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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살기에 좋은 집, 딱 9평이면 충분하다

by 이윤기 201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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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도시에서 지은 지 30년도 더 된 아파트에 사는 저의 꿈은 귀농, 귀촌. 그도저도 안 되면 '5도 2촌(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 지내는 것)'이라도 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어찌어찌하여 내 집을 장만했다면, 나이가 들어 100km씩만 후퇴하면 훨씬 좋은 주거환경을 누리면서 살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방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별로 물러날 곳도 없습니다.

 

귀농을 꿈꾸지만, 막상 떠나려고 마음먹으면 농사를 지으며 사는 일이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도시에서 하던 일을 내려놓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5도 2촌'입니다. 숨통이 트이는 시골에 작은 집이라도 빌려서 일주일 중에 이틀이라도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입니다.

 

혹은 이런 꿈도 꾸어보았습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랑 혹은 이웃들이랑 함께 땅을 사서 컨테이너 크기만 한 작은 주택을 여러 채 지어서 지내는 것입니다. 기반 시설을 마련하는 비용을 나눌 수 있으니 좋고, 주말마다 갈 수 없을 때는 서로 관리도 나누어서 할 수 있으리라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5도 2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친환경 주말 주택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 본 일도 있습니다. 다들 좋다고 하였지만, 누가 맡아서 하겠다는 사람은 없어 차일피일 시간만 가고 있습니다.

 

아무튼 귀농을 하든지, 귀촌을 하든지 혹은 '5도 2촌'을 하더라도 시골에 들어가서 펜션 같은 커다란 집을 짓고 살지는 말자는 생각은 분명합니다. 비슷한 마음으로 도시탈출을 꿈꾸는 사람들을 규합(?)해 볼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9평 하우스>라는 반가운 책을 만났습니다.

 

고작 9평만으로도 사람들이 충분히 행복하고 즐겁게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에 담긴 내용입니다. 9평이면 '5도 2촌'의 꿈을 이루기에 딱 적합한 면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목만 보고 책을 주문하였습니다.

 

60년 만에 다시 부활한 9평 하우스

 

최근 일본에서는 1952년 도쿄 시부야에 지어진 9평짜리 작은 집이 60여 년이 지나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9평 하우스인데요, 쇼와 시대(1926~89년)를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한 사람인 마스자와 마코토의 자택이 바로 9평 주택의 원형이라고 합니다.

 

"그 집은 1층 9평, 2층 6평인 다다미 3칸×3칸의 정사각형 플랜, 정사각형의 평면을 6분할하는 교차점에는 구조물인 둥근 기둥이 지나고, 평면의 3분의 1은 기둥 사이에 벽을 두지 않고 중간에 천장이나 마루가 없는 2층 이상의 높이로, 나머지 부분에는 마루를 깔아 중간 2층으로 설게되었다. 건물 전면에 크게 열린 창이 특징이 마스자와 주택, 이것이 바로 9평 하우스의 원형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들어 1952년에 지어진 마스자와 주택을 리메이크한 9평 하우스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1991년 신주쿠 리빙디자인센터에 전시회에 재현되었던 마스자와 주택을 50년 만에 디자이너 고이즈미 마코토가  새로운 자재, 새로운 삶의 방식을 담아 4인 가족이 기분 좋게 살 수 있는 주택으로 리메이크 하였다는 것입니다.

 

마주자와 주택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이즈미 디자인이 융합된 주택 <스미레아오이 하우스>가 만들어진 후, 작고 아름다운 주택을 원하는 일본 사람들이 9평 하우스를 짓기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저자인 하기와라 유리는 1999년 지어진 스미레아오이 하우스에 살기 시작하면서 9평 하우스의 장점과 매력을 널리 알리고, 새로운 주거문화를 소개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 <9평 하우스>도 그런 노력 중 하나입니다. <9평 하우스>는 저자 하기와라 유리가 9평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한 기록입니다.

 

일본 여러 곳에 실제로 지어져 사람이 살고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9평 하우스'를 소개하는 이 책은 '집이 넓어야 지내기 편하다'는 우리의 통념을 깨는 책입니다. 크지 않지만 편안한 집, 정갈하고 단정한 느낌이 나는 집을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는 보여주기 위한 책입니다.

 

9평 하우스는 1층과 2층의 바닥 면적을 모두 합쳐봐야 고작 15평입니다. 2층 바닥 중 세 평은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후키누케(바람이 빠져나가는 통로라는 의미)입니다. 말하자면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뻥 뚫린 통로입니다.

 

 

 

9평 하우스, 1·2층 합쳐 15평이면 충분하다

 

실제로 9평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이 후키누케가 가족과 가족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으면 다른 방에 있는 가족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알수 없는 일반 아파트와는 전혀 다른 구조라는 것입니다.

 

"세로로 펼쳐진 공간에 가족이 흩어진다. 각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가족의 모습은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그래도 집안 어디가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기분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1952년 지어 진 마스자와 주택을 원형으로 하는 9평 주택은 5가지 원칙과 새로운 발상의 디자인이 결합하여 지어진다고 합니다. 집안에 있는 모든 가족을 이어주는 후키누케도 바로 5가지 원칙 중 하나입니다.


▲ 평면은 정사각현(3칸X3칸)의 플랜을 유지한다.

▲ 3평의 후키누케를 설계한다

▲ 14.8척 박공지붕을 얹는다

▲ 원기둥을 사용한다

▲ 건물 전면에 큰 창을 설계한다

 

이 다섯 가지가 '9평 하우스'의 원칙입니다. 이 원칙을 지키면서 내로라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사람이 살기 편한 집을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9평 하우스'를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에 비교합니다.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 그 중에서도 엔진의 아름다움을 부각시켜 엔지니어가 한 단계 한 단계 정성들여 제작하는 주문 제작 모터사이클은 부동의 인기를 과시한다. 오더메이드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가격도 저렴하지 않지만 기능에 더한 디자인 감각에 커다란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많다."

 

시가현에 '9평 하우스' 지어 살고 있는 요네야마씨는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타는데, 그는 '9평 하우스'에서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과 같은 매력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9평 주택',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 매력 느껴진다

 
최근 우리나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땅콩집을 닮은 '9평 하우스'도 있습니다. 가나가와현 치가사키 시에 있는 다무라씨이 '9평 하우스'는 원형에 다락이 있습니다. 원형을 유지한 새로운 디자인 중에는 3층으로 확장된 집도 있고, 두 채를 나란히 지어 통로를 연결한 집도 있습니다.

 

선택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누구나 어디에나 지을 수 있는 집' '최소한의 주거'라는 '9평 하우스' 정신은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건축가 신호섭은 '9평 하우스'를 '보통 사람이 지을 수 있는 보통 집'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예산으로 평범한 땅에 평범하게 사용하려고 지은 집, 이런 것을 일반적인 보통 사람들이 지을 수 있는 보통의 건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9평 하우스'를 보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데 공감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집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자연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 하면서 세상을 향해 열린 집, 함께 사는 이웃 사람들은 연결되어 있는 집이 바로 '9평 하우스'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일본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사람이 살고 있는 일곱 채의 '9평 하우스'와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의 삶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9평 하우스'의 매력에 빠져든 12팀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설계한 열세 가지 유형의 '9평 하우스' 모형과 평면도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집은 넓어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작고 아름다운 집'을 지어 소박하게 살고 싶은 꿈을 꾸는 독자들에게 아주 좋은 사례를 제공해줄 수 있는 책입니다. 아파트를 떠나 '9평 하우스'를 짓고 살아보고 싶은 꿈을 꾸게 됩니다.

 

 

9평 하우스 - 10점
하기와라 유리 지음, 김은진 옮김/다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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