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차, 히타카쓰에서 미네까지 58.7km 라이딩
지난 8월 8일부터 10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대마도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7월말부터 일주일간 청소년들과 자전거 국토순례를 다녀 온 여독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대마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오래전부터 약속된 일정이기도 하였고, 자전거 국토순례를 함께 하였던 청소년들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는 대마도 여행을 기획해보기 위한 답사를 겸하여 다녀왔습니다.
8월 8일 이른 아침에 마산을 출발하여 오전 8시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였습니다. 승용차에 자전거를 싣고 부산항까지 이동하여 근처에 있는 1일 5천원으로 장기 주차를 할 수 있는 주차장에 차를 맏겼습니다.
10시에 출항하는 대마도 히타카쓰행 여객선이었습니다만, 국제선이라 2시간 일찍 터미널에 도착하여 출국 수속을 하였습니다. 입국 수속이 끝나고 승선이 시작되자 자전거를 탄 우리 일행이 가장 먼저 배에 올랐습니다.
배를 타고 내리는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탈 때는 자전거를 맨 먼저 태워주고 내릴 때는 맨 나중에 내리도록 배려(?)해주더군요. 덕분에 히타카쓰에 입국 수속을 할 때는 맨 꼴찌로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였습니다.
함께 간 YMCA 일행 외에도 같은 배를 타고 자전거 여행을 위해 히타카쓰로 대마도에 입국한 다른 팀들(개인 여행, 단체 여행팀)이 있어서 30대가 훨씬 넘는 자전거를 한 배에 싣고 갔습니다.
출국 심사를 때부터 얼굴을 익히고 인사를 나누기 시작하였는데 대마도 여행을 하는 동안 정말 자주 마주쳤습니다. 특히 작은 어촌 마을인 이즈하라 시내 여행을 할 때는 하루 동안 여러 번 만났습니다. 그중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단체 여행을 온 팀은 중간중간에 마주칠 때마다 유익한 정보와 경험을 나눠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마도 2박 3일 자전거 여행 일정은 히타카쓰로 입국하여 오후에 자전거 라이딩을 시작하여 히타카쓰와 이즈하라를 연결하는 382번 국도를 따라 50여km를 달려 미네에서 1박을 하고, 둘째 날 또 다시 50여km를 달려 이즈하라에서 2박을 하는 일정이 여행사 추천 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름 자전거 타는데는 자신 있었던 저희 일행은 일정을 약간 수정하였습니다. 우선 첫날 히타카쓰에서 미네로 가는 길을 국도를 우회하는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대마도 동쪽 해안을 따라 가는 이 길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 된 은행나무' 그리고 아름다운 '단풍나무길'을 거쳐가는 길이었습니다.
히타카쓰와 이즈하라를 최단 거리로 연결하는 382번 국도에 비하여 조금 먼 길이기는 하지만, 훨씬 재미있는 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예상이 빗나간 것은 아니지만 첫 날 라이딩은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 히타카쓰항에 도착하였지만, 자전거 탄 승객들의 입국 소속을 맨 꼴찌로 하는 바람에 12시가 다 되어 대마도에 입국하였습니다. 후쿠오카 자전거 여행때와 마찬가지로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일본 세관 직원이 나와서 자전거 타이어를 약품으로 깨끗히 닦았습니다.
대마도 맛집 점심...기다리는 시간만 1시간
기다리는 동안 자전거를 점검하고 히타카쓰항 여객터미널을 나와서 곧자 미우다 해수욕장을 향해 라이딩을 시작하였습니다. 원래는 한국전망대까지 다녀올 계획이었으나 점심을 먹고 국도와 지방도를 따라 미네까지 가는 일정이 부담이 되어 한국전망대는 코스에서 제외시켰습니다.
미우다해수욕장은 정말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선뜻 바다에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해수욕을 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잠깐 둘러보고 인증샷을 찍은 후에 다시 히타카쓰항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기 위해 맛집을 검색하였습니다.
배를 타고 가면서 미리 찾아놓은 맛집이 두 곳 있었는데, 한 곳은 한국전망대 가는 길에 있는 곳이라 한국전망대를 코스에서 빼버려서 자연스럽게 제외되었고, 히타카쓰항 근처에 있는 또 한 곳은 이미 예약손님이 많아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더군요.
결국 바로 옆집으로 갔습니다. 여러가지 메뉴가 있었는데 일단 밥을 꼭 먹어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되어 일본식 덮밥을 시켰습니다. 찬물로 더위를 식히고 허기를 참으며 기다렸는데, 주문하고 나서 딱 1시간이 지난 후에 밥이 나왔습니다.
식당에 들어섰을 때 다른 손님들이 많아서 꽤 기다려야 하겠다는 생각은 하였지만, 이렇게 오래 기다릴줄은 몰랐지요. 아무튼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려고 시계를 보니 오후 2시였습니다. 지난 8월내내 한국도 찜통 더위였지만 대마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부산보다 2~3도가 높은 기온이었으니 37~38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오후 2시에 히타카쓰를 출발하였으니 가장 더운 시간에 라이딩을 한 샘입니다. 각자 자전거 물통뿐만 아니라 배낭에도 물통을 1~2개씩 챙겼지만 이걸로는 정말 역부족이었습니다.
2시간쯤 라이딩을 하고나서부터는 1시간마다 1번씩 자판기로 달려가서 이온음료를 뽑아서 갈증을 해소하고 더위를 식혀야 했습니다. 첫날 라이딩은 출발부터 꼬이기 시작하였습니다.
표지판 잘못보고 어뚱한 길...10km를 우회하다
히타카쓰항을 출발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표지판을 잘못 읽어 엉뚱한 길로 갔다왔기 때문입니다. 일본어는 물론이고 한글로 친절하게 표시해놓은 표지판을 순간적으로 잘못 읽었던 것입니다. 세 개가 넘는 큰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서 약 5km쯤 달렸는데 바닷가에서 길이 끊긴겁니다.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서 5km쯤 나와서 지도를 확인하고 지나가는 차를 세워 길을 확인해보니 딴 길로 갔었더군요. 여기서 왕복 10km를 까먹었습니다. 히타카쓰에서 미네까지 50km가 안 되는 거리인데, 길을 잘못들어 10km를 넘게 까먹는 바람에 58km가 넘는 라이딩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길이 그냥 평지를 따라 5km를 갔다온 것이 아니라 99%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된 길을 큰 고개를 3개쯤 넘어 갔다왔다는 것입니다. 사람 마음이 원래 그렇겠지만 이 길을 되돌아나올 때부터 몸과 마음이 급격하게 추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출발하자 마자 엉뚱한 길을 갔다 오느라 10km를 우회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후 7시 30분에 저녁 식사를 예약해두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원래 계획보다 더 무리한 라이딩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후 7시에 미네에 있는 '피크 민숙'에 시간 맞춰 도착하기는 하였지만, 10km를 우회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하여 무리한 라이딩을 하는 바람에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대마도 여행을 한다고 했을 때, 여러 사람들이 '난이도'가 높은 코스라고 하였지만 막상 직접 가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대마도에는 평지가 없습니다. 마을을 지나 갈 때 짧은 구간 평지가 나타납니다. 마을을 지나면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됩니다. 작은 오르막길은 그냥 넘어가면 내리막길이 나옵니다. 그러나 높고 긴 오르막의 끝에는 꼭 터널이 있습니다.
대마도 자전거 여행을 하는 동안 20개도 넘는 터널을 지났습니다. 오르막의 끝에는 터널이 있고 터널을 지나면 내리막길이 시작됩니다. 약간 과장하자면 대마도의 평지는 터널밖에 없습니다. 첫 날 히타카쓰에서 미네까지 58.7km를 달렸는데, 그중에 딱 절반은 오르막 길, 나머지 절반은 내리막 길이었다고 보면 됩니다.
국내에서 여러 번 국토순례를 하였지만 이렇게 끊임없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구간을 가 본 일이 없었습니다. 대마도 자전거 여행은 절대 만만하게 보고 시작할 수 있는 코스가 아니더군요. 다행히작은 어촌마을 미네에 있는 피크 민숙은 조용하고 깨끗하였을 뿐만 아니라 음식도 맛있고 양도 넉넉하여, 첫 날 라이딩을 피로를 잘 풀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