 

마산 시내를 잘 아는 사람이면 상호들어도 알 만한 옛 남성동 파출소 부근에 있는 식당입니다. 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딱히 마산 시내에 냉면이나 모밀국수 같은 여름 면음식을 잘 하는 곳이 없는 탓에 가끔 모밀국수를 먹으러 가던 곳입니다.

 

창동 거리에서 저녁 먹을 장소를 정하느라 의견을 주고받다가 제가 문제의 이 모밀 국수집을 추천하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이니 의견이 분분하였지만 시원한 냉면이나 모밀국수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더니 다수가 찬성 하였습니다.

 

 

퇴근 시간을 조금 앞당겨 나왔더니 아직 식당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습니다. 가게에 생각보다 빈 자리가 많더군요. 8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두 테이블에 네 명씩 나누어 앉아서 각자 음식을 주문하기로 하였습니다.

 

한 쪽 테이블에는 4명이서 세 가지 메뉴를 주문하였습니다. 돌우동 2개, 모밀국수 2개, 만두 1개를 주문하였지요. 그런데 다른 테이블에서는 메뉴가 통일이 되지 않았습니다. 모밀국수, 냉면, 유부초밥, 해물칼국수 등의 주문이 나왔고, "이렇게 주문하면 주방에서 싫어 한다"면서 두 사람씩 같은 메뉴로 통일하려고 했으나 결국 메뉴가 합쳐지지 않았습니다.

 

어쩔수 없이 '미안한 마음으로' 약간 기가 죽은 채로(왜 이래야하는지....참) 주문을 하였습니다. 4명이 각자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고 만두를 추가하여 나눠 먹기로 했더니 모두 5가지 메뉴가 되었습니다. 일 하시는 분에게 '모밀국수, 냉면, 유부초밥, 해물칼국수, 만두'를 달라고 주문했더니 인상이 확 달라지더군요.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만 했습니다. 메뉴를 '통일'(?)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분이 주방에 주문을 넣으면서 하는 말이 우리를 질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만두 하나, 모밀국수 하나, 냉면 하나, 해물칼국수 하나, 유부초밥 하나, 4명이 5가지 시켰다. 참 황당하다.......이거 다 만들 수 있는 재료는 있나? 이모야 해물칼국수도 되나? "

 

이 말을 자기들 끼리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식당에 있는 손님들이 다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로 하는 겁니다.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가 없더군요. 그냥 일어나서 식당을 나오고 싶었지만 다른 테이블에 앉은 동료들이 그냥 저녁을 먹고 나가자고 싸인을 보내더군요.

 

그래서 식당을 나오는 대신에 우리도 네명이 둘러 앉아 대놓고 싫은 소리를 했습니다. 식당 주인은 물론이고 일하는 사람들 다른 테이블 손님들도 다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이야기를 하였지요.

 

"네 명이 한 테이블에 앉지 말 걸 그랬다."

"그래 두 명씩 와서 두 테이블에 앉았으면 각자 다른 메뉴를 시키고 만두 하나 추가해도 아무 소리 안 했을거다."

"지금이라도 두 명씩 다른 테이블에 옮겨 앉을까?"

"어떻게 우리가 한테 다들리도록 황당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 따위로 해도 장사가 잘 되니까 그렇겠지"

 

한 참을 기다렸더니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다른 음식들은 괜찮았는데, 주문할 때 "칼국수도 되나?"라고 물었던 칼국수 맛은 엉망이었습니다. 후배가 주문한 칼국수 국물에서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는겁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돌아가며 국물을 한 숟갈씩 먹어봤는데, 오래된 바지락을 넣고 끓인 때문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하였습니다.

 

이런건 주인불러서 따지고 싸워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해물칼국수를 시켰던 후배가 꼬치꼬치 따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 그냥 먹고 가자고 다수의 의견에 반대하였습니다. 결국 음식을 시킨 당사자의 의견을 존중하였고, 시킨 음식을 나눠먹고 식당을 나왔습니다.

 

4명이 2명씩 두 테이블에 앉았으면...아무말도 안했을거 아닌가?

 

나중에 확인해보니 음식값 계산이 잘못되어 다시 식당에 가서 7000원을 돌려 받아야 했습니다. 고의로 그랬는지 실수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서로 대놓고 싫은 소리를 주고 받았기 때문에 고의로 그랬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지요.

 

사실 여럿이 밥을 먹으러 가면 이 식당에서만 이런 무언의 무언의 압력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럿함께 밥을 먹으러 가면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는 대신에 대표 메뉴 몇 가지를 정해서 주문을 통일하는 것이 아주 당현한 일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아주 고급식당의 경우에는 사정이 좀 다르지만, 대중 음식점에서는 당연히 메뉴를 통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인식되어 있습니다. '메뉴를 통일해달라"고 주인이 싫은 소리를 할까봐 아예 손님들이 먼저 나서서 메모지를 들고 몇가지 메뉴를 골라서 손을 들게 하지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음식을 만드는 시간을 줄여서 빨리 밥을 먹고 가겠다는 손님의 이해와 같은 메뉴를 여러가지 만들면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주인의 이해가 맞아떨어져서 생긴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빨리빨리' 먹고 나가야 하는 우리나라 손님들의 자발적인 선택도 크게 한 몫 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 참 불공정한 거래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합니다. 앞서 주고받은 대화처럼 두 명이 식당에 가서 두 가지 음식을 시키면 메뉴를 통일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네 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네 가지 음식을 시키면 가짓수가 많다고 이야기 합니다.

 

합리적이지 않은 계산법이지요. 앞서 말했듯이 네 명이 각자 다른 음식을 주문하게 할 요량이면 두 명씩 따로 따로 다른 테이블에 앉아서 각자 다른 메뉴를 주문해야 눈총을 받지 않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식당 주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해가 됩니다. 네 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야 더 많은 손님을 동시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해보면 네 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네 가지 음식을 주문하는 것은 전혀 불평할 일이 못된다는 것입니다. 설령 여덟 명이 여덟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덟 명이 와서 테이블 네 개를 차지하고 각자 다른 메뉴를 주문한 것과 비교하면 손해가 아니라는 겁니다. 식당 사장님들 꼭 기억 좀 하시기 바랍니다.

 

20명, 30명 단체 손님와서 각자 다 다른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면 메뉴를 통일하라고 할 까닭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오래 기다려서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것인지, 꼭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니어도 같은 메뉴를 주문해서 빨리 먹고 갈 것인지는 주인이 압력을 넣거나 강요할 일이 아니라 손님에 선택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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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13
  1. PartyLUV 2013.09.04 11:2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생각해보니까 좀 그렇네요^^;

  2. 지나가다 2013.09.04 11:59 address edit & del reply

    옛 남성동 파출소 근처이고 사진을 보니 잘 아는 식당이네요!
    저도 저 집에는 다시는 안갑니다. 제법 오래전에 네 식구가
    메뉴를 따로 시켰더니 주인 아줌씨가 눈을 흘기며 깔더라고요!
    그라고 한 마디가 걸작입니다. 위의 님처럼 메뉴 통일 운운하길래
    끝까지 따로 시켜먹고 그 다음부터는 안가죠! 그런데 그후 자주
    가는 친구가 가자고 하길레 따라 가서 초만 치고 나왔습니다.
    아주 배부른 장사를 하고 있지요! 아직도 장사를 하네요? 신기합니다.

  3. 나그네 2013.09.04 16:32 address edit & del reply

    식당 주인의 불친절은 개선해야 하지만 생각하기 나름인 부분도 있어요. 초등학교 졸업식날 친구들과 시내에 나가 중국집에서 일곱이 다섯 메뉴를 주문해 본 후론 그렇게 여러가지 메뉴를 주문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당연 맛도 떨어지구요. 4가지 메뉴를 따로 주문하면 한정된 주방이라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요. 그런데 보통 일행은 같이 나온 음식을 같이 먹기를 바라죠. 면류 4가지가 다 시간이 다르게 나왔다 생각하면 처음 나온 면과 나중 나온 면은 맛이 아무래도 다르겠지요....

  4. 힘쎈녀 2013.09.04 16:54 address edit & del reply

    함께 했던 사람으로..매우 불쾌했던게 사실입니다. 서비스업을 하다보면 화가날때도 기분이 나
    쁠 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손님이 들릴 정도로 그렇게 하는 사장님의 모습에 손님으로 온 사람은 다시는 그 식당에 가고 싶지 않은 생각과 함께 다른 사람에게 절대 권하고 싶지 않은 식당이 되기도 했죠... 그렇게 말씀하실거면 메뉴는 왜 그리 다양하게 해놓으신건지...글을 읽으니 다시금 불쾌함이 떠오릅니다..씁쓸 ㅡㅡ;

  5. k 2013.09.04 17:04 address edit & del reply

    경상도는 서비스마인드 확실히 떨어짐 서울은 그런 식당도 별로없고 통일을 요구할때는 죄송합니다만을 먼저 붙임

  6. 지나가는이 2013.09.04 17:58 address edit & del reply

    생각못했던 부분인데..하긴 그래요..
    가까운 거리 택시 타는거 미안해 하는거나..
    메뉴 통일 못하면 주문할때 미안해 하는거나..
    왠지 우리 나라만 그럴것 같네요..
    그런데 어디까지나 미덕 아닐까요?
    그게 당연한건 아니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두명이서 테이블을 나눠 앉고 다른 메뉴를 시켰다면..
    저런 식으로 서비스를 하지 않았겠죠..아이러니 합니다..
    저런 서비스를 받았다면..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계산할때 돈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

  7. 안먹어 2013.09.04 19:15 address edit & del reply

    나같았으면 그자리에서 들이받고 나옴. 뭔 졎발랐다고 거기서 먹어줘?

  8. 다른생각 2013.09.04 19:37 address edit & del reply

    기분은안좋을것같네요..ㅜ.ㅜ.
    서빙하는분이눈치것 좋게말했더라면....
    하지만 만일 친한친구어머니가게에가서도 다다른음식을해달라고할까요??
    그리고작게보면 8명이음식몇개다른메뉴로시킨거지만 계속손님이들어온다고생각을하면....

    • 안먹어 2013.09.05 06:55 address edit & del

      왜 하필 친한 친구 어머니가게에 갔다는 가정을 해야할까요?
      기다릴 건지...메뉴를 통일할건지는 손님이 선택하는 것이 맞지요.
      그리고 8명이 2명씩 4테이블에 앉으면 손님이 앉을 자리가 없어...더 손해가 나겠죠.

  9. 짜근불꽃 2013.09.05 17:10 address edit & del reply

    저렇게 편하게 장사하실려면 뼈다구 해장국이나 돼지국밥처럼 단일 메뉴로 가셔야지...
    사실 저도 여럿이서 가면 될 수 있으면 메뉴통일을 할려고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때도 있는데
    잘 받아 주시는 곳도 있고, 불편하게 만드시는 곳도 있네요.
    그래도 서비스업인데...

  10. 그냥 2013.09.06 21:20 address edit & del reply

    하루 식당 손님이 100명이다 치고 4명단위 메뉴 통일했다 치면 주방에선 25번만 요리하면 됩니다. 하지만 각자 다르게 시켰다 하면 100번을 요리하겠지요

  11. 지나가다 2013.09.09 14:12 address edit & del reply

    헐~ 뭐 저런 식당이 다있나요? 저같았으면 그냥 아무말도 안하고 나와버렸을겁니다.~ 식당이 저만 있는것도 아니고...제가 다 화가나네요.

  12. 행복한이기주의 2013.09.20 15:01 address edit & del reply

    짜증나도 그냥 먹음 -> 식당 직원들과 트러블 -> 음식맛별로임 -> 계산착오로인한스트레스

    결과로봣을때 아싸리 짜증나면 그냥 나왔어야함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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