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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석유로 지탱하는 세상, 석유가 떨어지면?

by 이윤기 2010.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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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박승옥이 쓴 <상식 : 대한민국 망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자본주의의 필연적 종말을 예언한지 150년이 훌쩍 지났으나 자본주의는 여전히 건재해 보인다.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세상을 예언하였던 국가사회주의가 먼저 종말을 고하였지만, 자본주의는 끄떡없는 모습이다.

국가사회주의가 붕괴한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퍼져나가는 동안 자본주의 종말과 자본주의 이후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고도로 발달한 생산력이 자본주의 이후의 이상사회로 향하는 길을 열어 줄 수 없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그 후 ‘자본주의 종말’에 대하여 새로운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석유 자원의 정점’이 곧 도래한다는 신뢰할 만한 예측들을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박승옥이 쓴 <상식 : 대한민국 망한다>는 바로 그런 확신을 믿음으로 바꾸어 놓는 책이다.

대한민국 망한다, 자본주의 종말 시간문제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상식은 곧 자본주의가 망한다는 상식과도 통한다. 오늘날 산업자본주의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것은 ‘석유’다. 아울러 지금까지 산업자본주의를 지탱시키고 있는 저력은 역시 ‘석유’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이 석유가 밑바닥을 보이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우리는 석유 속에서 눈을 뜨고 일어나 석유를 쓰고, 바르고, 먹고, 마시고, 그리고 또 석유 속에서 잠든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석유화학제품이거나 석유가 들어간 일상생활의 상품들을 적어보자....... 아마 석유가 들어간 이런 물건들을 집 안에서 하나씩 밖으로 꺼내 놓면 집 안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석유를 먹고 마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우리가 먹는 한 끼 식사도 사실은 90%가 석유와 가스이다. 우리는 지금 석유를 먹고 살아가고 있는, 어떤 방송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호모 오일리쿠스인 셈이다. 논밭을 가는 데도 석유가 들어가고 비료도 농약도 석유이다. 가을걷이에도 석유가 들어가가 포장재도 짚으로 만든 가마니가 아니라 석유로 만든 제품이다.”

석유로 만든 비료와 농약이 이른바 녹색혁명을 가능하게 만들었는데, 녹색혁명을 이끌었던 바로 그 석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석유를 비롯한 화석에너지 뿐만 아니라 천연자원과 지하수, 농사지을 땅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 석유회사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의 토탈은 2003년 오일피크는 2020년에서 2030년 사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토탈은 2006년에는 아예 2020년 부근이라고 좀 더 앞당긴 예상치를 내놓기도 했다.”

오일피크란 석유 생산의 정점을 말한다. 정점이 지나면 그때부터는 석유 생산이 조금씩 줄어드는데, 50여 개 산유국 가운데 33개국 이상이 이미 생산정점을 지났다고 한다.


지금까지 인류는 땅 속에 있는 석유의 절반 가량인 1조 배럴를 소비하였으며, 현재 기술로 캐낼 수 있는 양은 약 1조 4000억 배럴 정도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석유생산량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값싼 석유의 시대는 지나갔으며, 조만간 석유는 배럴당 200달러, 300달러로 치솟을 뿐만 아니라 아예 돈이 있어도 석유를 살 수 없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에너지 과소비를충족시킬 대체에너지는 없다

사람들은 석유가 없으면 다른 에너지 자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이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저자 박승옥은 “정확히 말해 대체에너지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천연가스는 이미 생산국의 2/3에서 채굴량이 감소하고 있고 더구나 유전보다 더 가파르게 고갈 되는 경향이 있다.”

“샌드오일은 석유 3배럴을 얻기 위해 6톤의 샌드오일을 채굴해야 하고 2배럴의 석유를 써야 한다. 게다가 1배럴의 석유생산에 2.5배럴의 폐수가 나와 거대한 폐호수가 생성될 만큼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대략 450여기의 발전소에서 전세계 에너지의 5%, 전기의 12% 정도를 충당하고 있는 원자력에 대해서는....... 우라늄의 가채연도 또한 50년 남짓할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우리늄은 석유보다 더 빨리 가장 빠르게 고갈되는 자원이다.”

“메탄 아이드레이트는 심해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메탄가스(지구온난화에 이산화탄소 보다 20~30배 영향을 준다)로 대기 중에 방출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와 관련되어 지극히 위험한 자원이다.”

“수소는 자연상태에서는 없다. 그래서 수소는 에너지를 투입해서 인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에너지 효율이 지극히 낮다”

요약하자면 가스나 원자력, 메탄하이드레이트, 석탄, 수소 기타 어떤 에너지도 석유정점 이후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풍력발전의 단가가 원자력 발전보다 낮아지고 태양광 발전 단가가 원자력 발전과 비슷해지고 있지만, 인류의 에너지 과소비를 지탱시켜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한편, 고갈되는 에너지와 자원은 석유뿐만이 아니다.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모든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석유 못지않게 심각한 자원은 바로 석탄이라고 한다.

“석탄은 전세계 1차 에너지 소비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전기생산의 40% 가량이 석탄으로 이루어진다......전세계 철강 생산의 3분의 2는 석탄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에만 800개 이상의 제철소가 있다.”

앞으로 20년 이내에 석탄 생산도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신뢰할 만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대부분의 광산이 문을 닫았고, 세계 도처에서 고품질 석탄의 경우 생산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IT 산업을 뒷받침 하고 있는 첨단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는 원재료 금속들도 고갈되고 있다고 합니다. 희토류 금속이란 단어는 최근 일본에 나포되었던 중국 선장이 풀려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겠다는 위협(?)을 가하였다.

희토류 금속이란 원소 주기율표 57번 라탄부터 71번 루테튬까지의 15원소에 스칸디움과 이트륨을 더한 17원소들의 무리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이들 금속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 산업에서 대체물질이 없는 필수 소재라는 것이다.

희토류 금속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대부분 미국, 호주, 중국, 남아공, 브라질 등에서만 생산되며, 중국은 다양한 희토류 금속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희토류 금속 독점국가라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에서 차세대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이라고 말하고 있고 막대한 정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리튬 배터리의 원료인 리튬은 생산 정점이 머지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리튬의 사우디라고 불리는 볼리비아에서는 지금 거센 자원 민족주의와 국유화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중국은 또 다시 희토류 금속의 수출 규제를 발표한 바 있고, 일본의 희토류 재고는 내년 봄쯤 바닥이 드러난다는 소식이다. 희토류 수출문제를 보면 자원 전쟁의 예고편과 다름없다.




땅속에 더 이상 캐낼 금속이 없다

문제는 석유, 석탄, 우라늄, 희토류뿐만 아니라 구리, 알루미늄, 금을 비롯한 지구상 모든 광물 자원이 생산 정점을 지났거나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종이를 만들 수 있는 나무, 자동차 바퀴를 만드는 고무나무를 비롯한 모든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빨리 모든 자원이 고갈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이윤 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본주의적 생산 때문이라고 한다.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하여 상품의 수명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만 하더라도 거대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 판매대수를 늘리기 위해 자동차 수명을 7~8년으로 조작해서 생산한다. 초기 자동차들은 30년이 지나도 대부분 멀쩡하게 잘만 굴러다녔다. 휴대폰 또한 지금은 2년을 사용하지 못한다. 2년 이내에 다시 구입하게끔 그렇게 휴대폰을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자원고갈의 주범은 바로 자본주의 체제 그 차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결국 석유를 비롯한 자원이 고갈되면 자본주의는 지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람들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석유가 고갈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빠져있으며,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아울러 대다수 사람들은 석유 없는 세상, 석탄과 광물 자원이 사라진 세상은 상상조차 해내지 못한다.

아주 적은 숫자의 사람들만이 북한과 쿠바를 보면서 인류의 미래를 예상한다. 좀 더 긴 시간이 지난 후, 좀 더 심각한 현실이 닥칠지도 모른다고 예측하는 사람들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같은 상황을 상상해낸다.

저자, 박승옥은 북한의 실패와 쿠바의 성공을 보면, 석유 정점 이후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쿠바 위기를 극복한 주역은 ‘소농과 지역공동체’였다고 진단한다. 그는, 쿠바를 통해 생태순환 사회로의 혁명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국가를 넘어서는 자립 자치의 공동체, 하루짜리 민주주의인 대의제도 극복, 인민의 주권을 회복하는 진정한 직접민주주의의 실현, 지역공동체 정당 창당, 주식회사를 대체하는 협동조합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폭주하는 자본주의를 멈출 수 없다면?

아울러 석유를 비롯한 모든 자원이 정점을 지났거나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성장은 범죄에 해당된다고 한다. 우리의 풍요는 범죄와 다름없는 풍요라고 말한다.

박승옥이 쓴 <상식 : 대한민국 망한다>를 읽으며 석유문명이라는 레일을 달리는 자본주의라는 기관차는 정상속도를 훨씬 넘어섰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아울러 ‘플러그를 뽑는 것과 같은 시민적 실천’으로는 절대로 이 폭주하는 기관차(자본주의)를 멈추게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폭주하는 기관차(자본주의)는 결국 레일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거나 혹은 새로운 레일을 놓는 속도 보다 기관차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탈선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를 경우에만 멈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소농 중심의 자립과 자치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 비록 도시를 떠날 수 없다 하여도 협동과 자치의 경험을 축적하는 삶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미처 소개하지 못한 심각한 지구온난화의 현재와 미래, 석유 공급이 중단된 쿠바와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성장과 개발이라는 환상이 만들어 낸 재앙적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의 종말이 머지않았다는 확신을 다시 일깨워준 훌륭한 책이다.


상식 : 대한민국 망한다 - 10점
박승옥 지음/해밀(박승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