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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카드 잘라버려도 개인정보는 영원히...

by 이윤기 2014.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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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에 이어 KT에서도 고객 정보가 유출 되었다는군요. 앞서 다른 포스팅에서 밝혔다시피 신용카드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래 전 주택은행 계좌 때문에 KB국민카드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가 있을 때만 보상해주겠다는 카드회사드르이 뻔뻔스러움에 분노하면서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하였습니다. 혼자 소송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소송에 참여하도록 널리 권유하였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 중엔 자신이 피해자인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막상 소송에 참여하라고 권유하여 소송 접수를 하려고 조회해보니 대부분 피해자들이더군요. 나는 신용카드가 없다고 안심하고 있던 사람들도 막상 조회해보니 은행 계좌만 있어도 개인정보가 새나간 사람들이 여럿이었습니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소송에 참여하고 난 며칠 후 아내도 농협으로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우편물을 받았으며, 제 아버지도 피해를 당하셨더군요. 아버지는 하이마트에 김치냉장고를 사러 가셨다가 신용카드를 발급 받으면 5만원 할인을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카드를 만드셨습니다.

 

 

 

김치냉장고 구입말고는 한 번도 신용카드를 사용하신 일이 없는데, 개인정보 유출 피해 뉴스를 듣고 불안해 하시면서 "신용카드를 없애달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 카드를 받아와서 틈날 때마다 롯데카드에 전화를 했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전화연결이 안되더군요.

 

카드 잘라 버리고 분실신고 해도...개인정보는 영원히 남는다

 

한 달이 훌쩍 지나서 롯데카드 고객센터와 통화가 되었는데, "본인이 아니라서 신용카드를 해지"해 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럼 분실 신고 접수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신용카드는 다시 발급 받지 않겠다"고 하고 "개인 정보는 언제 삭제 되는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상담원의 답변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몇 년 혹은 몇 개월이 지나면 개인정보가 삭제되는지 물었더니, 처음엔 우물쭈물 하고 답을 못하더군요. 제가 계속 다그치자 "확인해보고 다시 연락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30분쯤 후에 전화가 왔는데 "영원히 삭제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신용카드를 분실하고 재발급을 받지 않으면 사실상 신용카드 회사와의 관계는 끝이 나게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카드도 잘라 버렸고, 재발급도 받지 않았으니 모든 관계가 끝났다고 생각하시 쉽상입니다.

 

그런데 카드회사는 이런 경우에 개인정보를 삭제하지 않고 그래로 그리고 '영원히' 보존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기가막힌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 소비자 교육을 하면서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하였습니다.

 

그때 강의를 하면서 신용카드 해지가 어려우면 분실신고를 하고 재발급을 거절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였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신용카드는 반드시 해지하라, 그냥 신용카드만 잘라 버린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신용카드 회사에서 계약해지를 해달라고 하면 이런 저런 핑게를 대면서 잘 안 해주는 일이 있다."

 

"그럴 때는 상담원과 옥신각신하면서 힘을 빼지 말고, 일단 전화를 끊고 다시 콜센터에 전화를 하시라. 그리고 이번에는 그냥 분실 신고를 하고, 상담원이 카드를 재발급 받겠냐고 물으면 안 받는다고 하시라"

 

이렇게 하면 신용카드 해지를 안 해주기 위해서 설득하는 상담원과 밀당을 하지 않고 깔끔하게 신용카드를 없앨 수 있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이렇게 했을 때 '개인정보는 삭제되지 않고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신용카드를 발급 받았어도 1년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신용카드 계약이 해지 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개인정보 보관 및 관리에 대해서는 강제 규정이 없는 상황입니다. 또 신용카드를 분실하고 재발급 받지 않은 경우도 사실상 신용카드사와의 계약이 종료된 것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없도록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에도 이런 디테일한 부분은 잘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거래 종료 후 3개월 내 필수정보 외 정보는 일괄 삭제하고, 5년이 지나면 모든 정보를 파기해야 한다. 주민번호 등은 반드시 암호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는 내용은 있지만 여전히 어디까지를 거래 종료로 볼 것인하는 문제가 남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신용카드를 가위로 잘라 버린다고 해서 위험(재발급으로 인한 분실, 도난, 타인 사용의 위험 등)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과 신용카드를 없애고 분실 신고 후에 재발급을 거절하는 것만으로 개인정보 유출 등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의 부탁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신용카드를 만들었다면, 좀 귀찮아도 신용카드 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카드 계약을 해지하고, 개인정보 삭제를 요구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