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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여행

강도 피하는 노하우...팬티만 입고 뛰어라 !

by 이윤기 201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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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시다 유스케가 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장실과 가장 멋진 별밤>

 

이 책은 얼마 전 소개한 7년 반 동안 자전거를 타고 87개국 9만 5000킬로를 달린 이시다 유스케가 쓴 여행기 <가보기 전엔 죽지마라>의 후속편입니다. (관련기사: 자전거 타고 9만 5천 킬로, 87개국 여행한 남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장실과 가장 멋진 별밤>은 여행에서 돌아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썼다고 하네요. 전편인 <가보기 전엔 죽지마라>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묶어서 속편을 낸 것입니다. 

 

"지구 상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나요?", "어디 음식이 가장 맛있었죠?", "어느 나라 여성이 가장 예쁘던가요?"와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이를테면 사람들은 각 분야의 세계 최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더라는 것입니다.

 

이시다 유스케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하여 각 분야의 세계 최고를 소개합니다. 물론 저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세계 최고입니다. 예컨대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6곳, 세계 최고로 기상천외한 9곳. 세계 최고의 음식 6가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들 5곳, 세계에서 가장 굉장한 6곳 이렇게 30가지 음식, 장소, 사람들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자전거, 가장 자유로운 여행을 위한 이동 수단

 

하지만 사전처럼 재미없고 딱딱하게 사실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고, 전작과 마찬가지로 키득키득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문장과 자전거 여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상들이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이시다 유스케는 두 번째 여행기인 이 책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장실과 가장 멋진 별밤>에서 자전거 여행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였는데요. 장거리 여행 혹은 자전거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하여 소개해 봅니다. 그는 자전거 여행을 특별한 모험을 즐기는 여행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은 외국을 돌아보는 데 편리한 교통수단이라고 강조합니다.

 

"무엇보다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열차 시간표 따위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마음에 드는 곳에서 마음껏 느긋하게 머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시골 길을 여행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잦은 만남을 통해 그 나라의 진정한 모습을 볼 기회도 많아진다." (본문 중에서)

 

자전거 여행의 장점은 바로 자유로움입니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더 머무를 수 있고, 싫은 곳은 빨리 떠날 수 있습니다. 눈, 비, 바람과 같은 일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신에 예약과 시간표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이시다 유스케처럼 자전거에 야영 장비를 모두 싣고 다니는 여행이라면 더욱 자유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달리다가 지치면 그냥 아무 데나 드러누워 쉬다가 텐트를 치면 숙소가 되고, 버너와 코펠을 꺼내 요리를 시작하면 식당이 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자유로움이야말로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곰, 코끼리보다 더 위험한 '개'

 

그렇다면 무려 7년 반 동안이나 이런 자유로운 여행을 다닌 이시다 유스케의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과 장소는 무엇이었을까요? 책을 직접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만 지금부터 몇 가지 에피소드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에 얽힌 이야기들입니다. 알래스카의 캠프장에서 만난 불곰, 아프리카에서 캠프장과 도로에서 만난 코끼리 그리고 나라마다 다 있는 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캐나다의 불곰이나 아프리카의 코끼리를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장소는 바로 '개가 있는 마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커다란 이빨을 있는 대로 드러내면서 분노와 증오를 가득 표출하고 있는 녀석들을 보면서 나는 정말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본문 중에서)

 

특히 터키 동부지역의 개들이 가장 위협적이었다고 합니다. 늑대의 피가 섞었다고 하는 무시무시한 개들을 만나 자전거에 매달아 놓은 가방이 다 물어뜯기는 봉변을 당하였다고 합니다. 여행을 통틀어 1~2번 만나는 불곰이나 코끼리떼보다는 날마다 만나는 사나운 개가 더 무섭다는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편 지역적으로는 가장 위험한 장소로 페루 연안 북부지역의 '치클라요 사막'을 꼽았는데, 이곳은 저자가 사막 한가운데서 강도를 만나 자전거만 빼고 모든 것을 빼앗긴 장소입니다. 7년 반 동안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강도를 당했던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고 하더군요.

 

이런 특별한 장소를 빼고 위험한 지역으로는 나이로비, 요하네스버그, 상파울루 등지의 슬럼가가 가장 위험한 장소들에 속하는데, 평범한 도시에서 공포감을 맛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저자의 경우 탄자니아의 수도 다르에스살람에서 그런 경험을 했더군요.

 

강도 피하는 노하우...

 

저자는 호텔에서 1km 남짓 떨어진 전화국에 가서 국제전화를 걸어야 했는데, 호텔 밖에는 정체불명의 좀비 같은 사내들이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리고 있어서 거리로 나설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날 저자는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깁니다.

 

"웃옷을 다 벗고 달랑 사이클용 팬츠 한 장만 입었다. 주머니도 없고 몸에 딱 달라붙는 바지이니만큼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을 터 였다.(중략) 호텔을 빠져나가 전속력으로 달렸다. 큰길가에 서 있던 몇몇 사람들은 밝은 불빛 아래서 거의 홀딱 벗고 뛰는 나를 질린 듯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본문 중에서)

 

한밤중에 팬티만 입고 전속력으로 거리를 달리는 동양인 남자를 상상하면 독자들은 저절로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지만, 저자에게는 식은땀이 나는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던 모양입니다.

 

자, 그럼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세계에서 가자 위험한 화장실은 어디였을까요?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라는 나라의 작은 마을에 있는 화장실을 가장 위험한 화장실이라고 합니다. 그곳은 바로 우리나라 제주도처럼 똥 돼지를 키우는 곳이었던 모양입니다.

 

팬티를 내리고 쭈그리고 앉아 땅바닥에다 용변을 보고 있는데, 배고픈 큰 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 얼굴을 들이밀더라는 것이지요. 날카로운 이빨을 돌출시킨 사나운 돼지가 배설물을 먹으러 달려드는 데서 용변을 보는 상황... 똥만 먹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를 물어뜯길지도 모를 것 같은 공포감을 느꼈다는 겁니다.

 

화장실 이야기가 나왔으니 저자가 소개한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화장실 순위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저자가 경험한 가장 더러운 화장실은 3위 베트남, 2위 우즈베키스탄, 1위 중국이었다고 합니다.

 

베트남의 아주 낡은 여관은 아예 건물에 화장실이 없어서 근처 풀밭을 이용하였다고 합니다. 나무판자 한 장이 전부인 우즈베키스탄의 푸세식 화장실은 양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그 나라 사람들의 배설물에서 나는 악취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고 하는군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장실은 부르키나파소

 

한편 중국이 1등인 까닭은 문과 칸막이가 없는 화장실 자체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멀쩡한 화장실도 물을 내리지 않고 배설물을 가득 쌓아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기 때문이랍니다. 물론 모두 저자의 주관적 경험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대신 저자는 손으로 뒤처리를 하는 이슬람 방식을 아주 좋게 평가합니다. 처음엔 낯설고 더럽게 느껴졌지만, 막상 경험해 보니 그처럼 개운할 수 없더라는 겁니다. 이슬람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어느 나라를 여행하던 작은 생수병에 담긴 물로도 깨끗하게 뒤처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별밤을 경험한 곳은 어디일까요? 페루의 리마에서 출발하여 1주일 후 안데스 산맥을 넘다가 고원지대인 '알티플라노'의 외딴집에서 하룻밤을 묵던 날 밤에 최고의 별밤을 경험하였다고 합니다.

 

"문을 연 순간 나는 앗 하고 비명을 지를 뻔했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별들이 일제히 내 얼굴을 향해 쏟아져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우주 속에 내던져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나하나의 별들이 너무나 커 보였고, 마치 살아서 눈을 깜박이고 있는 듯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본문 중에서)

 

10여 년쯤 전 인도네시아 발리 섬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별들이 일제히 쏟아지는 별밤'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저자의 이런 느낌 경험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황홀하고 서늘한 별밤을 또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장실과 가장 멋진 별밤>이라는 정말 희한하고 긴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이런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굉장한 곳으로 모뉴먼트 벨리와 킬리만자로 그리고 지구 상에서 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라는 '잔지바르 섬'과 같은 멋진 곳을 알려줍니다.

 

자, 마지막으로 그가 뽑은 최고의 여행지들을 한 번 나열해 보겠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알래스카와 캐나다의 유콘강, 중남미의 멕시코와 과테말라, 남아메리카의 '파타고니아'가 최고였다고 합니다.

 

자전거 여행자가 뽑은 세계 최고의 여행지

 

유럽에서는 발트3국, 그중에서도 에스토니아를 최고로 꼽았고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스페인의 안달루시아를 유럽에서 가장 멋진 곳으로 평가하였더군요. 아시아에서는 시리아와 터키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하였고,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서 소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세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나라로 인도를 꼽았고, 동남아시아에서는 베트남이 최고였다고 합니다. 한편 다른 여행자들의 경험담이나 걱정과 달리 중국의 시골 마을을 다닌 여행도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세계에서 가장 골치 아픈 나라, 세계에서 가장 고요한 나라, 세계에서 가장 한가한 나라와 같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눈으로 읽고 머리로 책 속을 따라가는 여행의 재미에 빠져들수록 마음에는 직접 두 발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솟구칩니다.

 

이 책이 위험한 것은 저자의 7년 반 세계 여행을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충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세계여행을 꿈꾸고 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똬리를 틀고 있는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는 젊은이에게 권하고 꼭 싶은 책입니다. 길을 떠나면 그곳에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유쾌한 책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장실과 가장 멋진 별밤 - 10점
이시다 유스케 지음, 이성현 옮김/홍익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