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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우리동네 수영장, 도서관 그리고 창원도시철도

by 이윤기 2013.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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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내서읍 옛 중리초등학교 터에 스포츠문화센터, 수영장, 도서관 등의 복합스포츠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니다.(10월 30일 경남도민일보 보도) 

 

2009년 중리 초등학교가 새로운 학교 건물을 지어 이전하면서 여러 해 동안 방치되었던 장소(면적 1만 87㎡)에 창원시가 스포츠 여가 시설을 설립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창원시는 사업추진을 위해 추가경정을 통해 타당성 용역예산 3000만원을 확보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용역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용역 결과에 따라 정확한 용도가 확정되겠지만 현재로서 주민설명회에서 제시된 수영장과 스포츠센터 그리고 도서관이 검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은 약 70억원에 이르는 이 터를 확보하는 비용이 없어서 조기 착수가 어렵다는 기사 내용이었습니다. 우선 기사 내용을 그대로 한 번 옮겨 보겠습니다.

 

"하지만, 관건은 학교 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 터는 경남도교육청의 소유로 현재 가격이 70억 원에 이른다. 또 건물을 철거하고 새롭게 시설을 짓는데 최소한 2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창원시는 재정 여유가 넉넉하지 않은 탓에 학교터라도 무상으로 확보할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도지 못하면 터 매입 비용까지 280억 원을 시에서 부담해야 해 조기 착수는 불투명해진다." (경남도민일보)

 

이 기사에서 법안이란 지난 5월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폐교재산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말합니다. 이 개정 법안의 핵심 내용은 폐교 재산 중에서 3년 넘게 활용이 되지 않는 재산에 대해 국가 또는 지방정부에 무상 양여 또는 무상 대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창원시의 경우 옛 중리초등학교 터를 무상으로 양여 받거나 혹은 무상으로 대부 받아서 복합스포츠센터와 도서관 등을 지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창원시 70억이 없어서 중리 복합스포츠센터-도서관 못 짓는다고?

 

여기서 이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부지매입비는 불과(전체 사업비에 비하면) 70억원이고, 건축 비용은 200억원으로 도합 27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입니다. 예컨대 부지매입비는 전체 사업비의 약 1/4인 70억원인데, 부지를 교육청에서 무상으로 받으면 조기 착공이 가능하고, 부지를 무상으로 받지 못하면 조기 착공이 어렵다는 내용입니다.

 

'폐교재산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어 중리초등학교 터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2015년에 착공할 예정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조기 사업착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우선 이 신문기사에서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공사비 200억 원은 준비되어 있는데, 땅값 70 억원이 모자라서 경남교육청에서 땅을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착공이 어렵다는 내용입니다.

 

창원시는 옛 중리 초등학교 터에 '복합스포츠센터와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 하면서도' 법이 통과되어 옛 중리 초등 학교 터를 공짜로 받을 수 있으면, 2015년에 착공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업을 미루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예산 200억이 확보되어 있으면 먼저 70억으로 땅을 매입하고, '폐교재산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면 200억원짜리 건물을 짓고,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130억짜리 건물을 짓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 아닐까요?

 

아울러 '폐교재산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의 취지는 농촌 지역에서 활용되지 않는 폐교 재산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법 개정안으로 보입니다. 그런 관점에서보면 시내 복판의 금싸라기 땅이라고 봐도 좋은 옛중리초등학교 부지를 날로 먹겠다는 창원시의 계획이 좀 음흉하게 보입니다.

 

 

도시철도 예산 2500 ~ 3500억원이면 스포츠센터-도서관 10개 이상 짓는다?

 

한편 이 기사를 보면서 창원시가 추진 중인 도시철도 사업 예산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창원도시철도 용역보고서를 종합해보면 창원도시철도 건립 예산은 최소 7000억 원에서 최고 1조원이나 됩니다.

 

가장 나중에 이루어진 타당성 검토 용역에서  7000억원으로 제시되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일반적인 SOC 사업의 사업비 증액 관례에 비춰보면 2020년 완공시까지 최소 1조원은 투입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만약 7000억원 ~ 1조원이 투입 된다고 가정하면 이중에서 약 35%는 창원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컨대 약 2500억원에서 3500억원이 창원시 부담이 될 것이고 나머지 국비가 60%, 도비가 약 5% 정도로 부담 비율이 나눠질 것이라는 것이 경기도 지역 사례에 근거한 시민단체쪽 전문가들의 예측입니다. 이런 예측에 근거하면 창원시는 2020년까지 중리초등학교에 지으려고 하는 '복합스포츠센터와 같은 시설을 20개 이상 더 지을 수 있는 예산을 쏟아 부어 도시철도 사업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70억원 하는 중리초등학교 부지 매입비가 없어서(아까워서) 사업 추진이 2015년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고 하면서 그 보다 50배나 많은 예산을 도시철도 사업에는 아낌없이 쏟아 붓겠다는 것이지요. 창원시가 도시철도를 만드는데 투입하려는 예산 2500 ~ 3500억원이면 (국비 지원을 빼고도) '중리 복합스포츠센터와 도서관' 같은 것을 창원시 전역에 10개 이상을 더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예산입니다.

 

그렇다면 시민들에게 이런 비교 설명을 해주고 도시철도 공사를 할 것인지, 주민 복지를 위해 다른 곳에 돈을 쓰는 것이 좋을 지 시민의 의견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기서 김해 경전철 운영 적자도에도 대비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해 경전철의 운영 적자로 김해시가 부담하는 한 해 MRG(손실보전금)은 약 700억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매년 '중리 복합스포츠센터와 도서관' 같은 건물 3개를 지을 수 있는 예산이 손실보전금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지요.

 

김해시와 같은 엄청난 적자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창원 도시철도 역시 적자 운영을 하게되면 결국 그 만큼 창원시의 가용 예산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창원도시철도 사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도심 한복판을 지나가는 경전철만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 김해시처럼 마산, 창원, 진해를 연결하는 도시철도만 바라보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입니다.

 

이것이 바로 시민단체가 창원도시철도 사업을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신뢰할 만한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예산을 절약하고 운영 적자를 줄일 수 있는 가능한 다른 대안을 살펴보고, 아울러 다른 주민복지 사업을 하는 것과 비교해 본 후에 시민의 뜻을 물어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