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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자연결핍 장애로부터 아이들을 구하는 방법

by 이윤기 201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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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처드 루브가 쓴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

 

아이들이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 '땅' 한 번 밟아보지 못하는 날도 많다. 땅을 못 밟는 것도 문제이지만, 아이들은 일과 시간 중 대부분을 교실과 학원 그리고 거실을 비롯한 실내공간에 머물러 있다. 실내에 머물러 있는 동안 아이들은 대부분 기계와 교감하면서 지낸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게임기, MP3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기계들과 교감하면서 지낸다.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 그리고 사람과 교감하는 시간이다. 텔레비전도, 컴퓨터 게임도 모두가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과도 상호교감을 단절하는 매체들이다.

 

오로지 각각의 개인과만 소통하는 것이 첨단기계들이 가지는 문제점이다. 인터넷은 전 세계를 연결해주지만, 오프라인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족과 이웃의 관계를 더 밀접하게 해주지는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에 더 가깝게 놓여 있는 농촌지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오늘날 농촌지역 아이들의 생활은 도시 아이들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 농촌 아이들도 농사일을 모르고 지내며 자연에서 멀어져 텔레비전, 컴퓨터, 게임기와 교감하면서 지내고 대부분 시간을 학교와 학원 그리고 집안에서 보낸다.

 

리처드 루브가 쓴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은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씌어진 책이다. 지은이 리처드 루브는 브랜디스 대학 석좌교수이면서 신문과 잡지에 많을 글을 기고하며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미국인인 그는 자연에서 멀어지고 있는 미국 아이들에 연구하며 이 책을 썼다. 그렇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아이들도 ‘자연에서 멀어진다’는 점에서 미국 아이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 보여주는 여러 가지 문제들 중에서 많은 경우는 바로 ‘자연결핍’으로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감각의 둔화는 말 할 것도 없고, 소아비만과 소아 성인병, 그리고 과잉 행동이나 주의력 결핍과 같은 것들은 '자연결핍'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연결핍장애는 인간이 자연에서 멀어지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감각의 둔화, 주의집중력 결핍, 육체적, 정신적 질병의 발병률 증가 등을 포함한다. … 우리 세대의 대부분은 자라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다음 세대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안일한 생각이었다. 나는 이런 문제점을 자연결핍장애라고 부르기로 했다." - 본문 중에서

 

30~40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자연에서 멀어지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새 '자연결핍'은 우리 아이들 세대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그는 자연결핍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부모들에게 반드시 알려서 자신들이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자녀들도 자연 속에서 놀게끔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가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축구단· 야구단 활동을 하면서도 비만인 이유

 

비만 아동의 숫자가 증가하는 만큼 단체 스포츠에 가입하는 어린이의 증가율도 사상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이 축구단이나 야구단 활동을 하면서도 비만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신체를 움직이는 활동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에는 지은이의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샌디에이고에 사는 한 어린이의 이야기다.

 

“피아노 레슨 때문에 놀 시간이 별로 없어요. 엄마는 매일 한 시간씩 연습하라고 해요. 그 다음에는 숙제를 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리고요. 5시 반부터 7시까지 축구연습이에요. 그러고나면 놀 시간이 없어요. 주말에는 축구경기가 있고 피아노 연습을 해야 하고 뜰을 가꾸어야 하고 집안의 잔일을 해요. 그러고 나면 놀 수 있는 시간이 두어 시간 정도 생겨요." - 본문 중에서

 

말하자면 아이들은 축구나 피아노 치기를 놀이라기보다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체 스포츠활동이 아니라 자연에서 흠뻑빠져 노는 것이다. 그렇게 놀 때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시간은 축구단 활동이나 야구단 활동이 아니라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이 필요한 것이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미국인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며 살고 있다. 2004년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TV를 보는 시간은 170분, 자동차로 이동하는 시간은 101분이지만, 신체 활동을 하는 시간은 고작 19분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웨스트버지니아에서 활동하는 자넷 파웃이 딸아이를 위해 고안한 놀이 '평화로운 자연의 소리'라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어떻게 자연을 만나야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평화로운 자연의 소리'는 자넷과 그녀의 딸 줄리아가 숲속을 거닐면서 고안해 낸 '들을 수 없는 소리 듣기' 프로그램을 말한다.

 

나무 수액이 차오르는 소리/ 눈송이가 만들어져 떨어지는 소리/ 해가 뜨는 소리/ 달이 뜨는 소리/ 풀잎에 맺힌 이슬의 소리/ 싹이 움트는 소리/ 세포가 분열하는 소리/ 사과가 익어가는 소리/ 나무가 단단해지는 소리/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소리/ 거미줄에 날벌레가 걸리는 소리/ 단풍이 드는 소리

 

여러분은 이런 자연의 소리를 들어 본적이 있는가? 혹은 언제 마지막으로 이런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았었는가? 오늘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생태교육, 환경교육은 아마존의 열대림, 남극과 북극의 빙하, 멸종위기의 생물, 지구온난화와 같은 거시적인 주제를 다루는데 집중한 나머지 아이들의 경험세계에서 자연과의 교감능력을 높이는 데는 다가서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생태환경교육은 가까이 있는 자연과 충분히 교감하는 것, 자연의 색깔과 빛을 보고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경험을 확장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이들이 만나는 자연은 반드시 놀이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자연에서는 놀이와 학습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모든 감각이 발달하기 때문에, 자연에서 여러 감각기관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지적인 성장에 필요한 인지구조가 형성된다는 것.

 

자연체험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

 

그는 제인 구달을 비롯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어린시절 자연에서의 경험이 이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한다.

 

"제인 구달은 만 두 살 때 베개 밑에 지렁이를 넣고 자기도 했고, 존 뮤어는 어린시절 위스콘신에 살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에 흠뻑 빠졌다고 했다. 빌린 배를 타고 놀면서 해적이나 사냥꾼이나 정찰병이 되기를 꿈꾸던 소년은 자라서 마크 트웨인이 되었다." - 본문 중에서

 

뿐만 아니라 자연에서의 경험은 ADHD(과잉행동 주의력결핍 장애) 아동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세에서 12세의 ADHD 아동들을 야영이나 낚시와 같은 녹색활동과 텔레비전 시청, 비디오게임, 숙제하기와 같은 비녹색활동으로 구분하여 경험하게 하였을 때 뚜렷한 차이를 나타낸다고 했다.

 

"아이들이 매일 자연을 접하면 주의집중력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을 통해서 나무를 바라보는 것도 효과가 있지만, 나무와 풀이 있는 곳에 있을 때 가장 효과가 컸고, 야외활동에도 효과적이었다." - 본문 중에서

 

이런 현상을 뒷받침 할 만한 또 다른 증거도 있다. 다니엘 이바라 검사는 6명의 비행청소년들을 처벌하는 대신에 알래스카 오지여행에 참여하게 하였다. 그들은 산은커녕, 자동차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 가본 적이 없다는 아이들이었다. 집 근처의 교외 밖에 가 본적이 없는 아이들은 알래스카 오지여행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자연에서 지내면서 '자존감'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알래스카에서 만난 자연은 이랬다고.

 

"빙하가 있고 숲의 나무들이 한 번에 쓰러질 정도로 갑작스런 폭풍이 치는 곳으로 가게 된 것이다. 해변에는 회색 곰이 어슬렁거리고, 바다에는 코끼리바다표범이 올라오고, 나뭇가지에는 대머리수리가 참새 때처럼 까맣게 앉아 있는 곳으로 말이다." - 본문 중에서

 

최근 한국에서도 생태교육이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 전국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생태학교들 대부분이 아이들에게 식물이나 동물의 이름을 가르치는데 머무르고 있다. 동물이나 식물의 이름을 알고 나면 더 친숙해 질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자연에 몰입하여 흠뻑 젖어서 교감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는 곳은 드물다.

 

생태주의자, 지식으로 되는 것 아니다

 

일찍이 생명운동 이론가인 에드워드 오스본은 자서전<생태주의자>에서 생태주의자가 되는 데는 지식보다는 생태적 감수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을 하였다.

 

"생태주의자가 되는데 체계적인 지식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직접적인 체험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한동안은 아예 동식물의 이름이나 해부학 지식 없이 원시인처럼 지내는 게 낫다. 오래 시간동안 무언가를 찾아다니며 몽상에 잠기는 것이 도움이 된다." - 본문 중에서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을 쓴 리처드 루브는 오늘날 스카우트 활동마저 자연과 생태계를 버리고 '사회교육'에 치중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는 스카우트 활동과 같은 자연체험활동이 자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연과 친숙하게 만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인데, '위험'을 두려워하여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리처드 루브는 생태교육, 생태체험을 하는 동안에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는 대상으로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도 다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지는데 방해가 된다는 뜻이다.

 

오히려 아이들이 나무 열매를 따 먹어보고, 나무를 잘라서 오두막을 지어보고 적절하게 자연을 활용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고 어른이 되어 자연과 가깝게 지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환경운동 1세대의 활동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연을 만끽해 본 경험을 가진 아이들이 자라서 환경운동가로, 생태주의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 한다. 뿐만 아니라 자연교육을 위한 학교교육, 자연캠프의 좋은 점, 생태도시운동 사례, 자연체험과 영성 등을 주제로 어린이들과 자연이 다시 만나야 하는 이유들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고 있다.

 

아직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리처드 루브의 답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는 과거를 돌이켜보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1950년대와 60년대에 성인이 된 우리 세대는, 어린 시절 차창 밖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빈 캔이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지금은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재활용과 금연 운동은 한 세대 동안 사회적, 정치적 힘을 모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좋은 예이다." - 본문 중에서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자연과 아이들의 관계도 회복할 수 있고, 우리는 얼마든지 세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지은이의 생각은 매우 희망적이다.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 - 10점
리처드 루브 지음, 김주희 옮김/즐거운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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