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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아이들 쿵쿵 뛰어도 걱정 없는 집, 여기

by 이윤기 2013.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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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 성미산 마을에 가면 소행주 1호라는 별난 빌라가 한 채 있다고 합니다. 아홉 가구가 살고 있는 이 빌라는 아홉 가구의 면적과 구조가 모두 제 각각입니다.

 

흔히 아는 빌라처럼 아래층과 위층이 같은 집은 단 한 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아홉 가구가 한 평씩 내서 만든 아홉 평짜리 공동 공간도 있고 주차장, 계단, 복도, 옥상을 활용하는 것도 도심의 일반 빌라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무엇보다도 입주민 아홉 가구가 서로 잘 아는 사이이고, 각각 다른 모양과 구조의 집을 지어  이사 오기 전부터 서로 잘 알게 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다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 시도는 '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 만들기' 프로젝트의 첫 번째 완성 사례입니다.

 

이 책의 공저자가 소행주와 박종숙인데, 이 소행주는 '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 만들기'라는 회사 이름을 줄인 말입니다. 소행주는 우리에겐 좀 낯선 '코하우징 주택 시행사'로 이웃들과 더불어 살 집을 지으려는 이들의 계획을 여러 모로 돕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또 한 사람 시민환경단체 활동가로 일했던 박종숙은 '코디'의 역할을 자임하여 소행주 1호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데 앞장섰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입주자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쓴 책<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는 바로 코하우징 주택 소행주 1호를 만들어 온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기록물입니다.

 

도시마다 있는 아파트나 빌라와 비슷한 집에서도 어떻게 하면 마을살이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소행주 대표(박흥섭, 류현수) 두 사람이 코하우징 프로젝트를 먼저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적당한 땅을 찾아 매입하고, 코하우징 주택을 지어 함께 살려는 아홉 가구를 모아서 길고 긴 의논 끝에 아주 다른 집을 완성한 것입니다.

 

2년여의 준비 끝에 2011년 4월 마포구 성산동에 겉보기엔 6층짜리 빌라형 주택이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른 코하우징 주택 '소행주 1호'를 지어 입주에 성공하였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공동주택은 똑같은 구조로 짓지만, 소행주 1호는 입주자 아홉 가구의 집 구조가 모두 다릅니다.

 

아홉 가구가 모여 각자 원하는 집 짓기

 

이 책의 제목이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로 된 것도 이 때문이겠지요. 겉보기에는 빌라처럼 보이는 공동주택이지만, 주택 입주자 아홉 가구가 모두 각자가 원하는 평수에 맞추어 각자가 원하는 구조로 집을 설계하여 지었다는 것입니다.

 

"소행주 1호는 욕실 아래에 욕실이 있는 게 아니라 침실이 있기도 하고 주방, 거실이 있기도 하다… 비용면에서 효과적이지 못하고 재료 사용량도 늘어나서 친환경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행주는 개별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주택을 설계하는 방식을 고수해나갔다." (본문 중에서)

 

아래층과 위층의 설계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마치 아홉 채의 개인 주택을 합쳐놓은 것과 흡사하지만, 실상은 그 보다 더 특이하고 재미있는 집입니다. 어떤 집은 아래층에 아랫 방은 만들고 어떤 집은 위층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또 어떤 집은 다락방을 만들어 제각각 모두 특색 있는 집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아홉 가구의 집들은 생긴 모양도 다 다르지만 입주자들이 코하우징 주택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모두 제각각 입니다. 어떤 이는 시골로 내려가면서 딸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려고, 또 어떤 이는 아이들에게 형제자매 같은 이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또 어떤 이는 육아를 함께하고 싶어서, 또 어떤 이는 성미산 마을에서 정착해 살고 싶어서 코하우징을 선택합니다.
 
소행주 1호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적 부담은 줄이면서 활용 면적을 늘리는 데 성공한 주택이며, 동시에 집에 살 사람이 집을 직접 설계하여 원하는 집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적은 돈으로 활용 면적을 늘일 수 있었던 것은 입주자들이 라이프스타일에 맞추어 공간을 나누어 평면을 그린 다음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설계를 완성하였기 때문입니다.

 

또 보통의 공동주택에서 잘 활용하지 못하는 복도와 계단을 모두 신을 벗고 다니는 실내로 만들고, 마치 확장된 거실처럼 함께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아홉 가구가 한 평씩 비용을 부담해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아홉 평 커뮤니티 공간은 아홉 가구가 늘 모이는 사랑방이면서 취미 활동을 하는 동아리방에다 생일잔치 등을 하는 파티룸에 가족이나 친구 모임을 하는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방과후 학교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까지 함께 활용하는 공간으로 쓰임새가 확장되었습니다.

 

 

 

 

한 평 값 내고 아홉 평을 내 집처럼...

 

아홉 가구가 함께 살면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없으리라는 염려 또한 '커뮤니티 공간' 덕분에 깔끔하게 해결되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건 어른들이건 커뮤니티 공간에서 이웃과 만나기 때문에 개별 가구는 훨씬 더 독립적인 공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다보니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은 꼭 집에 두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지어진 소행주 2호부터는 아예 널찍한 공동 물건 보관 창고까지 마련하였다고 합니다. 아홉 가구가 마음을 맞춰 지은 집이기 때문에 주차장은 아이들 놀이터로 바뀌고 넓은 자전거 주차장도 만들었으며, 옥상에는 텃밭과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 그리고 바비큐 시설까지 갖추어져 있습니다.

 

이런 집을 지은 덕분에 아홉 가구 중에서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품앗이 육아도 할 수 있었고, 품앗이 육아 덕분에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아홉 평 커뮤니티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잠든 한 밤에 기타 교실이 열리기도 하고, 깊은 밤 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 낳고서 건망증이 생긴 엄마들은 '가스레인지 불 좀 꺼줘', '현관문 열어놓고 나왔네, 문 좀 닫아줘'라고 부탁할 이웃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본문 중에서)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에는 아홉 가족이 모여서 코하우징 주택을 마련하는 전 과정과 함께 입주 후에 아홉 가구가 따로 또 같이 사는 행복한 모습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에 아래층 눈치 보며 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 생각과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살고 싶은 꿈을 꾸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아파트와 빌라에 사는 많은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은 층간 소음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수 있도록 주택으로 이사가고 싶지만 관리가 힘들 것 같고, 1층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아이들이 조금만 움직여도 올라오는 예민한 아랫집 사람을 만나면 정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한 참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고 하지요.

 

소행주 1호는 처음부터 단열과 층간 소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설계하고 시공하였다고 합니다. 물론 중요한 것은 설계와 시공 기술로 막지 못한 소음은 서로 이해하고 받아주는 것이겠지요. 아이를 키우는 가족들끼리 모여 살면 층간 소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많이 줄 일 수 있겠지요.

 

당장 집을 짓는 계획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아홉 가구가 각각 다르게 공간을 나누고 자기에게 맞춰 지은 집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책을 보면 정말 다음에 나도 집을 지으면 거실은 저 집처럼, 아이들 방은 이 집처럼 해야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 것입니다.

 

마음 잘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웃으로 오손도손 사이좋게 살면 좋겠다고 꿈을 꾸면서도 대분분 사람들은 상상만 하다 그치는데, 소행주 1호에 사는 아홉 가구는 그 꿈을 현실로 이룬 사람들입니다.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유익한 길잡이가 될 듯합니다.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 - 10점
소행주.박종숙 지음/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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