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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원전 멈춰도 전력 부족하지 않다

by 이윤기 2012.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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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이 됩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거대지진이 일으킨 쓰나미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선소를 덮친 후 역사상 유래가 없는 재해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다수의 한국인들이 보기에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이미 지나간 옛일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오염은 진행되고 있지만 원자로는 냉각되고 있고, 그 후 걱정하였던 거대한 폭발 같은 추가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한 고비는 다 지나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이제 더 이상 한국 언론들이 후쿠시마 원전이야기를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언론이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잘 수습되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안심(?)을 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으로 최악인 7단계로 평가되었습니다. 과거에 체르노빌원전 사고밖에 사례가 없는 극히 거대하고 위험한 사고입니다." (본문 중에서) 

일본 교코대학에 원자로 실험소에서 일하는 양심적인 원자력 전문가 '고이데 히로아키' 선생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인 후쿠시마 사고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경고합니다.


2011년 5월 일본에서 출간된 <원자력의 거짓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진실과 미래가 없는 원자력의 맨얼굴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반원전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하여 저자의 이력을 먼저 소개합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꿈꾸며 1968년 도호쿠대학 공학부 원자핵공학과에 입학, 그러나 원자력에 대해 배우면서 그 위험성을 깨달아 이카타 원전재판, 닝교고개 우라늄잔토문제, JOC 임계사고 등에서 방사선 피해를 입은 주민 측에 서서 활동했다." (본문 중에서)

고이데 히로아키 선생은 방사능 계측과 원자력 안전 분야 전문가의 입장에서 지난 40년 동안 지속적으로 원자력의 위험을 알리는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가 원전을 반대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원전은 차별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원자력의 이점은 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작' 전기에 불과합니다. 그까짓 전기보다 사람의 생명과 아이들의 미래가 훨씬 소중합니다. 이로운 점보다 위험이 훨씬 큽니다." (본문 중에서)

그는 일본에 원전이 3기 밖에 없었던 시절부터 반원전 활동을 하였지만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던 2011년 3월에는 무려 54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사회적 대전환을 할 수 있는 결단의 시기가 도래하였다고 판단하며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평생 반원전 활동을 펼친 원자력 전문가

<원자력의 거짓말>은 고이데 히로아키 선생이 일본 여러지역에서 했던 강의와 인터뷰를 재구성하고 원전의 최신정보와 보충설명을 덧붙인 책이라고 합니다. 고이데 히로아키 선생의 첫번째 주장은 '원자력은 반드시 사고가 난다'는 것입니다.

"원전은 기계입니다. 기계는 때때로 사고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고 움직이고 있는 것은 사람입니다. 사람은 신이 아닙니다. 때때로 잘못을 저지릅니다. 게다가 이 세상에는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천재도 있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사고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하여도 결국 사고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후쿠시마 사고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예측하지 못한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일본정부나 도쿄전력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진단합니다.

"체르노빌에서 나온 방사능 물질은 세슘-137로 환산하면 히로시마원폭 800발분에 상당합니다. 이것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후쿠시마에서는) 이미 핵폭탄 80발분의 '죽음의 재'가 흩날려버린 셈입니다." (본문 중에서)

체르노빌은 사고 2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후쿠시마는 겨우 1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방사능이 계속 새어 나오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편 저자는 일본정부가 방사능 오염 확산 맞추어 피폭한도량을 상향 조정하는데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연간 피폭량이 1밀리시버트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미 대부분의 후쿠시마 사람들은 그 기준을 넘어버렸다는 것이지요.

또 일본정부는 일반인의 연간 피폭한도를 10밀리시버트, 20밀리시버트로 상향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원전 작업원의 피폭한도량은 100밀리시버트에서 250밀리시버트로 올려버렸다는 것입니다. 피폭한도 조정은 매우 위험한 시도이며 특히 어린이들 피폭한도를 높이는 것은 더욱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진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같은 양의 방사선을 맞는 경우 어른보다 아이가 큰 피해를 입습니다. 20-30대 성인에 비해 아기의 방사선감수성은 4배나 됩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기본적으로 안전한 피폭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30세가 되면 방사선감수성을 갖게 되고 50세가 되면 방사선 때문에 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상당히 많이 낮아진다고 합니다. 따라서 아이들의 피폭을 줄이기 위하여 오염된 음식은 고령자들이 떠맡을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원자력발전소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

고이데 히로아키 선생은 원자력에 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상식은 '거짓'이라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정부와 전력회사는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인구가 밀집된 도쿄와 같은 도시에 원전을 짓지 않는데 그 이유는 정부와 전력회사는 원전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럼 원전회사가 위험을 알면서도 원전을 계속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원전을 지을수록 전력회사의 '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력회사는 자산규모가 커질수록 그에 비례하여 더 많은 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원전사업에 매달린다는 것입니다.

또 원전의 경우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일정금액 이상의 피해는 정부가 배상하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아마 전력회사가 모든 피해를 배상하도록 되어 있었다면 지금처럼 원전사업에 뛰어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결국 원자력이 '값싼 청정에너지'라는 주장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는 전력회사에게 유리한거짓 주장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원자력에는 미래가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합니다.

▲ 현재의 원자력 발전소만 가동하여도 석유보다 우라늄이 훨씬 먼저 고갈된다.

▲ 핵연료 재활용계획은 실패를 되풀이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공가능성이 없다.

▲ 원전 사고는 반드시 반복해서 일어난다.

▲ 원전 사고를 수습하는데 들어가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 원자력 발전소는 그 자체가 감당하기 힘든 핵쓰레기이다.

▲ 사용 후 핵연료와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일본에는 저준위 방사능 폐기물만 1년에 1000개, 지금까지 70만개에 이르는 드럼통에 보관하고 있는데, 앞으로 300년 동안 관리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지표에서 300~1000미터 지하에 파묻어 놓고 100만 년 간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300년 동안 성공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300년 후까지 전력회사가 존재할지도 알 수 없고, 심지어 민주당, 자민당도 사라질지 모르며, 어쩌면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금대로 존재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불과 143년 밖에 지나지 않았고, 미국 역사는 불과 235년이라는 겁니다. 300년 혹은 100만년은 무언가를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장담하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일본 원전 53기 모두 멈춰도 전력 부족하지 않다

고이데 히로아키 선생이 쓴 <원자력의 거짓말> 중에서 가장 놀라운 내용은 원전을 멈춰도 심각한 전력부족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원전을 멈추면 심각한 전력부족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안이 없으면 (원전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은, 침몰하고 있는 배에 타고 있으면서 대안 없이는 도망칠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본문 중에서)

원전은 전기가 부족하든 부족하지 않든 즉각 멈추어야 하지만, 일본의 경우 실상은 전기가 부족하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원전을 멈춰보면 모든 원전을 멈춰도 전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 전기의 약 30퍼센트가 원자력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발전설비량에서 보면 실은 18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본문 중에서)

즉 원자력발전소는 한 번 가동 시작하면 최소 1년은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대신 화력발전소는 절반이나 세워두고 있기 때문에 원전이 30%를 공급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원전을 모두 멈춰도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70퍼센트까지만 끌어올리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30퍼센트를 정지시켜두어도 전력부족을 겪지 않을 만큼 일본에는 많은 발전소가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전력 피크 때에도 수력과 화력발전으로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원자력은 인간의 능력으로 처리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 주장 합니다. 결국 꼭 필요하지도 않은 원자력발전소가 54기나 가동되고 있는 것은 모두 '전력부족'을 명분으로 국민을 협박하는 전력회사의 '이윤'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평생 원자력을 연구하고, 원자력을 반대활동을 해 온 고이데 히로아키 선생은 이른바 대체에너지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안전한 지구환경을 아이들과 손자 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면 그 길은 오직하나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것뿐이라는 겁니다.

 

원자력의 거짓말 - 10점
고이데 히로아키 지음, 고노 다이스케 옮김/녹색평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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