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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대기전력 낭비? 냉장고 코드는 뽑지 마세요

by 이윤기 201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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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은 코드를 뽑으세요." 환경과 에너지 절약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많이 실천하고 있을 것입니다. 에너지 전문가에 따르면 집에 있는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전원 코드만 모두 뽑아도 전체 전기사용량의 10%나 되는 대기전력을 줄일 수 있다고 하지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가전 제품이 모여 있는 거실 콘세트를 2개로 나누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선 전화기, 인터넷 모뎀, 인터넷 공유기,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은 하루 종일 플러그를 꽂아 둡니다만, TV, 컴퓨터, 오디오, 프린터, 스피커 등은 멀티탭을 이용해서 사용할 때만 전원을 켤 수 있도록 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여름 그 전해 가을에 담근 김장 김치를 다 먹고 나서 김치냉장고도 전원을 뽑아버렸다가 석달 만에 다시켰더니 심각한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김치 냉장고가 생긴 이후로 김치는 1년에 한 번만 담그는 것이 정석이 되어 버렸습니다. 가을 김장 때 김치를 많이 담아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면 이듬해 김장 때까지 먹게 됩니다.

 

 

새김치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제가 김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직접 김치를 담글 줄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김장 때 담근 김치를 1 년내내 먹어도 큰 불만없이 살고 있습니다. 저희집 김치냉장고는 구입한 지 딱 10년째 됩니다. 그런데 10년 동안 한 번도 끄지 않고 사용하던 김치냉장고를 올 여름에 처음 껐습니다.

 

보통은 가을에 담은 김치를 이듬해 가을까지 먹기 때문에 김치 냉장고를 완전히 꺼는 일은 없었습니다. 두 칸 중에 한 칸은 가을까지 김치를 보관 하고 다른 한 칸은 온도를 낮춰 야채 등을 담는 냉장실로 사용하거나 아니면 한 칸은 전원을 완전히 꺼도 다른 한 칸은 냉장실로 사용해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여름, 대기전력 낭비 막으려고 김치냉장고 전원을 뽑았더니...

 

그런데 올해는 여름무렵에 김장 김치를 다 먹었습니다. 아울러 그냥 다른 냉장고가 하나 더 있으니 냉장실이나 야채칸으로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고민없이 '대기전력'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김치 냉장고의 전원 코들를 뽑아버렸습니다. 지난 여름에 '전력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컸습니까?

 

코드를 뽑은 김에 오랜 만에 성에도 제거하고 냉장고 내부를 깨끗히 청소한 후에 김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하여 참나무숯을 넣어 두었습니다. 가을에 새로 김장을 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잘 정리정돈을 해 둔 샘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이나 예상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엊그제 일요일에 1년 먹을 김치를 담궜습니다. 일요일에 김장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토요일에 김치 냉장고 전원을 켰습니다. 하루 전에는 냉장고를 미리 켜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토요일에 켜둔 냉장고가 하루가 지났는데도 냉기가 없었습니다.

 

오랫 동안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줄 알고 일단 김장을 담궈 김치냉장고에 넣었습니다. 하루가 훨씬 지나 일요일에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넣었지만 시간이 충분히 지났는데도 온도가 별로 낮아지지 않더군요. 할 수 없이 일요일 저녁에 인터넷으로 A/S 접수를 하였습니다.

 

밤새 냉장고 온도가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 일단을 점검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A/S기사가 집으로 방문하였습니다. 냉장고를 잠깐 살펴보고 제가 "여름부터 약 석 달 정도 냉장고를 꺼 두었었다"고 했더니 금새 고장 원인을 알려주었습니다.

 

"오래된 김치냉장고는 전원을 완전히 꺼두시면 안 됩니다. 전원을 완전히 꺼면 냉매가 순환하지 않기 때문에 관을 빠르게 부식시켜서 냉매가 모두 새 나가게 됩니다. 김치냉장고의 냉매가 완전히 빠져나갔습니다. 수리를 하게 되면 수리비가 20만원 정도 나오고 김치냉장고를 가져가서 작업해야 합니다."

 

"냉장고를 센터로 가져가서 뜯어보면 수리가 가능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김치 냉장고 뒤편 기계 장치쪽에서 냉매가 새나갔으면 용접을 하면 되지만, 김치를 담는 냉장통쪽에서 냉매가 새 나갔으면 분해가 안 되기 때문에 수리할 수도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서비스 기사님께서는 냉매 용접을 전담하는 수리 기사님 연락처를 적어주고 갔습니다. 오후에 김치냉장고를 싣고 가서 수리를 하면 하루 만에 끝나기는 어렵다고 하더군요. 일요일에 담근 김장 김치는 이미 김치냉장고에 가득 담겨 있는데, 10년 된 냉장고를 수리하려면 20만원이 들고 그것도 고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니 참 난감하더군요.

 

김치냉장고 고장...수리비 20만원...새제품 샀더니...5년치 전기요금 한 방에....

 

잠깐 동안 고민하면서 가족과 의논한 끝에 결국 새 김치 냉장고를 구입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미 10년이나 사용하였기 때문에 이번에 20만원을 들여 고쳐도 곧 다른 곳에 고장이 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였기 때문에 차라리 이 기회에 새걸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어렵지 않게 합의 하였지요.

 

문제는 새 제품을 구입해도 당일 배송은 어렵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잘 아는 가전제품 점장님께 매장 전시품이라도 괜찮으니 오늘 중으로 꼭 배송을 해달라고 부탁을 드려  오후 늦게 새김치냉장고가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전기 요금 몇 푼 아끼기 위해 (대기전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 석 달 동안 김치냉장고 코드를 뽑아두었다가 지난 여름까지 멀쩡했던 김치냉장고를 내다버리고 새 김치냉장고를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김치 냉장고 전기요금을 한 달 1만원으로 잡아도(아마 1만원도 안 될 것임) 4~5년치 전기요금을 한 방에 날린 셈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이럴 때 딱맞는 말이겠지요.

 

대기전력 낭비를 줄이려면 플러그를 뽑으라는 캠페인은 많이들었지만, 냉장고 코드를 뽑으면 고장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들었습니다. 냉장고는 사용하지 않아도 전원 코드를 뽑으면 안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여러분은 다 알고 계셨는가요? 괜히 대기전력 몇 푼 아낀다고 김치냉장고 전원 코드 뽑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