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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책과 세상 - 생태, 환경

유치원 다닌 당신, 생태에티켓은 익히셨나?

by 이윤기 2010.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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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탈토건 시대를 여는 생태교육, 우석훈이 쓴 <생태페다고지>

생태교육에 대한 관심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농약과 화학비료, 항생제와 성장촉진제에 오염된 식품을 멀리하고 건강하고 좋은 식품을 찾는 이른바 ‘웰빙 열풍’으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었을까요?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 진행하는 주말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가자들이 넘쳐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 아이들에게 생태교육을 한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생태교육을 한다고 주장하는 이분들은 생태교육이 무엇인지 얼마나 고민하고 있을까요? 교실에 식물을 키우고 사슴벌레 같은 애완용 벌레를 키우는 것이 생태교육일까요?

자연과 교감하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과 교감하는 경험이 생태교육이라고 할 때 오늘날 한국의 유아교육과 초, 중, 고등학교 국민교육 과정에서 과연 생태교육이라는 것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고민 때문에 우석훈이 쓴 <생태페다고지>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서도 생태교육, 생명교육, 평화교육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생태육아는 어떻게 등장하였을까요?

“어떤 경우는 공동육아의 형태를 띠기도 했고, 어떤 때에는 시민단체를 통해 아토피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유기농 식단에 대한 정보 교류 혹은 공동구매의 형태를 띠기도 했으면, 또 어떤 경우에는 생활협동조합의 ‘어머니 조합원’이라는 형태를 띠기도 했다.”

말하자면, 한국에서 생태교육은 공동육아, 생활협동조합 그리고 아픈 아이들의 문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우석훈은 전에 <아픈 아이들의 세대>라는 책에서 아토피와 생태환경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아토피로 대표되는 아픈 아이를 둔 부모들이 가장 먼저 생태교육에 관심을 가진 것은 경험적으로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특히,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하는 ‘유기농 급식’은 아픈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는 매우 절실하고 시급한 문제였던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생태교육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생태적 감수성을 가진 교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자연과 교감하고 꽃과 나무, 풀과 벌레와 함께 지내 본 경험을 가진 교사들이 없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무서워하지 않는 지렁이만 보고도 소리를 지르고 기겁을 하는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경험하게 해줄 수 있을까요? 

이것이 우리가 가진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을 만들어가는 시작입니다. 우석훈은 유치원 아이들에게 ‘생태 에티켓’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생태교육의 첫 단계라고 말합니다.

“물과 전기를 아껴 쓰고, 쓰레기를 덜 만드는 것은 에티켓과 같은 형태의 것이 되는 게 가장 부드럽고, 또 지구와 지역 생태계와 더불어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다.”

그는, 로버트 풀검이 쓴 책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에 나오는 아주아주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유치원과정에서 익히는 것처럼 아이들이 생태 에티켓을 익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생태교육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온전히 어린이집과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떠맡기고 있는 현실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초등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생태적 감수성

<생태페다고지>에서 우석훈은 초, 중, 고등학교로 나누어 생태교육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해보고 있습니다. 그는 초등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생태적 감수성’이며, 중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생태적 지혜’ 그리고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생태적 용기’라고 말합니다.

자, 그렇다면 초등학생에게 필요한 생태적 감수성은 어떻게 길러줄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생태적 감수성은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에서 길러진다고 생각합니다만, 우석훈은 창의력은 상상력에서 나올 수 있으며, 생태적 감수성은 ‘상상력’의 토대가 된다고 하였더군요.

“상상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의 원천은 사실 감수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감수성에서부터 창의력과 개성과 같은 미래의 덕목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창의성은 영어단어 암기나 산수 문제 풀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경험 세계가 풍부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자연 속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보지 않은 아이들에게서 ‘감수성’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석훈은 생태적 감수성을 말하면서 ‘시원의 생태적 감수성’을 말합니다. 그것은 ‘우리는 자연에서 온 존재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감성이라고 합니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존재가 출발한 곳’으로 여기는 것이 생태적 감수성의 출발이라는 것이지요.

생태계를 보존해야 하는 이유가 관광소득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생태계가 건강해야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 기본적인 감수성의 차이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생태교육은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에서 벗어나야 하며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과 인간의 공존보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이 더 중요한 시대라는 것이지요.


우석훈은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는 초등교육을 위하여 친환경 급식과 더불어 농사교육, 농사체험 프로그램을 접목시켜 보자고 제안하였습니다. 이미 많은 대안학교에서 농사는 기본적인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공교육에서도 가능한 여러 방법으로 농사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보자는 것입니다.

중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생태적 지혜

한편, 저자는 중학교 아이들에게는 생태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예컨대, 중학교 아이라면 ‘과학이 생태계의 보존이나 충격완화보다는 이윤에 더 많이 복무’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사람을 속이는 것은 돈이 되지만, 사람들에게 진실을 드러내어 알려주는 일은 별로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유전자조작식품과 관련해서 과학의 이름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사람들의 연소득은 그것의 폐해성을 밝히려고 하는 사람들 소득의 10배 가까이 되고, 실험실과 실험장비에 들일 수 있는 돈은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4대강 정비를 생태사업으로 은폐하려는 사람들이 동원하는 국가의 재정은 그를 막으려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돈의 1000배 이상이 된다. 원자력과 관련해서 정부가 사용하는 홍보 비용과 원자력 체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돈의 1만 배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 중학생 단계가 되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지구생태계와 지역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 생태적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이 고갈되는 시대를 살아야 하기 때문에 물질적 낭비를 줄이고 정신적 풍요를 추구하는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중학생 단계의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생태적 지혜를 일러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정 어류의 수가 줄어들면 자연히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더욱 높아지게 되고, 그러면 더욱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그 어류를 남획하려는 동기가 더 높아질 것”

“생태계는 오염물질의 일부분을 어느 정도까지는 자연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 정도를 넘어서면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복원력이 깨져서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새로 생겨나는 건물이 아무리 친환경건물 혹은 에너지 절약형 건물이라고 할지라도, 생태적 의미에서는 집을 덜 짓는 것이 가장 낫다.”

아울러 저자는 중학생 단계에서 생태적 지혜뿐만 아니라 생태적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표현욕, 창작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교육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 우석훈은 ‘명랑’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데, 즐거움, 창의성 같은 것들이 생태적 지혜와 만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생태적 용기

마지막 단계로 고등학교 아이들에게는 생태적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생태적 용기는 생태적 실천을 위한 용기를 말합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기르진 감수성과 중학교 시절이 배운 지혜를 실천하는 ‘생태적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식단을 약간 바꾸는 것, 인스턴트 패션 대신에 ‘지속가능한 패션’에 관심을 갖는 것, 유기농 청바지를 한 벌 정도 구매하는 것들을 위해서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지는 않다.”

저자는 생태적 활동은 개인들의 작은 실천이나 삶의 변화만으로도 시스템 전체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생태적 소비는 간단하면서도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유기농 면으로 만든 애코진을 구매하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애코백을 가지고 다니는 것과 같은 실천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그는 생태교육은 평화교육이라고 말합니다. “온실가스를 비롯해서 환경재앙을 가장 빠른 시간에 집중적으로 일으키는 행위는 다름 아닌 전쟁”이라는 것입니다. 또 생태교육은 인권의 시선으로 접근 하는 것이며, 성적으로 우열을 가리지 않는 교육이기 때문에 엘리트교육을 반대하며, 공존과 조화를 추구하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스타워즈 6편 ‘제다이의 복귀’와 같은 반전이 우리에게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번에 다시 오는 페다고지는 생태라는 새로운 개념을 탑재한 ‘생태 페다고지’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빛이 오기전의 캄캄한 ‘어둠’이지만 빛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자고 합니다.



생태페다고지 - 10점
우석훈 지음/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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