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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무농약, 유기농이 민주주의를 지킨다고?

by 이윤기 2014.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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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크 윈이 쓴 <협동으로 만드는 먹거리 혁명>


<협동으로 만드는 먹거리 혁명>은 산업화한 먹거리 체계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로컬푸드와 지속 가능한 먹거리 운동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생협 매장에서 유기농으로 생산된 제품을 구매하는 초보적인 생활협동 운동뿐만 아니라 거대 식품 기업들이 생산하는 오염된 농축산물의 문제점 그리고 미국 여러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로컬푸드 운동의 사례와 도시농업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온갖 식품 첨가물로 오염된 가공식품을 제외할 때 가장 대표적인 '정크푸드'라고 할 수 있는 유전자조작 식품의 문제점과 유전자조작 곡물 종자를 생산, 보급하는 독점적 기업들의 문제 그리고 공장식 축산업 문제를 고발하는 내용들을 자세히 소개하는 책입니다.


저자인 마크 윈은 대학 시절부터 먹거리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난 40여 년간 먹거리 관련 업무를 해온 전문가라고 합니다.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시 먹거리정책위원회 이사를 지냈고, 대안 먹거리 체계 확산을 위한 컨설팅과 교육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두 차례나 방문하였다고 합니다.


저자 소개를 보면 우리에게는 굉장히 낯선 경력이 있는데 바로 하트퍼드시 '먹거리정책위원회'를 지냈다는 것입니다. 지방정부의 위원회 중에 '먹거리 정책'을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위원회가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하였습니다.


교통문제, 공공요금, 건축정책 등을 다루는 위원회는 우리나라 지방정부에도 많이 있지만 한 도시의 '먹거리 정책'을 다루는 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 놀랍더군요. 시민들이 자신들이 사는 도시의 먹거리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지방정부에 먹거리정책위원회가 있다고?


먹거리 체계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인류가 역사상 가장 많은 육류를 소비하고 있고, 이 육류를 생산하기 위하여 공장식 축산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책에서도 사람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심각한 자료들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2만 마리에 이르는 돼지가 길이 30미터, 높이 3미터도 되지 않는 건물 안에 갇혀 있다. 돼지들은 5개월이 지나면 다 자라서 도축장으로 보내져 목이 잘리고, 그 시체는 껍질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화학약품 통에 담기는 신세가 된다."


"뉴멕시코 주에서는 30만 마리에 이르는 젖소가 날마다 올림픽 수영장 아홉 개를 채울 정도 되는 배설물을 배출하는데, 150여 개 고밀도 가축 사육 시설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질산염 침출수의 지하수 침투 허용치를 위반하고 있다."


"미국 농장 가운데 5퍼센트밖에 안 되는 소수 업체들이 미국 전체 소와 젖소 가운데 54%를 기르고 있다."

"메릴랜드 주에서는 1960년에 9000만 마리에 이르는 닭을 사육하던 것이 2005년에는 2억 7000만 마리로 급증했다."


고밀도 가축 사육 시설에서 육류가 생산되면서 항생제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항생제에 대한 사람의 내성도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가축사육에 무분별하게 사용된 항생제 때문에 항생제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학협회지에 따르면 특별한 박테리아가 나타나서 항생제를 써도 효과를 보지 못한 채 한 해에 1만 9000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는 에이즈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 수보다 많은 수치다." (본문 중에서)


고밀도 가축사육 시설에서 항생제가 남용되는 것은 질병 예방을 위하여 주기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참여하는 과학자 연합'이라는 단체는 미국 안에서 쓰이는 항생제 가운데 70%가 공장식 고밀도 가축사육 시설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피해는 항생제 내성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육류소비가 늘어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선진국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바로 비만입니다. 뉴멕시코 주에서만 비만 관련 질병 치료에 매년 3억 2500만 달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정의, "먹거리는 민주주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잘 먹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농약, 저농약, 유기농 등 좋은 먹거리에 대한 까다로운 기준을 가진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먹거리에 대한 여러분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자인 마크 윈은 좋은 먹거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좋은 먹거리에 대한 정의를 기억해보면 좋은 먹거리는 친환경적이거나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되어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하게 생산되어야 하는데, 이는 바로 노동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본문 중에서)


예컨대 미국의 경우 유기농 농장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전통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산재보험을 비롯한 각종 노동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모든 직업 종사자들에게 상해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었지만, 뉴멕시코주를 비롯한 8개 주에서는 농장이나 목장일꾼에 대한 상해보험 가입 의무가 면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노동 기본권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지요. 더 놀라운 사실들도 있습니다. 방글라데시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가난한 나라가 아니라 세계 최고 부자나라인 미국 먹거리 기업에서 노동법 위반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아동 노동 위반으로 처벌받는 기업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저자는 잔류 농약 기준이나 유전자 조작 식품이 아니라는 기준만으로 좋은 먹거리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비록 유기농 기준에 적합하더라도 '노동 착취'를 기반으로 생산된 먹거리를 좋은 먹거리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소수이고, 수십억 명에 이르는 다른 사람들은 산업화된 먹거리체계 혹은 오염된 정크푸드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햄버거와 치킨 같은 패스트푸드나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육류,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된 곡물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그럼 왜 많은 사람들이 오염된 먹거리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갖지 못할까요? 저자는 거대식품회사가 다음과 같은 거짓으로 소비자들을 속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 국민의 식단은 개임의 책임이라는 점에 초점 집중
▲ 정부가 커지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두려움 과장
▲ 비판자들을 전체주의자인 듯이 묘사하는 용어들 사용 – 식품 경찰, 복지확대주의자, 먹거리 독재자 등의 용어 사용
▲ 비판적인 연구들을 '쓰레기 같은 과학'이라고 폄하하기
▲ 음식보다 운동이 중요하다는 점 강조하기
▲ 먹거리 그 자체로는 좋고 나쁨이 없다고 말하기. 따라서 어떤 식품(청량음료나 패스트푸드)도 지탄받을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
▲ 거대 식품 산업에 관심이 고조될 때 그 의도가 불순하지는 않은지 거꾸로 선전하기

거대 식품 기업들은 이런 홍보 전술을 통해 상품에 대한 반감과 비판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그들은 연구비로 과학자들을 매수하여 비판적인 연구를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핑계로 관료들을 꼬드겨 각종 안전기준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저자는 먹거리 문제가 단순히 좋은 먹거리를 먹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바로 민주주의 문제라는 것을 거듭 강조합니다. 저자는 칼 마르크스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쳤던 것을 빗대어 "음식 시민이여 단결하라"고 외칩니다.


먹거리 정책위원회에 참여하고, 대안 먹거리 체계의 확산을 위해 가정 뿐만 아니라 학교와 직장을 바꾸자고 촉구합니다. "모든 결정을 스스로 하고 자신의 운명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을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먹을 것인지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민이 참여하여, 음식 시민들이 공공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대안 먹거리 체계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협동조합과 같은 대안적인 생산-소비 체계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하고 지속적인 먹거리체계를 만드는 정책을 제안하고 지지하며 선거를 통해 먹거리와 농업을 옹호하는 관리를 선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미국인인 저자는 미국정부가 FTA 체결을 통해 한국의 먹거리를 책임(?)지려고 하는 까닭을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저자는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였으며 한미 FTA에 대하여 비판적입니다.


"바로 미국의 산업화된 먹거리체계 소비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먹거리 생산량은 국내에서 소비되는 양의 두 배가 넘기 때문에 미국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본문 중에서)


미국에서 먹거리 과잉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은 바로 비정상적인 보조금 지급 때문이라고 합니다. 쌀농사만 해도 1995년부터 2005년까지 99억 달러에 이르는 보조금이 지급되었다고 합니다. 이 보조금 덕분에 미국 쌀이 국제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미국 먹거리 기업들 때문에 한국 농업이 무너지고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한국 정부는 '식량주권'이라고 하는 생존권적인 원칙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이런 우울한 이야기만 나와 있지는 않습니다. 먹거리 교육을 위해 학교에서 진행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요리 교실', 주부들을 교육하는 '행복한 주방' 그리고 '지속가능한먹거리센터' 운영 같은 희망적인 사례들도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협동으로 만드는 먹거리 혁명 - 10점
마크 윈 지음, 배흥준 옮김/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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