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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럼

방학동안 건강보험증 잘 지키셨나요?

by 이윤기 2008.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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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온 가족 개인정보가 모두 적힌 ‘건강보험증 문제’에 관하여 생각해보겠습니다. 여름방학이 되어 아이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집마다 컴퓨터 사용 때문에 부모와 아이들 간에 크고 작은 다툼들이 생기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들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문제이지만, 컴퓨터 사용시간이 늘어나면서 유료사이트 접속이나 게임 아이템을 유료 결재 등으로 2차적인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걱정하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미성년자가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할 때는 반드시 부모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아이들이 부모님 허락을 받는 대신 손쉽게 부모 주민번호를 몰래 이용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부모 몰래 인터넷으로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대부분 금전적인 피해 사고를 보면, 많은 경우 부모 허락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부모 명의를 도용하는 데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떻게 부모 몰래 성인 인증을 받아낼까요? 그 비밀은 바로 건강보험증에 있습니다. 부모 주민등록번호를 몰래 이용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건강보험증에 적힌 엄마, 아빠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물론, 건강보험증에 부모 주민등록번호가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아이들이 ‘우연히’ 알게 된다고 합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병원을 다니면서 본 건강보험증에 나와 있는 주민번호를 나중에 인터넷에서 부모님 대신에 가입 동의를 받는데 써 먹는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부모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하여 부모의 주민번호를 도용하지만, 좀 더 심한 경우에는 집전화로 결재를 하여 아바타나 게임아이템 구입하기도 합니다. 이때도 물론 부모 확인과 동의 절차가 필요한데, 부모의 주민번호를 몰래 이용하여 확인과정을 가볍게 통과하게 됩니다.

해마다 한국소비자원과 시민단체 소비자상담실에는 방학이 끝나고 나면, 집전화로 인터넷 유료결재가 이루어져 상담을 해오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본인 확인 제도를 개선하는데 있는 것은 틀림없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는 전체 가족이 다 기록된 건강보험증에 나오는 주민등록번호 없애는 것만으로도 자녀들의 부모 주민등록번호 도용을 피해는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2년 쯤 전에 국민건강보험관리공간에 건강보험증에 있는 주민번호를 없애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좋은 제안이라고 채택하도록 하겠다며 문화상품권도 선물로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2년 넘게 지나도록 주민번호가 모두 담긴 건강보험증은 그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족 전체의 주민등록번호가 모두 기록된 건강보험증은 30년전에 만들어진 양식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가 지금처럼 중요하지도 않았을 때입니다.

처음 주민번호가 모두 적힌 건강보험증이 만들어 질 때는 지금처럼 온라인 전산망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원에 건강보험증을 제시하면 주민등록번호와 비교하여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 때는 건강보험증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처럼 신분증과 비슷한 역할을 한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모든 병원에 초고속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건강보험증이 없어도 본인 주민번호만 입력하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건강보험증에 인쇄되어 있는 주민등록번호는, 자녀들이 부모 명의를 도용하거나 혹은 도난, 분실로 인하여 제 3자가 주민번호를 도용하는 사건이 생길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정보통신 인프라가 잘 구축된 나라에서 30년이 넘도록 온 가족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건강보험증 양식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루 빨리 건강보험증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피해가 근절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KBS 창원 라디오 '생방송 경남' 시민기자칼럼 8월 5일 방송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