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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똥 나오는 곳과 오줌 나오는 곳이 다른 이유?

by 이윤기 2011.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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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은 평생 세 채의 집을 짓는다고 하였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평생 단 한 채의 집도 짓지 않습니다. 대부분 남들이 지은 집에서 살고 있으며 자신이 사는 집을 고치는 일도 남의 손을 빌리기 일쑤입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수요자들도 주택보다 아파트를 더 선호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평범한 실수요자들이 아파트를 더 선호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주택은 스스로 집을 손보고 고쳐야하지만 아파트는 관리사무소에서 번거로운 일을 다 해결해주기 때문입니다.

불과 100년 전만 하여도 대부분 자기 손으로 자기가 살 집을 지었지만, 이제는 집을 짓는 사람과 그 집에 사는 사람은 서로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집들은 대부분 시공이 기계적이고, 값이 비싸며 시공과정에는 각종 화학물질이 포함된 첨단(?)자재들이 사용됩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평생 단 한 채의 집도 제 손으로 짓지 않아도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남의 손으로 지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집의 소중함을 알기도 어렵습니다.

평생 남의 손으로 지은 집에만 살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전희식이 쓴 책 <시골집 고쳐살기>를 읽으면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처럼 언젠가 단 한 번이라도 내가 사는 집을 내 손으로 지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유익한 길잡이 지도가 될 만한 책입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그가 소개하는 방법은 큰돈이 들지 않는 방법입니다. 목수도 아니고 건축업자도 아닌 전희식의 집 이야기는 계간잡지 귀농통문에 2년여에 걸쳐 연재되었던 글을 모은 책입니다.

시골집을 고쳐 살면 확실히 좋은 점 네 가지

농사를 지으며 시골에 사는 그는 16년 동안 세 채의 집을 직접 고치거나 지었다고 합니다. 그는 좋은 집의 조건으로 터와 소재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아울러 집을 짓기 위하여 좋은 터를 고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시골 헌집을 고쳐 사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그는 시골집을 고쳐 사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장점 네 가지를 듭니다.

"첫째, 집터를 구하는 수고를 덜게 된다. 집터 구하는 수고를 던다는 것은 이른바 풍수라 일컫는 지세, 수맥, 방향, 바람, 볕, 물 등의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는 뜻이다. 둘째 시골집 고치기를 시작하는 순간 진정한 동네 주민으로 편입된다. 셋째는 무엇일까 죄를 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집이 제 수명을 다하고 집으로서의 기능을 놓는 순간 지구를 얼마나 더럽힐까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골집을 고쳐 살 때의 좋은 점은 그 집과 집터에 살던 옛사람들의 기운이 시골에 정착하여 잘 살 수 잇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귀농 혹은 귀촌에 실패하는 많은 사람들은 둘째 장점을 등한시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고대광실 같은 집을 새로 짓거나 멀건 산이나 농지를 밀어 집을 지으면 정서적 이질감과 위화감을 필수라는 것입니다.

정부가 귀농을 장려하는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막상 시골집을 구하러 나서면 마을 사람들의 배타적인 시선을 극복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지요. 마을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는 삶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시골집을 고쳐 사는 것이랍니다. 

한편 저자 전희식은 시골집 고쳐살기의 세 가지 장점 중 세 번째, 죄를 짓지 않는 집에 대한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이른바 생태 주택에 대한 기준입니다.

"에너지 부문이나 물, 소재의 천연성 등도 생태주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겠지만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집, 대자연 속으로 고스란히 돌아가는 집이 진정한 생태주택이 아닐까. 한 마디 덧붙이자면 주변 생명체를 죽이지 않고 짓는 집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생태주택이라고 본다."

집을 선택할 때도 고도의 생태적 자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파트와 같은 도시주택은 말할 것도 없고 시골살이를 위한 집들도 장소와 조건을 고려하지 않으면 뭇 생명체의 시체더미위에 집을 짓게 된다는 말입니다.

집을 선택할 때도 고도의 생태적 자각 필요

전희식이 쓴 <시골집 고쳐살기>는 체계적인 공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닙니다. 집이 무엇인지, 어떤 집이 살 만한 집인지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담은 책입니다. 수명이 다 한 듯 보이는 시골집을 살 만한 집으로 바꾸고 관리하는 최소한의 기술를 소개합니다.

이 책에는 그가 지은 세 채의 집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나무와 건축자재는 고물상에서 구입하거나 버리거나 폐기하는 재료를 공짜로 얻어옵니다. 대부분 새 건축자재를 사용하는 것보다 힘과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지만 그는 조금도 불편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바로 고도의 생태적 자각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는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집에 대한 생태적 관심을 키우고 자신의 처지에 맞는 집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겉보기에 아름다운 펜션이나 전원주택을 상상하는 분들은 적지 않게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시골집을 고쳐 사는 것의 네 가지 장점에 공감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구차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가 지어 사는 집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냥 허름한 시골집에 지나지 않습니다. 집에 대한 그의 철학과 생태적 감수성을 이해하고 나면 새로운 눈으로 집을 볼 수 있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도 볼 수 있게 됩니다. 자, 그럼 전희식의 철학과 생태적 감수성을 이해할 수 있는 몇 대목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부엌과 주방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부엌은 주방과 다르다. 주방은 밥을 하는 곳이지만 부엌은 밥도 하고 난방도 하고 수다도 떨고 비손도 하는 공간이다. 아궁이에서 밥 짓고, 아궁이로 난방하고,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수다늘 떤다."

부엌의 중심은 아궁이고, 부엌은 난방과 조리가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요구르트를 만드는 것과 같은 아궁이 솥의 다양한 쓰임새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으며, 코팅된 프라이팬의 위험, 번개탄과 같은 합성 숯의 유해성을 이야기합니다.

심지어 부엌에 식탁이 있는 주방의 불평등과 부엌에서 밥상을 다 차려 방으로 들이고 함께 수저를 드는 평등한 밥상 공동체가 주방의 구조와 위치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주방과 부엌, 거실과 마루는 하늘과 땅 차이?

마루에 대한 그에 생각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파트의 거실과 마루는 전혀 다른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마루는 실내이면서 실외라고 말합니다.

"신발을 벗고 올라서니 실외라고 할 수 없고, 그렇지만 토방을 거쳐 마당에 바로 연결되어 있으니 실내라고도 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마루는 구분할 필요가 없는 공간이다. 완충공간이고 열린 공간이다. 작은 쪽마루 하나가 이처럼 우주를 품고 있는 것이다."

철재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거실은 마루와 같은 완충공간의 기능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마루는 안과 밖을 연결해주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웃과 만나는 완충공간의 기능을 한다는 겁니다.

마루를 만드는 소재인 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새 도시 아이들이 뛰어노는 방부목으로 만든 놀이터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놀이기구에서 비소, 수은, 납, 카드늄 같은 중금속이 검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생태적 감수성이 가장 빛나는 공간은 바로 뒷간입니다. 다른 어느 공간 못지않은 정성과 노력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치매 어머니에게 딱 맞는 뒷간을 만드는 과정은 깊은 애정과 절박함이 묻어납니다.

그는 생태순환의 핵심은 '똥이 밥이 되는 관계'라고 말합니다. 도시 주택 화장실은 이런 순환이 깨진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지요. 생태적인 뒷간은 똥과 오줌을 분리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합니다.

"똥은 본성에 맞게 호기성 박테리아가 활동하기 좋은 쌀겨 똥통에 들어가고, 오줌 역시 본성대로 혐기성 박테리아가 활동하기 좋은 밀봉 오줌통 속으로 들어간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똥오줌 일 것이다."

도시 똥오줌의 문제는 상극인 똥과 오줌이 한데 뒤섞일 뿐만 아니라 한 번에 10여리터의 물과 소독약에 뒤섞인 후에 바다에 버려지기 때문에 똥이 결코 밥으로 순환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똥이 다시 음식이 될 수 있도록 자기 똥의 운명에 관심을 갖고 책임져야만 비로소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 축에 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똥에 물을 섞지 않는 것이 그 첫 걸음이요. 똥과 오줌을 분리하는 것이 그 다음입니다.

생태 뒷간, 똥과 오줌을 분리하는 것이 첫째

생태 뒷간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느님이 인간의 똥과 오줌을 한 구멍으로 내보내도록 하지 않은 것도 어쩌면 똥과 오줌이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더 자주 내 보내는 것과 덜 자주 내 보내는 것을 구분하도록 만들었다는 생각도 하였지만, 역시 생명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려면 똥과 오줌은 분리해서 내보내야 하기 때문인 것이지요. 아무리 급하게 뒷간으로 달려가도 똥과 오줌이 한꺼번에 나오지 않는 것도 이 둘을 나누기 위한 신의 섭리가 담긴 것일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심각하고 심오한 이야기만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시골살이를 선택한 사람들이 아니라도 따라하고 싶은 숨은 공간 활용법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들이 모여있습니다.

천장 모서리애 옷장과 이불장을 만들고 책꽂이와 신발장을 벽 속에 집어넣을 뿐만 아니라 마루 밑 공간을 저장과 보관 공간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들입니다. 계단 아래 빈 공간, 싱크대 옆 선반과 보관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에게 숨은 공간을 활용하는 법을 알려준 사람은 반쪽이 만화가 최정현인데, <뚝딱뚝딱 15평 반쪽이네 집>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청소기와 다리미가 나오는 마루 밑 공간, 책꽂이와 옷장을 겹치게 만드는 아이디어들을 직접 실현해보고 싶은 마음을 누를 수가 없더군요.

그의 시골집 고쳐살기의 가장 큰 특징은 완공이 없다는 것입니다. 돈벌이에만 급급한 첨단 기술대신에 비하면 지식인과 생활인들이 실천하는 '적당기술'과 '생활기술'이야말로 철저히 생태적이고 인간적이라는 것입니다.

전희식이 쓴 <시골집 고쳐살기>는 정성과 노력이 담기고 그래서 애환이 깃든 집, 온전히 내 손으로 지은 집에 살아보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길잡이가 될 만한 책입니다. 이미 시골살이를 선택한 많은 귀농인들이 그의 집을 고치면서 이런 배움을 얻어갔다고 하니 충분히 실천으로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십여 년 전, 스콧 니어링과 헬렌니어링이 살았던 이야기를 책으로 읽고 막연히 동경하면 살고 있었습니다. <시골집 고쳐살기>를 읽고 전희식 선생의 시골 살이가 바로 그런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골집 고쳐 살기 - 10점
전희식 지음/들녘(코기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