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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으로 만나는 쿠바 혁명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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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살라스 부자가 찍은 사진으로 보는 <카스트로의 쿠바>


현대사에서 1959년의 쿠바혁명만큼 독특한 정열을 보여준 정치적 사건은 흔하지 않다. '쿠바혁명'은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혁명 이후 지금까지 쿠바를 이끌고 있는 카스트로는 1967년 볼리비아에서 비운의 죽음을 맞은 '체 게바라'의 빛에 가려진 느낌이 없지 않다.


세계 젊은이들이 체 게바라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고, 여러 권의 일대기와 영화, 다큐멘터리가 소개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카스트로'는 서방언론에 의해 쿠바를 영구히 지배하는 독재자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국내에도 구소련 붕괴 이후 빚어진 경제적 내핍과 식량위기, 석유위기를 훌륭하게 이겨낸 모범적인 사례로 쿠바가 소개되고 있고 '카스트로' 역시 꺾이지 않은 세계적 지도자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히, 1992년 미국에서 '쿠바민주화 법안'이 통과된 후에 거듭된 무역 봉쇄 정책을 뛰어넘은 유기농업혁명, 도시농업혁명, 대체의학혁명, 그리고 에너지 위기 극복을 배우기 위하여 쿠바를 찾는 발길이 점점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기농업운동에 참여하는 활동가들과 농민들이 여러 차례 쿠바를 다녀왔다. 


이러한 쿠바 사례는 국내에도 요시다 타로가 쓴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요시다 타로 씀, 안철환 옮김, 들녘 펴냄)과 같은 책으로 번역되어 나오고 여러 다큐멘터리로도 소개된 바 있다. 20세기말부터 21세기 초에 쿠바가 이룩한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혁명'의 중심에도 역시 '피델 카스트로'가 있었다. 그는 1959년 쿠바혁명 이후 50여 년 동안 미국의 침략에 맞서 쿠바혁명을 지켜내고 있다.


<카스트로의 쿠바>(그레고리 토지안 지음, 오스왈도 살라스·로베르토 살라스 사진, 홍민표 옮김, 황매 펴냄)는 사진작가 오스왈도 살라스와 그 아들 로베르토 살라스가 쿠바 혁명 이전인 1955년부터 찍은 피델 카스트로의 기념비적인 사진을 담고 있다. 100장이 넘은 사진들은 깨끗이 면도한 얼굴로 맨해튼에서 혁명을 위해 모금을 하던 초기 모습부터 체 게바라와 함께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험준한 시에라 마에스트라 산맥에서 게릴라전을 이끌기까지의 카스트로를 따라가고 있다. 



▲  1957년 8월, 한 무리의 쿠바 어린 망명자들이 자유의 여신상에 '쿠바 혁명운동' 깃발을 걸었다. 이 사진은 16살이던 로베르토 살라스가 찍은 사진은 뉴욕트리뷴, 타임즈, UPI, 라이프지 등에 실렸다고 한다.


혁명을 기록한 사진가 오스왈도&로베르토 살라스 부자


이 책은 미국 프로리다에서 기자, 사진작가, 영화평론가로 활동한 바 있는 그레고리 토지안이 1997~1998년 사이에 로베르토 살라스를 인터뷰를 정리한 기록이다. 사진집이라고 하여도 손색이 없을 만한 오스왈도&로베르토 살라스 부자가 찍은 작품들과 함께 엮어졌다. 


사진작가 오스왈도 살라스는 1914년 아바나에서 태어나 십대에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이민하여 독학으로 사진을 배웠다. 주로 할리우드 스타들과 스포츠 영웅들 사진을 찍던 그는 1955년 혁명자금 모금을 위해 뉴욕에 온 카스트로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이때 카스트로 사진을 찍었던 살라스 부자는 1959년 혁명 후 쿠바 정부 기관지인 <혁명>지에 수석사진기자로 임명되었다고 한다. 이후 살라스 부자는 셀 수 없이 많은 유명한 사진들로 쿠바의 가장 극적인 기간을 기록하였으며, 그 중 일부가 바로 이 책 <카스트로의 쿠바>로 엮어진 것이다.


로베르토 살라스는 카스트로는 '뉴스 사진이 어떻게 여론을 움직이는지', '사진을 통해 어떻게 보는 사람에게 의도된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  어네스트 헤밍웨이와 만난 카스트로, 카스트로는 헤밍웨이의 작품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통해 게릴라전에 대해 배웠다고 밝혔다고 한다.


로베르토 살라스는 카스트로가 학생시절 혁명에 참여했을 때, '경찰에게 폭행당한 학생지도자'라는 사진을 연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1953년과 1956년 바티스타군에 대항하였을 때도 카스트로의 패배를 찍은 피투성이 사진들이 쿠바 신문에 실리도록 함으로써 정부군에 쏠린 여론을 게릴라들 쪽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나중에 산속에서 게릴라전을 수행하면서도 수많은 전투장면을 국제적인 사진작가들이 찍을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훗날 카스트로가 혁명에 성공한 후 정부기관지 <혁명>지를 주 6회 10만부씩 발행하였는데, 그는 이때도 사진이 대중에게 어떤 효과를 주는지를 잘 간파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고 한다. <혁명>은 발행 첫 해에 살라스 부자와 그 동료 사진작가들이 찍은 사진을 빽빽하게 게재하는 시각적 효과에 주로 의존하였다는 것이다.


"신문에 그렇게 많은 사진을 실었던 주된 이유는 대중이 대부분 문맹이었기 때문이다. 지방의 절대다수 사람들은 적어도 교육 프로그램들이 제 역할을 할 때까지는 읽을 수 없었다. 카스트로는 '우리는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본문 중에서)



▲  낯 익은 아바나 혁명광장 사진, 1963년 사탕수수 수확 노동자들의 집회에서 연설하는 카스트로의 뒷모습



그는 <혁명>지에 대한 카스트로의 사진 전략에 체계적인 영향을 준 것은 소비에트 공산주의자들의 다큐멘터리 전통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 혁명 이후 소비에트에는 예술사진 대신에 사회주의 리얼리티를 구현하는 역할에 충실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쿠바는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소련에 비하여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 아래서 사진가들이 '혁명'에 복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사진은 혁명에 어떤 역할을 하였나?


혁명을 위하여 사진을 적극 활용하였던 카스트로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당시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것이 많았다고 한다. 예컨대 살라스 부자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사람들이 버리는 35미리 영화 필름을 주워 사용하였기 때문에 감도가 얼마인지 어떤 회사제품인지도 모르는 채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또한 플래시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사진은 자연광 아래서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  1962년 시가를 피우는 체 게바라, 그는 '카자도레스'라고 하는 싼 시가를 피웠는데, 한 대에 10센트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그는 어떤 시가도 피울 수 있는 지위에 있었지만, 싼 시가에 만족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천식을 앓은 그는 담배연기가 천식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카스트로의 쿠바>에 실린 살라스 부자가 찍은 사진을 보면, 버려진 필름을 주워 찍은 사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멋진 사진들이 실려 있다. 멋진 양복을 입고 센트럴 파크를 거닐고 있는 카스트로 사진, 자유여신상에 걸린 쿠바혁명운동 깃발 사진, 시가에 불을 붙이는 카스트로와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는 체 게바라 사진들이 모두 살라스 부자가 찍은 사진이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사진으로 보는 쿠바혁명사' 정도로 소개할 수 있겠다.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를 비롯한 혁명 영웅들과 늘 가까운 거리에서 사진을 찍었던 로베르토 살라스를 통해서 100여 장이 넘는 사진에 담긴 그 시절을 회고하는 '이야기'를 통해 쿠바혁명과 카스트로, 체 게바라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카스트로의 쿠바>는 오래된 흑백 사진 속에 새겨진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혁명가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을 전해준다.



카스트로의 쿠바 - 10점
그레고리 토지안 지음, 홍민표 옮김, 오스왈도 살라스.로베르토 살라스 사진/황매(푸른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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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2
  1. 노지 2014.02.03 09:32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흑백 사진 느낌의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흥미롭군요 ㅎㅎ

    • 이윤기 2014.02.03 15:58 신고 address edit & del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한 번 읽어보셔요.
      오늘 확인해보니...알라딘에는 절판으로 나오네요.
      도서관엔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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