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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시사, 사회

주식투자, 쪽박은 차지 않을 비법 있습니다

by 이윤기 2014.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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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유명 경제학자인 하노 벡이 쓴 <부자들의 생각법>은 한마디로 '절대로 쪽박을 차지 않는 투자 비법'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독일 최고의 언론인 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을 만큼 경제 전문기자로 명성을 날리던 시절에 제빵계의 살아 있는 전설 하이너 캄프스가 설립한 회사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쪽박을 찾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집필한 것도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주식을 추가로 매수하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보였던 자신을 돌아보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비롯해 누구라도 피해 갈 수 없는 심리적 오류에서 벗어나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번 돈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어봐도 부자가 되는 놀랄만한(?) 비법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믿을 만한 책입니다. 대신 투자에 실패했을 때 구렁텅이를 빠져 나오는 방법, 한 곳에 올인 해서 폭삭 망하지는 않도록 하는 방법들을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설득력 있게 전해줍니다.


주식투자는 폭탄돌리기인가?


독일에서 출간되었을 때 금융계 종사자는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2013년 독일 경제 경영 최우수도서에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놀랍고 재미있는 사례들이 수두룩하여 흥미롭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계속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전문 투자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때 주식은 폭탄돌리기 게임과 마찬가지가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충고합니다. 거래가 계속되는 한 게임이 멈추지는 않지만, 결국은 마지막 투자자가 폭탄을 안고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투자 시장에 몰려들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강조합니다. 사람들은 집단의 행동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투자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애써 무시하는 '인지부조화'가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바람직한 투자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로 집단의 광기로부터 벗어나는 '거리 두기'를 꼽습니다.


"수시로 통장잔액을 확인하고 수익률을 계산하고 매일 주가를 비교하고 유망한 종목을 추천하는 글을 찾아 읽는 등 집단광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폴 앤드리아센이 대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주식 투자 비교 실험을 하였는데, 주가 변동 이외에 아무런 정보도 제공해주지 받지 않은 집단이 더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입니다.


주식 투자와 관련한 각종 분석기사와 금융전문지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은 집단은 그들이 얻은 정보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함으로써 도리어 투자 실패를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빌 그로스나 워런 버핏 같은 투자 전문가들이 월스트리트에 살지 않은 것도 불필요하게 많은 정보로 인한 집단의 광기로부터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자신의 투자에 대하여 좀 더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주식투자, 정보가 많을수록 실패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확률 계산만으로도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확률을 따져보지 않는 오류에 빠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컨대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근거만으로 판단하는 '대표성 휴리스틱'에 관한 사례들을 전해줍니다. 사례를 직접 읽어보면 '아 그래' 하며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는 내용들입니다.


그런 오류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오류로 '도박사의 오류'를 꼽습니다. 예컨대 동전 던지기 게임을 하면서 앞면이 반복해서 여러 번 나온 이후에는 뒷면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각각의 시도는 확률적으로 독립되어 있는데 앞의 결과가 다음의 시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착각하는 것을 도박사의 오류라고 한다. 우리는 도박사의 오류에 자주 빠진다. 우연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우리를 더 혼란스럽게 한다." (본문 중에서)


예컨대 주식시장에 나타나는 패턴이나 규칙에 주목하는 기술적 분석이라고 하는 것들은 모두 동전던지기 게임을 하면서 앞면이 반복적으로 나온 상황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패턴에나 규칙에 의미가 담겨 있다는 착각이 사람들을 오류에 빠뜨린다는 것이지요.


"주식 시세 동향은 주가 변동이 적힌 거대한 룰렛과 같다. 주가 변동은 우연한 사건이다. 과거의 흐름이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다. 룰렛 구슬에 기억력이 없듯이 주가의 흐름 역시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다." (본문 중에서)


금리하락, 전쟁, 재난, 악천후, 선거결과를 비롯한 여러 사건들이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과거의 주가 흐름이 이런 사건에서 생긴 영향을 막아내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시세 동향은 현재의 사건으로 인하여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4년 연속 수익률 1위'라는 금융광고의 의미는 앞으로도 계속 1위가 아니라 4년 동안 운이 좋았음을 의미할 뿐이며, 내년에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미국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손꼽힌 '빌 밀러'가 15년 연속으로 스텐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를 이긴 것도 누군가 동전을 던져 15번 연속해서 앞면이 나온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라고 평가합니다.


기술 분석 매달리는 투자는 백미러 보면서 운전하는 것


말하자면 15번 연속 투자에 성공한 '빌 밀러'라도 다음 번 동전이 앞면이 나올지 아니면 뒷면이 나올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의 과거 실적을 믿고 투자하는 것은 '묻지마 투자'일 뿐이라는 겁니다. 심지어 저자는 시장 예측은 백미러를 보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식의 예측은 앞 유리가 가려져 있어 백미러를 보면서 운전을 하는 것과 같다.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앞을 볼 수 없다면 뒤라도 보면서 가야 할 길이 지나온 길과 비슷하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이른바 기술적 분석, 정량적 분석이 매우 통계, 자료 등을 활용하여 컴퓨터를 통해 분석하는 매우 과학적인 결과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백밀러를 보면서 운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는 '손실 회피 심리'와 '매몰 비용의 오류'입니다. 사실 주식 투자를 한 많은 사람들 혹은 도박판에 끼어든 사람들이 쪽박을 차거나 패가망신을 당하는 것도 바로 '손실 회피 심리'와 '매몰 비용의 오류' 때문입니다.


"매몰 비용의 오류는 어떤 일 또는 행위에 투자한 비용, 시간, 노력 등이 아까워서 더 큰 손해를 입을 확률이 커도 포기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본문 중에서)


쉽게 말하자면 바로 '본전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노력한 게 아까워서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끝까지 가보겠다고 하는 것 혹은 고스톱판이 끝나가면 돈을 잃은 사람일수록 '못 먹어도 고'를 외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지요.


도박판에 끼어 든 사람은 돈을 잃고 나서 도박판을 떠나지 못하고, 주식에 투자한 사람 대부분은 자기가 산 주식이 내려가도 손절매를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내린 주식이 언젠가는 다시 오를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지요.


멀쩡한 배는 버리고 난파선에 올라타는 까닭?


하지만 실제 주식 시장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올라서 팔았던 주식은 계속 오르고, 내리는데 잡고 있던 주식은 오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주식시장을 항해에 빗댄 멋진 비유가 나옵니다.


"당신의 투자를 배라고 상상해보라. 성공적인 투자는 배를 잘 운항해 목적지인 항구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항구에 도달하기도 전에 안정적으로 운항하는 멀쩡한 배를 버리고 이미 파손되어 흔들리는 배로 옮겨 탄다." (본문 중에서)


안정적으로 운항하는 배를 버리고 난파선에 올라타는 방식으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런 일은 주식 투자뿐만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인데 책에서 저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놀랍고 흥미로운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 책에는 우리를 낭비로 이끄는 생각의 오류들에 관한 내용도 여러 차례 소개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총재산은 생각하지 않고 당장 결정해야 할 개별 손실과 수익에 집착한다든지, 지출의 규모가 커질수록 작은 지출에 무감각해진다든지 하는 것들입니다. 후자를 베버-페히너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금액의 크기에 따라 돈에 대한 감각이 달라지는 심리적 경제 의사결정에 관한 내용입니다.


"10유로와 15유로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만 120유로와 125유로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중략) 그것은 우리가 큰돈을 쓸 때 어김없이 나타나 고생해서 번 돈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린다." (본문 중에서)


예를 들자면 여행할 때 항공권과 숙박비에 큰돈을 쓰고 나면 외식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지출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보험에 가입하거나 자동차를 구입할 때 옵션을 추가할 때마다 이런 일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물건을 구입하거나 비용을 지출 할 때뿐만 아니라 투자 손실을 입을 때에도 생긴다고 합니다. 손실의 규모가 커질수록 손실의 차이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주식이) 2000유로에서 2010유로로 올랐을 때보다 20유로에서 30유로로 올랐을 때 수익이 더 크다고 느낀다." (본문 중에서)


"몇 유로를 잃은 사람은 투털 거리며 손실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손실 규모가 커져서 몇 천 유로 혹은 그 이상이 되면 2000유로든 3000유로든 크게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전 재산을 탕진할 위험에 빠진다." (본문 중에서)


따라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수익과 손실을 상대적으로 생각하는 오류에 자주 빠진다는 것을 깨닫고, 주식의 경우 손절매 주문을 활용한다든지 하는 것처럼 사전에 대비해야만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심리적 편향을 보여주는 사례와 연구들도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면 "이미 던져진 주사위의 결과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던지기 전의 주사위는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어떤 전문가의 예측도 주사위 결과를 바꿀 수 없다


영리함이나 성실함 혹은 전문지식이 있으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거나 마음을 집중하거나 정신을 집중하면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떤 전문가의 예측도 주사위의 결과를 바꿀 수 없으며 금융위기를 예측했다고 하는 전문가는 있지만 그래서 자신이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생존자 편향에 대한 저자의 설명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독자들이라면 꼭 기억해두어야 할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가 지수만 봐도 그렇다. 성공한 큰 회사는 상장되고 망해 가는 회사는 상장 폐지된다. 다시 말해 주가 지수들은 성공적인 회사의 주가 변동만 집계하고 패배자 대열에 들어선 기업의 주가 변동은 통계에서 제외한다." (본문 중에서)


예컨대 펀드나 주식시장 모두 '생존자 편향'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지난 20년 동안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 상승했다고 해서 20년 전에 투자한 모든 사람이 그 만큼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어쩌면 이 책 전체의 맥락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 구절이었는데도, 제게는 오히려 더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저자가 출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설문조사의 결과였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사람들은 한 행동보다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더 크게 후회한다. 흥미로운 점은 단기간에는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지만 장기간에는 하지 않은 행동을 더 후회한다는 사실이다." (본문 중에서)


예컨대 단기간에는 나쁜 결과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생각하면서 행동하지 않은 것으로 위안을 삼지만, 장기간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나쁜 결과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한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심리학과 경제학이 만난 '융합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심리학 이론들이 자주 등장하며, 사람들의 심리적, 경제적 행동을 재미있게 해석해 냅니다. 책 말미에는 이 책 전체의 내용을 압축 요약한 '18가지 투자 원칙'이 정리되어 있으며, 이 책에 등장하는 40여 가지 용어와 이론에 대한 상세한 해설도 덧붙여 놓았습니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담긴 비법만 알아도 '쪽박'은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부자들의 생각법 - 10점
하노 벡 지음, 배명자 옮김/갤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